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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130주년?…'철도의 날' 갑자기 5살 더 먹게 된 까닭 [뉴스해설]

[뉴스해설]
1899년 9월 18일 경인선 개통 당시 모습. 일장기과 성조기가 눈에 띈다. 사진 코레일
28일은 제130주년 '철도의 날'이다. 중요한 교통수단인 철도의 의미를 되새기고, 철도 종사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날이다. 그런데 매년 6월 28일을 철도의 날로 기념하기 시작한 건 사실 오래되지 않았다. 2017년부터 해서 올해로 7년째다.

그 전까지는 9월 18일이 철도의 날이었다. 서울 노량진에서 인천 제물포를 연결하는 총연장 33.2㎞의 경인선 철도가 개통한 날이다. 연도로는 1899년이다. 당시 ‘모갈(Mogul) 1호’란 이름의 미국산 증기기관차가 목재로 된 객차 3량을 달고 경인선 구간을 시속 20~30㎞ 속도로 운행했다. 모갈이란 명칭은 ‘거물’을 뜻한다.

기차가 처음 선보였을 때 육상 교통수단이라고는 우마차·가마·인력거·조랑말 등이 고작이었기 때문에 거대한 철제 몸통에 엄청난 소리를 내며 승객과 짐을 잔뜩 싣고, 철길을 달리는 열차는 당시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거물이자 충격 그 자체였을 것이다. 이날을 그동안 철도의 날로 기념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경인선 철도 개통행사 모습. 사진 코레일
그런데 철도의 날을 둘러싸고 논란도 적지 않았다. 9월 18일인 철도의 날이 '일제 잔재'라는 비판이었다. 일제 치하이던 1937년 경인선 개통을 기념한다며 일본이 9월 18일을 '철도 기념일'로 선포했고, 이날이면 철도 종사자들을 모아 신사참배를 했다는 주장이었다. 경인선 개통의 주역이 일본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게다가 일제가 건설한 철도가 우리나라의 물자를 수탈하고, 중국·러시아 등과 전쟁을 벌이기 위해 병력을 실어나르는 수단으로 악용된 점도 지적됐다. 코레일에 따르면 당시 대한매일신보에는 이런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고 한다. “철도가 지나는 지역은 온전한 땅이 없고, 기력이 남아있는 사람이 없으며, 열 집에 아홉 집은 텅 비었고, 천리길에 닭과 돼지가 멸종하였다.”

일제가 철도를 놓는다며 땅을 헐값에 사들이고, 주민들을 철도 건설에 강제 동원한 데다 철도 건설을 위한 목재를 조달하기 위해 산림도 크게 훼손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철도의 날을 둘러싼 여러 문제가 제기되면서 새로 철도의 날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갑오개혁을 이끈 김홍집. 자료 위키백과
이런 상황에서 우선 거론된 게 '6월 28일'이었다. 이날은 1894년 갑오개혁이 추진되면서 현재의 국토교통부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공무아문’ 산하에 철도국이 처음 만들어진 날이다. 당시 김홍집을 중심으로 하는 개화파는 의정부 산하에 중앙부처를 이루는 8개의 아문을 설치하고 ‘갑오개혁’을 추진했다. ‘조선왕조실록’ 중 고종실록 제31권에는 철도국의 역할을 ‘도로를 측량하여 철도가설에 대처하는 등의 일을 맡아본다’고 기록돼 있다.


지난 2016년 10월 국회의원 26명이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기관인 철도국 창설일(6월 28일)을 철도의 날로 삼아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의 숭고한 자주성을 회복하자'는 내용의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때인 이듬해 5월 국무회의 의결이 이뤄져 ‘6월 28일’을 철도의 날로 새로 지정하게 됐다.

이렇게 철도의 날이 바뀌면서 역사도 달라졌다. 기존 철도의 날은 시작점이 1899년이었지만 새 기념일은 이보다 5년 앞선 1894년이다. 이에 따라 철도의 날 기념식에 붙는 '000주년' 도 5년이 더 늘어나게 됐다. 올해를 기준으로 하면 제130주년이지만 기존 철도로는 125주년이 되는 셈이다.
 지난해 6월 28일에 개최된 제129주년 철도의 날 기념식 모습. 뉴스1
철도업계와 학계에선 “(철도국 설치는) 우리 민족 스스로 철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물류와 교통망 구축을 위한 자주적인 노력과 실천을 보여준 대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철도의 날 변경에 대한 반론과 비판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애초 철도국 설치 등 갑오개혁 자체가 친일파와 일본군의 압박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에 '일제 잔재 청산'이란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또 철도사 전문가인 배은선 전 철도박물관장은 자신의 저서인 「기차가 온다」(도서출판 지성사)에서 "초보적인 철도청이라 할 수 있는 철도국에 정작 조선인 관리는 없었다”고 지적한다. 조선인 관리가 없는 조직을 우리 조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게다가 6월 28일이 양력이 아닌 음력이란 점도 논란거리다. 이날을 당시의 양력으로 환산하면 7월 30일이다. 이 때문에 매년 7월 30일을 철도의 날로 하거나 아니면 번거롭더라도 추석과 설처럼 매년 양력으로 계산해서 기념일을 달리하는 게 맞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철도의 날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건 철도의 시작이 우리 손으로, 주체적으로 추진된 게 아닌 때문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듯 싶다.



강갑생(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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