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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왕’ 어산지, 5년 만에 풀려난다

줄리언 어산지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항공기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어산지는 26일 사이판 연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한다. [AFP=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 수십만 건을 폭로한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53)가 미 정부와의 합의에 따라 유죄를 인정하고 석방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로써 수년간 이어진 미 정부와 어산지 측의 법적 다툼이 일단락되고, 어산지는 자유의 몸이 될 전망이다. 어산지는 현재 수감 중인 영국 교도소에서 풀려나면 모국인 호주로 돌아갈 것으로 전해졌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어산지는 26일 오전 미국령 사이판에서 열릴 재판에 출석해 미국의 간첩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시인할 예정이다. 혐의를 인정하면 재판에서 그는 5년형을 선고받을 예정인데, 이미 영국 교도소에서 복역한 5년의 기간을 인정받아 바로 석방될 수 있다. 어산지 측과 미 법무부와의 플리바게닝(유죄·형량 협상)을 통해 재판을 마무리하게 됐다. 어산지의 재판이 미국 본토가 아닌, 모국인 호주와 가까운 사이판 법정에서 열리는 것도 미 정부와 어산지 측의 조율 결과란 해석이다. 그간 어산지 측은 미국에서 재판받을 경우 최고 175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 송환을 거부해왔다.

뉴욕타임스는 미 법무부 대테러부서 관리가 사건 담당 판사에게 “어산지는 예정대로 26일 오전 9시 사이판 법원에 나타날 것이며 모든 절차가 끝나면 호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위키리크스 측은 성명을 내고 그의 석방과 관련, “어산지의 자유를 위해 헌신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며 그가 사이판에서 열릴 재판 출석을 위해 이날 영국 교도소를 떠났다고 밝혔다. 어산지의 변호인이었던 아내 스텔라 어산지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음 주 이맘때쯤 남편은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했다.



호주 출신으로 2006년 위키리크스를 설립한 어산지는 지난 2010년 미 정부가 기밀로 취급한 외교 문건과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를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했다. 특히 유출된 정보엔 미군이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자행한 비위가 담겨 파문이 일었다. 같은 해 어산지는 스웨덴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수배됐으나 혐의를 부인하며 2012년부터 영국에서 도피 생활을 시작했다. 2019년 그가 영국 경찰에 체포되자 미국은 간첩법 위반 등 총 18개 혐의로 어산지를 기소하고 영국에 인도 요청을 해왔다. 미 검찰은 기밀 정보를 빼내 폭로한 어산지의 행위가 언론 취재 수준을 넘은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어산지 측은 언론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며 법정 소송을 통해 맞서 왔다.

그간 어산지의 미국 송환 여부는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어산지의 모국인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미국 측에 어산지 사건의 종결을 촉구해 왔으며, 호주 의원들은 어산지의 호주 복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영국이 어산지를 미국으로 보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 곳곳에선 어산지의 미국 송환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어산지의 가족은 그가 10년이 넘는 법적 공방으로 건강이 악화했다고 전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4월 호주 정부의 어산지 귀환 요청에 관한 질문을 받고 “고려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어산지의 석방으로 인해 미 정부 역시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됐다”고 평했다.





임선영(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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