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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빼고 ‘피벗’에 원·달러 환율 1400원 목전…연기금 외환 스와프 긴급 증액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다시 급락(환율은 상승)해 1400원에 근접하자 외환당국이 대응에 나섰다. 캐나다·유로존 등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서자 상대적으로 달러 강세가 심화한 영향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 일정이 명확히 나오지 않는다면, 당분간 이러한 강달러 기조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율 불안에 “연기금 달러 스와프 증액”
외환당국 움직임은 21일 아침부터 급박하게 돌아갔다. 오전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공단과 2024년 말까지 외환 스와프 거래 한도를 기존 350억 달러(약 48조6000억원)에서 500억 달러(약 69조425억원)로 증액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근영 디자이너

외환 스와프란 외환당국의 달러와 국민연금의 원화를 일정 기간 맞바꾸는 제도다. 통상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에 쓰는 달러를 현물환 시장에서 매입해 쓴다. 하지만 달러 스와프를 통하면 외환당국에게서 달러를 조달하기 때문에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를 구할 필요가 없어진다. 외환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의 달러 수요를 일정 부분 외환당국이 흡수하는 효과가 있어 달러 값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미국 빼고 금리 인하에 달러 강세 커져
외환 스와프 한도 증액은 최근 심화하는 달러 강세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나왔다. 올해 초 1300원 초반대를 유지했던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면서, 최근 1380원대까지 급락(환율은 상승)했다. 특히 비(非) 미국 국가들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달러 가치 상승은 더 커졌다. 실제 캐나다와 유로존은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지난달 2% 목표 물가에 도달한 영국도 8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라가르드 ECB 총재. AFP=연합뉴스



한국도 정부와 여당이 연일 ‘조기 인하론’을 압박하는 분위기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금리를 인하할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도 “고금리로 인해 국민의 민생고가 커지는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는 오는 27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를 국회로 불러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된 안건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은이 조기 금리 인하에 나설지는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미국보다 먼저 ‘피벗(Pivot·통화 정책 전환)’에 나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원화 약세를 키울 수 있다. 실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장 초반 1390원대까지 떨어져(환율은 상승), 1400원 돌파를 눈앞에 뒀었다. 하지만 국민연금 외환 스와프 증액이 발표되자 하락 폭이 줄면서, 달러 대비 원화 값은 전 거래일보다 3.6원 내린 1388.3원에 거래를 마쳤다.

美 피벗 없으면, 환율 불안 계속될 것
외환당국 대응에 달러 강세가 다소 누그러졌지만, 미국의 피벗 시점이 명확히 나오지 않으면 환율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최근 미국의 주요 경기 지표들이 냉각 조짐을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뉴스1

2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집계한 지난주(6월 9∼15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23만8000건)는 시장 전망치(22만5000건)를 웃돌았다. 미국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직전 주간(6월 2∼8일)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24만3000건)으로 오른 데 이어 지난주에도 예상치를 넘어서면서 노동 시장 냉각 가능성을 높였다. 같은 날 발표한 신규 주택 착공 건수도(127만7000건) 예상치(135만2000건)를 하회하면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규 주택 착공 건수가 줄면 시차를 두고 주거비가 하락할 수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비중이 큰 주거비가 하락하면 CPI 상승률도 둔화하는데, 그만큼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환율 불안은 미국의 피벗 시점이 밀리면서 시작했는데, 여기에 유로존이 금리를 낮추면서 더 촉발한 측면이 있다”면서 “당장의 달러 강세를 쉽사리 막기는 힘들지만, 미국 경기가 냉각 조짐이 있어 결국 하반기로 갈수록 환율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김남준(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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