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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감세·법치'로 보수 정체성 강화…'텃밭' 보는 용산 노림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9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대통령실이 보수 정부의 전통적 키워드인 안보와 감세, 법치주의를 내세우며 윤석열 대통령의 보수 정체성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종부세 폐지 선언과 대북 확성기 재개, 의료계 집단행동 엄정 대처가 대표적 사례다. 여권 일각에선 총선 직후 비선 논란을 일으킨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설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 이후 등 돌린 전통적 지지층을 향해 용산이 구애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야당과의 협치를 통한 중도 확장 대신 지지층 결집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월 이후 TK(대구·경경북)의 부정 평가가 과반에 육박하며 20%대(한국갤럽)를 맴돌고 있다.

안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북한 오물풍선 도발에 대한 강경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2일 북한의 행태를 “더러운 협박”으로 규정한 뒤 남북 9·19 군사합의 효력 중지(4일)와 대북 확성기 재개(9일)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비열한 방식의 도발을 감행한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표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방북 비용 대납 의혹으로 9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유죄 판결에 대해서도 “평화는 돈으로 구걸하는 게 아니다(9일 브리핑)”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해병대원 특검법 이후 수세에 몰렸던 대통령실이 다시 안보 주도권을 잡으려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6일 제안한 종부세 폐지와 상속세 30%대 완화 감세 카드 역시 지지층 달래기의 일환이란 해석이 나온다. '강남 3구+용산' 등 남부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고가의 아파트를 보유한 보수층을 향한 메시지란 것이다. 대통령실은 다만 상속세의 경우 중산층까지 영향을 받는 광범위한 세제 이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한국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20위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면서도 “조세 정책에선 국민 부담 증가로 순위가 하락해 세제 개편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해 윤 대통령이 다시 원칙론으로 돌아선 것도 눈에 띈다. 정부는 총선 뒤 2000명 의대 증원분은 유지하되, 정원 모집 수를 대학 자율 (50~100%)에 맡기며 실질적인 의대 증원 규모를 1500여명으로 줄였다. 전공의 사직서 수리도 수용했지만, 최근 의협 총파업에는 다시 법치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환자를 저버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고려제약 리베이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의사 1000여명이 불법 리베이트를 받았다”며 의료계를 겨냥한 대규모 수사도 예고한 상태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과의 오·만찬을 이어가며 당정 원팀도 내세우고 있다. 18일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단과의 만찬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똘똘 뭉쳐 원팀이 되자”며 “현 정국을 나이브(안이)하게 봐선 안 된다. 치열하게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 입장에선 당장의 지지층 결집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화영 판결 뒤 사법리스크가 부각된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도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태인(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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