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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가 위스키 마시려 3~4시간 줄 선다? 이태원 독주타운 기획 비하인드

Editor's Note
이태원 인근. 단독주택 4채를 연결한 독특한 공간에 다녀왔습니다. 위스키 브랜드 '메이커스 마크'의 브랜드 팝업이죠. 2022년 이후 3년째 팝업을 열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3~4시간 웨이팅해야 들어갈 수 있었는데요. 이태원으로 옮기며, 규모를 키워 칵테일바·라이브 공연·갤러리를 결합한 대규모 팝업을 열었습니다. MZ세대의 위스키 선호 트렌드와 맞아 떨어지며 매출도 탄력을 받았죠. 메이커스 마크 브랜딩을 맡은 김홍배 과장을 만나 팝업 기획과 브랜딩 전략을 들었습니다.
산토리 글로벌 스피리츠 마케팅팀 김홍배 과장. 사진 폴인, 박일규


아버지가 먹는 술? 'MZ가 줄 서서 먹는 술' 됐다
Q. 왜 유독 한국 MZ세대 사이에서 위스키가 인기일까요?

가성비와 트렌드, 2가지 때문이에요.
위스키가 비싸다는 인식이 있지만, 하이볼로 만들면 한 병에 25잔 나옵니다(웃음). 가성비로 따지면 수제맥주보다 훨씬 싸죠. 하이볼 메뉴가 대중적으로 퍼지면서 위스키를 사서 만들어 먹는 문화도 함께 자리잡았어요.

두번째는 코로나19로 인한 홈술 트렌드예요. 홈파티에서 다양한 술을 접하게 됐어요. 그전엔 '소맥'만 찾았다면, 이젠 와인이나 위스키에도 도전해보게 됐던 거죠. 2021년 위스키 수입량이 1만 5000톤이었는데요. 2023년엔 3만톤이 넘었어요. 2년 만에 2배가 됐습니다. 위스키는 '아버지가 먹는 술'이란 인식을 깬 거죠. 저도 이렇게 빠르게 바뀔 줄 몰랐어요.



Q. 메이커스마크도 본산지 미국에서는 '아버지가 먹는 술' 아닌가요?(웃음) 우리나라에선 힙한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해요.

미국에서 위스키는 우리나라 소주와 비슷해요.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편히 마시던 술이죠. 메이커스 마크뿐만 아니라 잘 알려진 위스키 브랜드 대부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장인정신을 내세우는 브랜드도 많아요. 본산지 미국에서의 메이커스 마크도 그렇죠.
하지만 한국 2030세대에게 전통과 관습을 내세우는, ‘아버지가 먹는 술’은 접근하기 어려운 술이라고 생각했어요. 저에게도 위스키가 그런 존재였거든요.
저희는 장인정신에 대한 접근을 달리했어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고집스러운 장인들에 포커싱했어요. 2030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자기 개성과 주관이 뚜렷한 새로운 장인이죠. 이 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잡아서 가상 고객 페르소나를 만든 후 '독주'라는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Q. 어떤 페르소나인가요?

31세의 직장인 여성요. 이름도 지었어요. '예린'. 어릴 때부터 부모님 말씀을 따라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고, 대기업에도 취업한 사람이죠.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찾았다기보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대학을 가고 전공을 선택한 사람입니다. 뒤늦게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고, 디자이너가 그 길이라는 걸 알게 되죠. 결국 좋은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디자이너가 됩니다.
여전히 친구들과 만나면 소맥을 즐겨 마시지만, 공들인 프로젝트가 끝난 날에는 집 근처의 바에 가서 칵테일을 마셔요. 바텐더를 통해 알게 된 메이커스 마크의 히스토리가 자신과 닮았다는 걸 느끼죠.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 브랜드가 돼요. 남들의 의견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 이게 저희 고객의 페르소나예요.

장인정신이라는 브랜드 헤리티지를 재해석해 새로운 페르소나를 만들었다. 사진 폴인, 박일규


Q. 해외의 오래된 브랜드를 들여와 한국식으로 현지화했는데요. 포지셔닝이 어렵진 않았나요?

메이커스 마크 본사에서 저희 마케팅 전략을 우수 사례로 뽑았어요. 그만큼 현지화가 잘됐다고 평가하고 있죠. 실제로 2020년 대비 2023년 매출이 8배나 폭발적으로 늘었거든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한국식으로 해석해서 우리만의 타깃 소비자에게 전달했다는 걸 그 이유로 들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내 색깔과 스타일을 아는 2030세대의 술'이라고 포지셔닝했거든요.

Q. 그 해석 과정이 궁금해요.

포지셔닝을 위해서는 저희가 전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가치를 고객에게 인식시켜야 하잖아요. 저희에겐 그게 ‘독주’라는 메시지였어요. 독주라는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3가지로 나와요.
① 독한 술 ② 경쟁 상대를 뒤로 떼어놓고 혼자서 앞서 나감 ③ 남을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만의 주관대로 행동함. 독주의 중의적인 의미가 메이커스 마크의 특징과 철학을 잘 나타낸다고 봤어요.

메이커스 마크에도 비슷한 히스토리가 있거든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170년 된 위스키 레시피가 있었어요. 빌 사무엘스 시니어가 그 레시피를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태워 버렸죠. 밀이 들어간 일반적인 버번위스키와 다르게 가을밀이 들어간 더욱 부드러운 위스키로 레시피를 바꿨어요. 그게 현재의 메이커스 마크 위스키죠.

제조 공정에서 드러나는 고집과 집념을 '독주'라는 키워드에 담았다. 자료제공 산토리 글로벌 스피리츠

제조뿐 아니라 패키징 과정도 다른 버번위스키와 달라요. 빨간 왁스로 봉인된 위스키 뚜껑이 저희 브랜드 시그니처인데요. 하나하나 사람 손으로 왁스에 담가 직접 봉인합니다. 제품 라벨도 반자동 기계를 이용해 하루에 6만 4000장씩 직접 컷팅하고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공정이지만, 핸드메이드에 대한 고집과 집념을 바탕으로 계속해오고 있어요. 사람의 손길로 탄생하는 위스키라고 할 수 있죠. 저는 메이커스 마크의 브랜딩에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고집과 목표에 대한 집념을 입히고 싶었어요. 그게 저희가 잡은 페르소나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팝업공간 '독주'로도 연결됐죠.
주류 마케팅 '하드 모드' 게임 같아

Q. 팝업 얘기를 해볼게요. 여길 찾는 분들에게 어떤 경험을 주려고 했나요?

위스키는 진입장벽이 높아요. 그래서 긍정적인 초기 경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죠. 저희 팝업을 볼게요. 시그니처 컬러인 붉은빛을 따라 입장하면, 정상급 바텐더들이 만든 고급 칵테일을 5천 원에 맛볼 수 있습니다. 시중가 2만 원 이상이지만, 이렇게 저렴하게 파는 이유가 있어요. 한번 경험하게 되면 그 가치를 알고 금액을 지불할 의향이 생기니까요. 위스키에 관심 없이 단순히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도, 자신이 관심 있는 아티스트에게서 영감받은 칵테일이라면 한 번쯤 마셔보게 되겠죠.

독주타운 팝업. 라이브 공연과 갤러리, F&B가 결합한 복합문화 팝업이다. 사진 폴인, 박일규

저희는 일회용 잔에 칵테일을 서빙하지 않습니다. 하루 제조되는 칵테일이 기본 1000잔이 넘지만 전부 유리잔에 서빙해요. 바와 동일한 경험을 드리고 싶어서요. 저희는 라이브 공연이 있기 때문에 페스티벌 고객경험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보통 페스티벌 공연에서 일회용 잔에 판매하는 것과는 다르게 가려고 하죠.

또, 페어링도 중요한 경험이에요. 팝업이 열린 지역 내 스몰브랜드와 협업해 안주를 제공했어요. 이태원의 경우에는 버번위스키와 잘 어울리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로코스BBQ, 매니멀 스모크 하우스, 잭잭버거, 도그도그도그와 협업했죠. 매주 다른 브랜드 푸드와 콜라보를 진행해요. 팝업뿐 아니라, 팝업이 자리한 지역과의 연계성도 고려하는 거죠.
저희 팝업의 목표는 명확해요. 팝업 경험을 한 후 돌아갈 때, 저희 팬이나 충성고객이 되게 하는 거예요. 팝업을 통한 수익이 목표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경험하고 접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A부터 Z까지 고객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들어둡니다.

Q. 지하엔 갤러리가 있더라고요. 술과 관계없는 핸드메이드 제작 워크숍을 열고요.

술과 예술을 단어만 놓고 보면 연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핸드메이드'라는 가치를 놓고 보면 연결돼요. 앞서 말씀드린 제조 공정처럼, 비효율을 감수하고서라도 핸드메이드에 대한 고집과 집념으로 탄생한 메이커스 마크 위스키 한 병이 그렇죠. 자신만의 철학을 예술로 표현하는 아티스트들의 작품과 저희 브랜드가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024년 4월 '자신만의 독주'를 주제로 아트 콘테스트를 열었어요. 거기서 수상한 작품 10점을 이번 팝업에 전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전시와 공연은 '독주'라는 브랜드 가치로 모인다. 사진 폴인, 박일규

Q. 서울 내 다양한 장소에서 팝업을 열었죠. 장소와 공간은 어떻게 연결되나요?

처음엔 '의외성'에 초점을 뒀어요. 지금의 독주 콘셉트를 구체화하기 전에는 을지로 세운상가의 솔다방, 문래동 왕대박식당에서 한정된 인원만 초대해서 미니 팝업을 열었죠. 다방과 고깃집. 예상하지 못한 장소의 문을 열면 바bar가 나타나요. 그 다음해부터는 공간과 행사를 연결해 콘셉팅했어요.

① 독주 라이브: 2022년에는 삼각지에서 독주 라이브라는 이름으로 팝업을 했어요. 삼각지는 화랑거리의 명맥을 이어 오고 있는 예술가들의 장인 정신이 깃든 곳인데요. 가설물 형태의 외관의 팝업 안에서 라이브 칵테일 제조, 라이브 아티스트 워크숍과 왁스 디핑, 라이브 공연을 했어요. 3~4시간 대기가 있을 정도로 팝업이 성공적이었죠.

② 독주 스튜디오: 2023년에는 을지로에서 독주 스튜디오를 열었습니다. 을지로는 핸드메이드 공정, 인쇄 및 출판물, 영화 등 각종 문화 콘텐츠를 아우르는 크리에이티브의 중심지죠. 그중 저희는 옛날 노루페인트가 있던 건물에서 팝업을 했어요. 스튜디오라는 단어처럼, 아티스트가 자신의 아지트에 모여서 서로 얘기도 나누고 술도 먹고 영감을 받기도 하는 작업실 콘셉트로 진행했어요.

③ 독주타운: 2024년 독주타운은 이태원에서 열었어요. 언더그라운드 뮤직, 스트릿 패션, 세계 음식 등 유행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는 서브컬처가 집결한 곳이죠. 이태원은 문화적 해방구로서의 지역적 상징성이 큰 곳이죠. 1953년은 메이커스마크 증류소가 새로 설립된 해기도 하지만, 이태원에 주한미군기지가 들어오고 세계 다양한 문화가 우리나라로 유입된 해이기도 해요. 서브컬처가 생겨난 곳, 독주의 문화가 있는 곳이라는 의미를 뒀죠.

22~23년 열린 독주 팝업 현장. 자료제공 산토리 글로벌 스피리츠

서울에서 독주의 문화가 있는 동네를 찾아다니다 보니, 고객들도 독주의 다음 행선지를 많이 궁금해하세요. 이제 어디 갈 거냐고 많이 물어보죠. 독주와 어울리고 특이하고, 뻔하지 않은 장소를 찾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Q. 주류 브랜드 오프라인 행사는 19세 이상 이용이라는 제한과, 법적인 이슈 때문에 난이도가 높을 것 같아요.

게임으로 치자면 시작부터 '하드 모드'에서 시작했달까요...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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