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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옛날은 잊어라'…TV토론서 드러난 진화한 트럼프

[특파원 시선] '옛날은 잊어라'…TV토론서 드러난 진화한 트럼프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조 바이든 대통령의 졸전으로 끝난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태도와 정책 측면에서 상황에 최적화한, 진화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목받았다.
민주당이 태어난 아이들을 '낙태'시킨다는 어불성설의 거짓말을 능청스럽게 하는 본연의 모습까지 달라지지는 않지만, 대선판에서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사안에는 자제심 내지 통제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선에 처음 나섰던 2016년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의 토론에서는 클린턴 후보 발언 중 뒤에서 서성이거나 노려보는 등 위협적 태도를 취하고 폭언성 막말을 하면서 '최악'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2020년 바이든 대통령과 토론 대결을 벌였을 때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계속 훼방놓으면서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입 닥쳐달라'(would you shut up?)는 말까지 들었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없고 쉽게 발끈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토론 태도는 대선 후보들에게 '대통령다움'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을 실망시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상당한 '마이너스'로 작용했다는 게 미국 언론의 평가다.
이런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에서 고전하자 '당신은 아내가 임신 했을 때 포르노 배우와 잠자리를 했다', '유죄를 받은 중범죄자', '길 고양이 수준의 도덕성' 등의 발언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계속 자극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기에 말려들지 않았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전처럼 주요 팩트를 왜곡한 것과는 별개로 토론 태도 면에서 노련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책 공약 면에서도 선거 승리에 초점을 맞춰 진화한 모습을 보였다.
정책 이슈 가운데 자신에게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는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경제, 불법 이민 대응 등에는 초강경 태도를 유지하면서 반대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낙태 문제는 '로우키'를 고수했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낙태 정책과 관련, 연방 대법원 결정대로 각 주(州)가 결정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 이상 나아가지 않은 것은 물론, 산모 생명이 위독하거나 강간·근친상간에 의해 임신했을 경우에는 낙태 금지법에서 예외를 해야 한다는 개인 입장까지 거론하면서 당 일각의 초강경 낙태 금지 주장과 거리를 뒀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과거 낙태 입장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낙태하는 여성도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질책을 받아 이를 번복했으며 지난 3월까지도 그가 '임신 15주 이후 낙태 금지'를 전국적으로 실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낙태 관련 스탠스는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이 2022년 6월 연방 차원의 낙태권리를 인정한 판결 '로 대 웨이드'를 폐기한 이후 실시된 전국 단위의 주요 선거에서 예상과 달리 민주당이 선전한 것을 고려한 입장으로 분석된다.
낙태 이슈를 지지층 확대의 기폭제로 사용하려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전략에 굳이 놀아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진화는 트럼프 2기 정부에 대한 우려를 더 키우는 요소다.
'정계 이단아'로 대선에 깜짝 승리해 좌충우돌했던 1기 정부 때와는 다른 나름의 치밀한 퍼포먼스가 2기 정부에서는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의회 내에서 세력적인 뒷받침이 없었던 1기 정부 때와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을 사실상 완전히 장악했다.
나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일반직 공무원들이 맡던 주요 자리를 대통령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정무직으로 바꾸는 이른바 '스케줄 F' 행정명령을 시행하겠다고 공약하는 등 나름의 구체적인 2기 구상도 마련한 상태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동맹 무시' 대외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의회 및 정부 내 견제 세력이 없어진다는 것으로, 안보에서 경제로 확대된 한미 동맹 관계가 이전과 다른 수준의 시험대에 설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이 세계정세 변화 속에서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외교적 활로를 찾고 핵능력을 고도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2기 정부가 가져올 '퍼펙트 스톰'(초대형 위기)에 대한 한국의 범정부적인 전면 대응이 긴박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solec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강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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