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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나리오 대비한다”지만…정부, 복잡해진 '트럼프 리스크' 관리법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압도하면서 오는 11월 대선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정부의 대미외교 셈법도 복잡해졌다. '두 개의 시나리오'를 준비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없지만, 동맹을 경시하는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성이 보다 현실로 다가온 것일 수 있어서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아틀란타의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토론. AP. 연합뉴스.
동맹 공조 '연속성'은
미 대선과 관련한 정부의 기본 입장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한·미 동맹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투표까지 아직 4개월여 남은 데다 양당 후보의 공식 지명이 이뤄지는 7월 공화당 전당대회와 8월 민주당 전당대회까지는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외교부, 국방부 등 외교안보 부처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체적으로 부 내에 '바이든 팀'과 '트럼프 팀'을 꾸리고 양 측 선거 캠페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어느 쪽이 당선되든 대미 외교에서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을 고리로 바이든 행정부와 정책의 싱크로율을 워낙 획기적으로 높여둔 만큼 바이든 낙선시 후폭풍을 면밀히 사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핵협의그룹(NCG),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등 한·미 동맹 차원의 안보 관련 양자 협의체는 물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다자 간 안보 분야에서도 양국은 긴밀히 협력했다. 트럼프 재선 시 '바이든 브랜드'로 볼 수 있는 각종 협의체가 다소 변동과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작지 않은데, 이럴 경우 한국에 충격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



공고해진 한·미·일 안보 협력의 향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일 협력의 경우 양자동맹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시적인 결과가 부족하고 바이든의 정치적 성과로 간주될 수 있어 트럼프 재선 시에도 동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상대적으로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28일 트럼프의 정책 고문 등이 최근 수 주간 한·일 정부 관리들에게 트럼프가 재선 시에도 3국 간 협력 강화 기조는 유지할 방침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캠프 측은 이들이 트럼프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위해 오솔길을 함께 걸어 오는 모습. 연합뉴스.
핵무장 여론 분출도
트럼프 재선이 불러올 나비효과 중 주한미군 조정, 한국 핵무장론 논란도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26일(현지시간)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트럼프는 대북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북한 핵실험 중단 협상을 할 수 있고, 주한미군 철수도 단행할 수 있다"며 "이는 거의 확실하게 한국의 자체 핵무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미 의회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미시시피)도 지난 21일 "한국과 핵 공유 협정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북·러 간 사실상 군사동맹을 지향하는 조약 체결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핵무장론이 다시 불붙었다. 최근 통일연구원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66%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한국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답했다. 경제 제재나 외교적 고립 가능성 등 핵무기 보유에 따르는 구체적인 '대가'를 간과한 착시 효과라는 지적도 있지만, 트럼프 재선 시 미 핵우산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27일 미 대선 TV토론에서 트럼프가 발언하는 모습. AP. 중앙DB.

다만 전문가들은 아무리 트럼프라 해도 핵확산 용인이라는 '금기'를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의 거래주의적 측면을 고려하면 은연중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것 같은 뉘앙스를 비칠 수 있지만,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는 재임 시 북한과 대화를 재차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와 한국의 핵무장 용인이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도 작고,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시나리오' 저울질 과제
정부는 이런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바이든 행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트럼프 캠프의 '진의'를 파악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 모두의 당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근해야 하는 건 한국뿐 아니라 모든 미국의 동맹·우방이 공통으로 마주한 딜레마다.

'모시 토라'(혹시 트럼프)에서 더 나아가 '호보 토라'(거의 트럼프), '가쿠 토라'(확실히 트럼프)라는 말까지 나오는 일본의 경우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지난 4월 워싱턴에서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만나는 등 노골적으로 트럼프 측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4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 뒤 악수하는 모습. 강정현 기자.

한국의 경우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로키' 기조를 유지하며 보다 정교하게 양 캠프와 관계를 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바이든의 고령 및 건강 이슈가 갈수록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제3의 후보'가 극적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결국 표심은 경제, 이민, 낙태 이슈 등 국내 문제에서 갈린다는 점에서 미국 내부 분위기도 면밀히 훑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귀환 시 미국과 주고받을 손익계산서도 미리 세워둘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동맹을 비용과 편익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트럼프를 상대할 경우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임은 감당하되 반대급부로 무엇을 받아낼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주(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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