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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프리즘] 우리 동네엔 성범죄자가 산다

최모란 사회부 기자
경기도 안산의 한 주택가 골목.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100m 남짓한 골목 안은 어쩐지 스산했다. 굳은 표정의 경찰관들은 2인 1조를 이뤄 골목을 오갔다. 경찰관이 떠난 자리는 경기 안산시의 순찰 요원들이 다시 돌아봤다. 곳곳엔 ‘방범용 CCTV 녹화 중’이라는 알림판과 360도 감시가 가능한 CCTV가 설치돼 있었다.

이 골목은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71)이 사는 곳. 야간 외출 제한 명령을 어기고 집 밖으로 나왔다가 1심에서 징역 3개월을 선고받아 구속됐던 조두순은 지난 19일 형기를 마치고 주거지로 복귀했다. 조두순의 공백기 동안 떠나있던 경찰과 순찰 요원들이 복귀하면서 골목 안 경비가 다시 삼엄해진 것이다. 인근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조두순 때문에 동네 분위기가 흉흉해서 집을 내놓긴 했는데 누가 이런 곳으로 이사를 오겠냐”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24일 경기도 수원시민들이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수원 퇴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 뒤, 주변을 행진하고 있다. [뉴스1]
수원시는 연쇄 성폭행범 ‘수원 발발이’ 박병화(41) 문제로 떠들썩하다. 2022년 10월 말 만기 출소한 박병화는 지난 5월 수원시의 한 주상복합건물로 이사했다. 수원시와 경찰 등은 즉각 박병화 거주지 주변에 방범초소를 설치하고 곳곳에 CCTV를 설치했다. 수원시는 박병화가 사는 주상복합건물에 사는 여성 입주민을 대상으로 안심 동행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논란이 되자 박병화는 “다시는 그런 일(범행)을 하지 않을 거다. 그러니 내 사생활을 지켜달라”고 경찰에 요구했다고 한다.



‘거주·이전의 자유’에 따라 만기 출소한 성범죄자도 자신의 거주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지자체 입장에선 골칫거리다. 재범 등을 우려하는 민원에 시민들을 위해 써야 할 세금을 범죄자 대책에 쏟아부어야 한다. 안산시의 경우 조두순 관련 대책으로 매년 3억원 정도를 투입하고 있다. 수원시도 박병화가 이사 온 지 2개월 만에 감시·관리 목적으로 현재까지 1억원 정도를 썼다고 한다. 박병화가 2년 정도 머물렀던 화성시도 치안·감시 등에 7억원을 사용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성범죄자가 한두 명도 아닌데 이들의 치안·감시·관리 비용을 지자체가 모두 감당하긴 어렵다”며 “정부가 전액 부담하든가, 관련 예산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공개된 전국 성범죄자 수는 3081명, 이 중 22.4%(690명)가 경기도에 산다.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에도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을 입법예고 했지만, 논란 끝에 제21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불안을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성범죄자를 피해 이사하고 있다.

개인의 거주 이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사는 것도 중요하다. 제발 22대 국회에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길 빈다.





최모란(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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