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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의 시선] ‘사건의 지평선’을 넘겠다는 민주당

김승현 사회디렉터
싱어송라이터 윤하(36)의 히트곡 ‘사건의 지평선’을 아시는지. 연인의 이별을 물리학적으로 은유한 제목과 가사로 화제를 모으며 지난해 가요차트 1위에 오른 노래다. 지적이고 진솔한 노랫말이 대학가의 감성을 사로잡았다. 제대로 음미하려면 천체물리학에 입문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우주적 스케일’의 히트곡 덕분에 윤하는 지난해 2월 대통령실 행사에도 초청받았다. 우주항공청 설립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주최한 ‘꿈과 도전의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경제 개척자와의 대화’에 초청된 40여 명의 전문가 중 문화계 인사로는 윤하가 유일했다.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은 그 너머에 있는 관찰자와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시공간의 경계를 의미한다. 우주의 블랙홀이 가진 특성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개념이다. 블랙홀은 중력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천체여서 경계면(사건의 지평선) 안쪽에 들어가면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다. 따라서 사건의 지평선을 넘는다는 건, 과학을 잘 모르는 이들의 표현으로, 그 건너편과는 영영 단절된다는 의미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블랙홀의 모습. 블랙홀은 중력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천체여서 경계면(사건의 지평선) 안쪽에 들어가면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이재명 무죄’ 만들기 블랙홀
대북송금 사건 흠집에 총력
국민의 기억 벗어날 수 있을까
윤하는 한때 사랑했던 연인들이 이별을 택하는 전후 상황을 사건의 지평선에 비유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첫사랑의 실패를 포함해 세상사 여러 선택의 순간에 경험한 작지 않은 변화가 떠오를 것이다.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새로운 길모퉁이/익숙함에 진심을 속이지 말자/하나둘 추억이 떠오르면/많이 많이 그리워할 거야/고마웠어요 그래도 이제는/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그 너머는 과거와의 인연 또는 악연을 끊어내는, 새로운 탄생이다.




대중가요의 비유는 이렇게 쿨하고 낭만적이지만, 사실 사건의 지평선은 숨 막히도록 거대하고 소름 끼치게 냉혹한 개념이기도 하다. 블랙홀이라는 무한대의 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주적인 종속은 얼마나 끔찍한 일이겠는가. 그런 끔찍함을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행태에서 느끼고 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에 임하는 당의 행태가 마치 사건의 지평선을 한국 사회에 만들어내려는 악다구니처럼 보여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징역 9년 6월형을 선고받고, 사실상 공범으로서 이재명 대표가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된 이후 민주당의 ‘천체물리학적 폭주’가 시작됐다. ‘이 대표 무죄 만들기’라는 블랙홀이 당의 모든 역량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 대표가 유죄일 수도 있다는 국민적 의심이 사라지게 하는 게 목적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이 낸 입장문에 그 의도가 드러났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명의의 입장문 제목은 “‘증인 회유·협박’, ‘특활비 술파티’, ‘추태 등 의혹’ 박상용 검사는 철저한 수사 대상입니다”였다. 이 대표를 기소한 검찰을 흠집 내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이는 주장의 근거는 이 전 부지사의 옥중노트와 이성윤 민주당 의원의 폭로였다. 민주당이 “박상용 검사가 나에게 빨리 협조적으로 진술을 마무리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파티를 한번 하자고 얘기했다” 등의 옥중노트 기록을 공개하자 검찰은 “이 전 부지사를 회유·압박해 진술을 번복시키고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려 한 것은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와 민주당 관계자”라고 반박했다. 이성윤 의원은 2019년 울산지검 1층 간부 식당에서 검사들이 특활비로 구입한 술을 만취가 될 정도로 마셨고, 폭음으로 인해 검사들 간에 구타 행위가 벌어졌으며, 다음 날 아침 민원실과 화장실 등에 대량의 분변이 발견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추태에 박 검사가 연루돼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김지호 의원이 1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오물폭탄처럼 느닷없이 등장한 검사 출신 의원 폭로와 검찰 내부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민주당 주장을 요약하면, 벽에 ‘똥칠’하는 검사들과 어울리는 수준 미달 검사가, ‘맛있는 것’ 먹으면서 파티하자며 피의자를 회유해 기소하고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는 것 아닌가. 민주당 일각에선 판사와 검사의 파면을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기소의 정당성을 흔들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당은 경기도를 향해서도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2019년 아시아태평양 국제대회’ 결과보고서를 주지 않았다며 “검찰을 돕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경기도는 “수사·재판 중인 자료는 국민의힘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비상식적인 주장”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무죄에 걸림돌이 되는 검사, 판사, 지자체, 언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싶어하는 것 같다. 국민 눈앞에서 관찰된 일들이 과연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김승현(kim.seunghy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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