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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통합은 난센스"라던 홍준표 돌연 찬성…그뒤엔 尹·李 공약?

[월간중앙] 특별기획 대구·경북 통합론에 비수도권 술렁인다

부·울·경, 충청, 호남 등 전국 거점 통합 논의 기폭제 가능성
통합에 대한 저조한 찬성 여론, 통합적 리더십 확보는 숙제

6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구·경북 행정 통합 간담회. 왼쪽부터 이상민 행안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국토균형발전 신호탄’ … 이철우 ‘대한민국 새판 짜기’”




6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 등 4인이 만나 대구·경북 행정 통합 문제를 협의했다. 지역의 유력지인 [영남일보]는 대구시장과 경북지사의 호기로운 발언을 이 같은 제목으로 보도했다.

대구·경북 행정 통합이란 대구시와 경북도를 하나로 합쳐 인구 500만의 초광역 자치단체로 키우는 개념이다. 이는 정부 수립 후 처음 시도되는 광역지자체 간 행정 통합이기도 하다.

‘대구·경북 통합 논의를 위한 관계기관 간담회’ 명목으로 열린 이날 모임의 백미는 통합의 구체적인 로드맵. 참가자들은 2026년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 통합자치단체장을 선출하고, 7월 1일 통합 자치단체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세부 절차도 확정했다. 먼저 ▷대구시와 경북도가 시·도민이 공감하는 통합방안을 마련하고 ▷시·도의회 의결을 거쳐 ▷연말까지 국회에서 가칭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 제정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는 “대구·경북 통합이 행정 체제 개편의 선도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통합의 직·간접적 비용 지원 및 행정적·재정적 특례 부여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통합지원단’을 만들어 대구·경북 통합 지원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최대 이해 당사자인 중앙정부와 대구시, 경북도가 통합의 원칙과 절차를 확인함에 따라 TK발(發) 메가시티론은 D-2년의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행정 통합 추진과 관련해 홍 시장은 “대구·경북 통합은 지방행정개혁, 국토균형발전의 신호탄”이라고 추켜세웠고, 이철우 지사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지방 소멸도 막는 등 대한민국의 완전한 새판을 짜는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격 발표에 놀란 쪽은 대구·경북만이 아니다. 그동안 광역 행정 협력 방안을 논의하던 부산·울산·경남, 대전을 포함한 충청권 4개 시·도 역시 대구·경북 통합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는 마찬가지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대구·경북 통합 구상이 다른 시·도에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마강래 중앙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대구·경북의 통합 움직임은 전국 차원의 초광역 행정 통합 논의를 촉진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도권이나 타 시·도에서 그리 큰 관심을 두진 않았지만,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미 4년 전부터 통합의 프로세스를 차근차근 밟아왔다.

2020년 9월 대구시장(당시 권영진)과 경북지사(이철우)는 두 지자체 간 행정 통합에 뜻을 같이하고,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를 발족시켰다. 통합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은 공론화위원회에는 대구와 경북을 대표하는 공동위원장을 포함해 총 30명의 전문가, 언론인, 시민단체 관계자, 청년, 장애인, 여성대표 등이 참여했다. 위원회는 12개월에 걸쳐 시·도민 토론회, 권역별 토론회, TV 토론회, 여론조사 등 다양한 공론화 활동을 전개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대구경북행정통합 기본계획’을 작성했다. 이와 함께 ‘대구경북특별광역시 설치에 관한 특별법안(안)’과 국내 시·도 통합의 일반적 룰을 제시하는 ‘광역자치단체 행정통합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도 중앙정부에 제시하는 등 통합에 필요한 사전 정지 작업을 전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정치적 승부수?
이런 성과를 정리한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활동 백서]는 행정 통합의 요체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중앙정부의 의지와 시·도지사의 합의가 전제되고, 주민투표와 국회의 법률 제정으로 완성된다.”

그때만 해도 울림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백서에 따르면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는 통합에 합의했지만,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공론화 과정에서 ‘(통합 시·도에 주어지는) 특례가 얼마나 실현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효과적으로 대답할 수 없었다”고 백서는 아쉬움을 피력했다.

지금은 환경이 급변했다. 6월 4일 ‘대구·경북 통합 논의를 위한 관계기관 간담회’가 말해주듯 행안부와 지방시대위원회 등 중앙정부가 통합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게다가 속도감도 느껴진다. 대구·경북 통합론은 5월 18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경북이 통합해 한반도 제2의 도시가 된다”고 밝히면서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또 통합이 성사되는 2년 후 지방선거에서는 통합 광역단체장 1명만 선출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자신의 차기 지방선거 불출마까지 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에 호응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대구·경북 행정 통합 지원 방안 마련을 지시하면서 6월 4일 4자 회동이 열린 것이다.

“기존의 부·울·경 메가시티나 충청권 지방정부연합 논의에 견줘 2020년 공론화 과정을 밟은 대구·경북 통합론은 더 큰 공감대 하에서 진행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게 마강래 중앙대 교수의 관전평이다.

‘대구·경북 행정 통합은 시·도민의 삶에 전면적인 영향을 주는 의제이기는 하지만 지역의 정치 행정 엘리트들이 이해 당사자’(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백서)라고 했듯이, 행정 통합은 지역민들에게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의제일 따름이다.

지역의 밑바닥 여론이 상층부의 속전속결 기세와는 다소 결이 다른 것도 이런 연유다.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구·경북의 여론이 통합을 압도적으로 지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0년 공론화위원회가 실시한 두 번의 지역 여론조사에서 통합에 대한 찬성 응답은 40.2%(1차), 45.9%(2차)에 그쳤다.

2020년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공론화 작업이 여의치 않았던 측면은 있다. 방역 지침에 따라 주민들이 모일 수 없었고, 공론화에 필수적인 인지, 학습, 토론도 여의치 않았다는 것. 결국 온라인 공간을 통한 공론화를 추구했지만, 오프라인과 같은 밀도 높은 경험을 제공하기에는 많이 미흡했다는 평가다. 그래서 공론화위원회는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거의 1년간 진행된 공론화 과정을 “의사결정형이라기보다는 과제 발견형 탐색과정”이라고 규정했다.

문제는 뜨뜻미지근한 추세가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대구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5월 28~29일 대구·경북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행정 통합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45.5%에 머물렀다. 4년 전과 견줘볼 때 찬성 여론에 큰 변화가 없다. 다만 반대하는 응답률은 4년 전 37.7%에서 27.2%로 10% 정도 줄기는 했다. 통합을 반대하는 여론보다 찬성하는 여론이 2배가량 많은 셈이지만 찬성 여론이 절반을 못 넘긴 건 아쉬운 대목이다. 또 통합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응답도 27.2%로 4년 전 16.4%보다 10% 이상 늘었다.

찬반에 대한 의견이 없거나 반대하는 이가 54.4%에 이른다.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에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한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은 “정치인들은 통합하면 이런 게 좋아진다고들 얘기는 하는데 그건 희망사항이지 현실에서 보장된다는 법은 없다”면서 “통합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치밀한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하면 우리에게 뭐가 달라지는가”
5월 23일 대구시 산격청사에서 열린 대구·경북 행정 통합을 위한 첫 실무회의. / 사진:대구시청
그나마 경북은 찬성 의견이 근소하게나마 반대 의견보다 높지만, 대구는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을 앞서는 편이다. 경북도민이 대구시민보다 통합에 더 적극적이기는 하나 경북도 지역에 따라 편차를 보인다. 경북 북부 지역은 통합이 가져올 이득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시의회가 대구·경북 통합 반대 결의문을 채택한 적이 있는 안동을 비롯한 예천, 봉화, 영주 같은 북부 시·군은 통합 이후 대구로의 쏠림 현상을 우려한다고 (사)경상북도청년CEO협회의 박창호 회장은 전했다.

예천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박 회장은 2020년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박 회장은 “현지에서는 대구·경북 통합으로 북부권의 소외현상이 더 가속화하는 건 아닌지 마음을 졸인다”면서 “특히 안동과 예천 접경지로 이전한 경북도청 기능이 대구로 일부 옮겨갈 경우 지역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대구·경북 행정 통합은 시·도민들의 이해와 합의 없이는 성사되기 어려운 사업이다.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한 하혜수 경북대 교수는 “대구와 경북이 통합하면 우리에게 뭐가 달라지고, 뭐가 나아지느냐고 묻는 주민들이 많았다”며 2020년 당시의 경험을 소환했다. “공론화 과정에서 만난 주민들은 중앙정부에서 어떤 권한을 준다고 약속했냐고 많이 물었다. 중앙정부에서는 아무런 기별도 없는데, 우리끼리 좋아서 통합해버리는 모양새를 경계한 것이다. 예컨대 ‘너희가 좋아서 통합했으니 중앙정부는 권한을 더는 못 주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건데’라고 묻는 듯했다. 통합의 산물로 추가되는 권한과 예산이 미리 가시화돼야 여론 수렴도 용의해질 것 같다.”

통합 작업에 참여해본 이들의 견해는 통합의 방향성에 대한 총론은 잡혔지만 언제, 어떻게 진행한다는 각론은 아직 막연하다는 쪽으로 집약된다. 더 심각한 건 대구·경북 통합이 확실히 내 삶에 어떻게 이롭다는 것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처방은 제시되지만, 그 효용성에 대한 검증은 미비한 탓도 있다. 공론화 과정에서 대구·경북의 여론이 통합 쪽으로 확 기울지 않은 것도 이런 막연한 희망에 내재한 한계 때문일지 모른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대구·경북 통합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심정은 복잡다기하다. 찬반 여론 수렴 방법론과 관련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을 지낸 금창호 박사는 두 가지 방향으로의 접근을 주문한다. 하나는 ‘통합 효과’에 관한 조사이고, 또 하나는 ‘의견 수렴 방식’에 대한 조사이다.

“통합이 대구와 경북 지역 발전에 가시적인 효과가 있는지, 또 모든 지역에 긍정적인지에 대한 평가분석이 따라야 한다. 그리고 모든 시·군을 대상으로 주민 의견을 물어볼 필요가 있다. 시·군에 따라 견해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이재명이 지지하는 초광역 행정 통합
지난해 2월 13일 예천문화회관에서 안동, 예천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행정구역 통합 반대 집회.
문제는 2년 뒤의 지방선거다. 과거 1차 공론화위원회가 민선 8기 지방선거가 임박하면서 휴면기에 들어갔다. 2년 뒤의 민선 9기 지방선거도 여야 정당이 이해득실을 따져 대구·경북 통합론에 제동을 거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 윤석열 정부는 인구 감소, 지방 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과 수도권 집중을 극복하기 위해 전국 단위의 행정 체제 개편을 구상 중이다. 국가 행정시스템을 뜯어고치는 행정 통합 관련 특별법이 논의될 경우 그 일부에 해당하는 대구·경북 행정 통합 특별법 제정이 뒤로 밀릴 수도 있다고 김태일 전 총장은 짚었다.

대구·경북 주민들이 통합을 놓고 부심하는 사이 통합을 둘러싼 객관적 환경은 무르익어만 갔다. 특히 2022년 대선을 거치면서 광역지자체 통합은 국가적 어젠다로 격상됐다. 유력한 주자였던 윤석열·이재명 후보가 입을 맞춘 듯 권역별 초광역 메가시티 공약을 내놓은 덕이다.

여권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부처별로 초광역 메가시티 구축 절차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현재 국토부는 제5차 국토종합계획 수정 계획에 초광역권 구상을 전면적으로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기획재정부도 이에 조응하는 재정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며, 행안부는 행정체제 개편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행안부는 5월 13일 민선 자치 30주년에 즈음한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행정 통합에 두 팔을 걷었다.

대구·경북 행정 통합과 관련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자면 6월 16일 현재 170석을 가진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22년 대선 당시 전국을 ‘5극 3특’ 체제로 만들어 초광역 메가시티로 발전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5극 3특’의 ‘초광역 메가시티’는 수도권, 동남권, 대구·경북권, 중부권, 호남권 ‘5극’과 강원, 전북, 제주특별자치도 ‘3특’ 체제로 행정구역을 재편하자는 구상이다. 대구·경북 행정 통합은 이 공약에 수렴된다. 민주당은 대선 이후에도 원내대표가 ‘5극 3특’ 추진 의사를 밝히는 등 비수도권 광역 단위 행정체제 개편 필요성에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구·경북행정 통합은 이런 연결 고리들이 축적된 국가적 흐름을 탔다고 할 수 있다.

홍준표 시장 변심(變心)에 쏠리는 상반된 시선
지난해 7월 대구시청에서 열린 ‘국민의힘-대구·경북 예산정책협의회’ 기념 촬영에 나선 홍준표(붉은 상의) 대구시장과 이철우(앞줄 오른쪽 셋째) 경북지사. / 사진:연합뉴스
절묘한 타이밍에 이슈화를 주도한 사람은 홍준표 대구시장이었다. 당초 홍 시장은 대구·경북 행정 통합 반대론자였다. 2022년 7월 민선 8기 대구시장 취임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행정 통합을 한다는 것이 난센스 중의 난센스”라고 통합론에 초를 쳤다. 통합시 공무원이 적어도 3분의 1은 줄어드는데 그걸 감당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런 홍 시장이 앞서 봤듯 5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구·경북이 통합해 한반도 제2의 도시가 된다”고 행정 통합론에 불을 붙였다. 4년 전부터 행정 통합에 공을 들여온 이철우 경북지사가 화답하면서 대구·경북 통합론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다들 홍 시장의 변심(變心)을 궁금해했다. 홍 시장은 지난 4월 대구 자매 도시인 중국 청두시를 방문하면서 통합 의사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구 2500만의 청두시를 보면서 대구도 인구 500만의 초광역 지자체로 거듭나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마음을 굳혔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2024년의 대구·경북 행정 통합은 4년 전 그것과는 사뭇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타격감 강한 직설적 화법으로 열성 팬을 몰고 다니는 홍 시장이 통합론을 주도하고 있다. 윤 대통령 등 여권도 다각도로 적극 지원할 태세를 과시하고 있다. 모두 통합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반면, 통합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홍 시장의 갑작스러운 ‘급발진’의 배경을 의아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또 불도저같이 일을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통합에 대한 자유로운 소통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사회 일각에서 대구·경북 통합에 대한 홍 시장의 진의와 리더십에 회의적인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래서인지 홍 시장의 통합 찬성 선회와 관련해서는 ‘과정’을 보는 쪽과 ‘결과’를 중시하는 쪽으로 관점이 나뉜다.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은 얼마 전 [매일신문] 기고문에서 “광역 행정 단위를 넘어서는 초광역 비전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반기면서도, “정치적 허영이나 공명이 앞서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대선과 같은 정치적 득실을 따져 대구·경북 통합론을 불쑥 제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일각의 염려가 서린 대목이다. 김 전 총장은 “홍준표 대구시장은 2022년 민선 8기 출범 당시엔 통합이 필요 없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지금와서 갑자기 대구·경북 통합을 들고나와 막 밀어붙이는 듯하다”고 [월간중앙]에 언급했다.

나아가 시·도민의 합의와 의견 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통합 지자체의 명칭, 법적 지위 등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는 방식도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장은 “어떤 의제를 던졌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철회하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곤란하다”며 차분한 접근을 당부했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는 현행 대구·경북 통합론에서는 민·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표했다. 밀어붙이고 보는 홍 시장 스타일상 대구 공무원들은 시키는 대로 일만 해야 하므로 공론화에 필요한 진행 상황이나 관련 정보들이 외부로 전파되지 않는다는 것. 이 대표는 “지역 정치권이나 여론 주도층에서도 통합과 관련된 돌아가는 정보를 접할 통로가 없어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관전평을 내놓았다.

삶의 질 한 단계 끌어올릴 목민관 될까?
이재혁 대표도 2020년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위원으로 일했다. 그에 따르면 행정 통합에는 이런저런 장단점이 따르게 마련이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공론이 만들어지고, 타 시·도에까지 롤모델로 파급된다. 그런 숙의 과정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이 대표의 아쉬움이다. “지금은 홍 시장이 한마디 하면 그게 정답으로 굳어지는 상황이다. 주민 입장에서는 통합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기분에 빠져들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통합 논의가 활성화되거나, 업무 추진에 탄력이 붙기 어렵다.”

2020년, 2021년의 대구·경북 행정 통합론은 지역민들의 유보적인 반응, 2022년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일정 등으로 수면 아래로 잠복하고 말았다. 그랬던 통합론이 다시 전국적 관심사로 등장한 것과 관련해 홍 시장의 정치적 영향력과 SNS 파워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지방도시 살생부-’압축도시’만이 살길이다]의 저자인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홍 시장의 의도에 대해서는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 홍 시장이 행정 통합을 내걸었다는 것만으로도 통합의 동력이 될 수 있기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학자로서의 기대감을 피력했다.

경상북도청년CEO협회의 박창호 회장도 홍 시장의 이슈 파급력에 주목하는 케이스다. 그는 “홍 시장이 시선을 끌고자 말을 세게 하는 편이지만, 이슈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힘은 있다”면서 “지금의 대구·경북 행정 통합 국면에서는 홍 시장의 발언이 주목받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다”라고 평했다.

“좌우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한국에서는 어떤 사안이든 정치적 해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정치적 배경을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 입장에서 중요한 건 흔들리지 않고 행정 통합을 향한 여정을 밟아나가는 것이다.”

홍 시장 행보에 대해서는 이렇듯 평가에 명암이 엇갈린다. 그의 진면목은 약속의 실행 여부에 달려 있다. 연말까지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2026년 7월 통합 지자체가 출범한다면? 오랜 세월 통합의 내실을 다져온 이철우 지사와 함께 홍 시장은 대구·경북주민들의 실질적 삶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린 목민관으로 기억될 것이다.


-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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