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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의 이코노믹스] RE100, 기업 부담 아닌 경쟁력·수익성 개선의 효자

재생에너지 채택 편익 분석한 그린피스 보고서 살펴보니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재생에너지는 비싸다. 국토가 좁은 한국에는 산비탈을 깎거나 염전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기억으로 좋지 않은 인식도 있다. 2023년 전 세계 전체 발전량 대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반면 같은 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9%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산업에 기여하고 주민과 함께하는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 추진을 내세웠다. 합리적·실현 가능한 목표, 비용 효율적 보급, 계통 수용성 제고, 주민 수용성 강화, 국내 산업 육성 등 5대 정책 방향으로 요약된다. 지난 정부에서 설정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서 신재생에너지 목표 30%는 21.6%로 축소해 재설정했다.

삼성전자, 30년까지 RE100하면
온실가스 감축으로 16조원 절감

정부 RPS와 민간 RE100 융합해
재생에너지 전환의 부담 줄여야

공공 적극 나서는 개발 방식으로
사업 비용 줄이고 기간 단축해야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진행 중인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의미 있는 서약이 있었다. 2030년까지 글로벌 전체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설치 용량을 3배 증가한 11테라와트(TW)로 늘리는 것이 핵심 내용인데, 한국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재생에너지 두 축인 RPS와 RE100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크게 정부 주도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와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RE100(재생에너지 전기 100%)으로 나뉜다. RPS 제도에 따르면 50만㎾(500㎿) 이상의 발전 사업자는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할 의무를 갖는다. 당초 지난 정부에서 2026년부터 의무비율 법정 상한(25%)을 지키도록 했다. 이 정부 들어 2030년으로 시기를 늦췄다.

공급 의무자가 의무 공급량을 채우는 방법은 3가지다. 우선 직접 신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를 도입할 수 있다. 다른 신재생 에너지 발전 사업자로부터 공급 인증서(REC)를 구매하거나 RPS 설비에 투자하여 REC를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다. 공급 의무자가 직접 발전 설비를 도입하는 데는 각종 현실적인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의무 공급량 이행은 많은 경우 REC 구매를 통해 이뤄진다.

신재민 기자
반면,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려는 국제 캠페인이다. 2014년 영국의 비영리단체인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과 탄소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처음 제시했다. 한국 기업은 지난 5월 현재 552개 업체가 가입했다.

이행 방식은 자체 신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 구축(직접 발전), 신재생 에너지 발전 사업 지분 참여,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장기 계약 체결(전력 구매 계약), REC 구매, 한국전력을 통해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인증 구매(녹색요금제)하는 것 등이 있다. REC는 산업용 전기보다 크게 비싸다. 녹색요금제는 기업이 원자력과 화력 등으로 생산한 전기에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해당 금액만큼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는 제도다.

RE100 하면 기업 수익 늘어난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달 의미 있는 보고서 ‘테크 기업 파워게임: 동아시아 전자산업 공급망의 재생에너지 채택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을 발간했다. 동아시아 최대 테크 기업인 삼성전자와 TSMC,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13개 기업이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채택 시 편익 규모를 예측한 보고서다. 이에 따르면 동아시아의 주요 테크 기업이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목표를 달성할 경우 경제적 편익과 환경적 편익 관점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는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우선 경제적 편익을 보자. 이는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화석연료 사용 중단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절감과 온실가스 배출권, 탄소세 등의 잠재적인 환경 비용 절감을 포함한다.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환에 성공한다고 가정할 경우 조사 대상 13개 기업은 8700만~114억2000만 달러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신재민 기자
다음으로 환경적 편익을 보자.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환에 성공한다면 이들 업체의 온실가스 감축량은 총 2억1823만t에 이를 전망이다. 이러한 감축량은 2022년 네덜란드의 연간 총배출량(1억6785만t)을 넘어서는 규모다. 13개 대상 기업 중 삼성전자의 환경·경제적 편익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 기대 편익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1억4859만t으로 2022년 칠레의 연간 총배출량(1억3701만t)보다 많았다. 비용 절감 효과는 114억2000만 달러(약 16조원)였다.

삼성전자 등 테크 기업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미루는 것은 기회비용의 혜택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삼성전자로선 대만의 TSMC와 같은 경쟁사가 제때 RE100을 달성하면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연구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기업 비용 부담을 가중한다는 통념에 반박하는 자료로서 의미가 있다. RE100 확보야말로 기업의 경쟁력과 수익 개선에 진정 필요한 활동임을 말해주고 있다.

재생에너지 관련 내수 시장 키워야

한국은 재생에너지 관련 인력과 기술·솔루션 기반을 육성해 내수 시장을 제대로 키워나가야 한다. 나아가 기업이 해외 진출을 통해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을 한국을 대표하는 성장 산업으로 만들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소형모듈원전(SMR)과 최근 정부가 발표한 포항 인근의 대형 유전 개발 등도 중장기 에너지 믹스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약 1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에 글로벌 시장과 기후 환경에는 많은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15년 이후에도 재생에너지는 세계적으로 주력 에너지원이 될 것이며 그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인 만큼 이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다만 국내에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 그리고 세계적으론 재생에너지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을 감안해 방향 설정에 유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검증된 재생에너지 자원을 대상으로 생산비를 줄여나가면서도 비중을 확대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이야말로 정책·제도 지원과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사회적 합의와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의 경우 국가 주도의 RPS와 민간 주도의 RE100을 동시에 이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자원을 확보해왔는지에 대한 의문이 많다. 이를 해소해야 한다. 양 제도의 유기적 결합이 부족했다. 그간 각종 비용이 올라가면서 재생에너지 문제는 사회·환경·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다. RE100을 충족하는 데 필요한 재생에너지 전력량은 탄소 국경 조정제도와 공급망 요건 강화,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상승 등과 같은 사업 환경 변화로 인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RE100 소요량과 RPS 법정 상한을 합하면, 총 국가 전력량의 53%(338TWh)에 해당하는 신재생에너지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RPS와 RE100 방식을 융·복합해 재생에너지 비용 증가 부담을 줄이고, NDC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안 수립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어 RPS 및 RE100을 융·복합한 단계별 달성 목표 수립을 할 때 2030년에 RPS 목표(25%)와 RE100 목표(28%)를 합한 합산목표 53% 대신 신규 복합 목표를 40% 수준으로 하는 것이다. RE100 소요량은 신청 기업 증가 추세와 이행 속도를 고려해 예상한 전력량이다.

RPS 목표를 하향 조정하면, 국민이 부담하는 기후환경기금의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또 RE100 이행에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이행 신뢰도에 저해되는 녹색요금제 비중을 줄일 수도 있다.

에너지 믹스에 신재생에너지 필수

재생에너지 확보 정책이 진행된 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그동안의 문제점을 개선해 기간 단축과 사업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 신도시 개발에서 토지 수용과 인프라 구축 및 인허가를 공공기관(LH 등)에서 주도적으로 수행한 뒤, 민간 기업에 분양해 개발 사업을 완료하는 방식을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에 적용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부지 발굴과 전력 인프라 구축 및 인허가를 공공기관이 수행하고,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분양해 설비 구축과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업 비용과 기간을 단축해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계획에 따라 해상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자원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는 덴마크와 독일 등에서 이미 도입돼 그 효과가 입증됐다. 국가 미래가 에너지 산업에 달려 있다. 적절한 에너지 믹스에서 신재생에너지는 너무 중요하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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