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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열풍이 바꾼 풍경…'의사 가운' 입고 졸업사진 찍는 초등생들

장래희망을 주제로 한 초등학교 졸업사진 촬영에서 의사 가운을 입고 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챗GPT가 이와 관련해 생성한 가상 이미지. 챗GPT 제공
" 청진기 머리를 손에 들고 앞으로 뻗어볼래요? "

지난달 서울 강남 대치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졸업사진을 촬영한 사진작가 A씨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진찰하는 의사 포즈를 가르쳐주느라 진땀을 뺐다. 이 학교 6학년 1반의 학생은 총 30명이었는데, 이 중 11명이 의사 가운을 입고 온 것이다.

당시 학생들은 졸업앨범에 들어갈 ‘꿈사진’을 찍고자 장래희망과 관련된 소품을 챙겨왔다. A씨는 “꿈사진은 6~7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작년부터 의사 가운을 입고 찍는 학생들이 확 늘었다”고 말했다.

‘장래희망’ 표현한 대치동 초교 졸업사진, 의사가 제일 많아
온라인 쇼핑몰에서 졸업사진 용도로 판매하는 의사 가운. 홈페이지 캡처
의대 열풍이 이젠 초등학교의 졸업사진 풍경마저 바꾸고 있다. 강남과 목동 등 학군지에 있는 학교를 중심으로 졸업사진 촬영 현장에 의사 가운을 입고 오는 초등학생들이 늘고 있다. 의대 증원 발표 이후 학원가에 초등 의대반이 우후죽순 등장한 데에 이어 졸업앨범에서도 의사를 향한 학부모들의 선호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앙일보가 올해 강남 대치동의 한 초등학교가 촬영한 졸업사진을 분석해보니 장래희망을 주제로 한 ‘개인 프로필 사진’에서 6학년 전교생 270명 중 48명(17.8%)이 의사를 선택했다. 통상 초등학교 졸업앨범에는 학사모 사진, 반 전체 사진 등이 담기는데, 이 중 개인 프로필 사진은 학교마다 다양한 컨셉으로 촬영한다. 이 학교는 장래희망과 관련된 복장이나 소품을 가져오는 ‘꿈사진’이 주제였다.



졸업사진을 보면 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의사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목에 둘렀다. 축구복을 입거나 악기, 마이크를 드는 등 예체능 분야의 직업을 표현한 학생이 50명가량 됐지만, 단일 직업으로는 의사가 제일 많았다. 판사복을 입는 등 법조계 분야를 나타낸 학생은 5명에 불과했다.

흰색 의사 가운과 파란색 수술복 챙겨오는 학생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 앞에 교육 과정과 관련한 광고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최근에 졸업사진을 찍은 강동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의사 가운을 입은 학생들이 다수 등장했다. 이 학교 6학년 담임 교사는 “자유 복장에 원하는 소품을 가져와도 좋다고 안내했는데 학생 2명이 흰색 의사 가운과 파란색 수술복을 챙겨왔다”며 “한 명은 청진기로 진찰하는 자세로, 다른 한 명은 팔짱을 낀 자세로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만드는 B업체 대표는 “삼성의료원 인근에 있는 학교 학생들은 죄다 의사 가운을 입고 찍는다”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간호사를 꿈꾸는 여학생도 꽤 있었는데 이젠 아예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확실히 의사가 대세”라고 말했다.


의대 증원 이후 학부모 10명 중 5명 “의대 진학 관심”
영어교육기업 윤선생이 학부모 89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3.9%가 '의대 증원 이후 의대 진학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윤선생 제공
졸업사진 속 의사 가운을 입는 학생들이 많아진 데 대해 교사들은 학부모의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목동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부장 교사는 “아이들이 아직은 초등학생이다 보니 미래의 직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기보다는 부모님의 입김이 더 크다”며 “의사 가운을 못 구한 학부모가 과학 실험실에 있는 가운을 입혀서 찍어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역 맘카페에선 졸업사진 촬영 시즌을 맞아 어린이용 의사 가운의 중고거래나 대여도 활발하다.

영어교육기업 윤선생이 지난 13∼18일 고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학부모 897명을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 의대 증원 이후 자녀의 의대 진학에 관심이 생겼다는 응답자가 53.9%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 10명 중 5명 이상이 자녀의 의대 진학을 고민한다는 의미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의사 가운 졸업사진은) 우리 아이가 사회를 주도하는 엘리트 직종에 있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투영된 현상”이라며 “부모가 아이의 미래를 정해준다는 의미에서 꿈을 ‘상속’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아이들의 자율성이나 자립성이 덜 중시된다고도 분석할 수 있다”고 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아이가 부모 직업의 영향을 받는 건 자연스럽고 유전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학교에서 다양한 직업과 진로를 체험할 수 있도록 노출을 해줘야 하고 특정 직업에 관심을 가진다면 적절한 멘토를 만나게 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가람.서지원(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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