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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 같은 명령에 죽은 내 아들…" 훈련병 수료식날 엄마 울분

19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 얼차려를 받는 중 사망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훈련병의 추모분향소가 마련돼 한 군장병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 쓰러져 숨진 박 모 훈련병의 어머니가 19일 군인권센터를 통해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군에 대한 원망을 담은 편지를 공개했다. 이날은 강원 인제군 인제읍 남북리 인제체육관에서 12사단 신병교육대대 수료식이 열린 날이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12사단에 입대하던 날 생애 최초로 선 연병장에서 엄마 아빠를 향해 ‘충성’하고 경례를 외칠 때가 기억난다. 마지막 인사하러 연병장으로 내려간 엄마 아빠를 안아주면서 ‘군 생활할만할 것 같다’며 ‘걱정 마시고 잘 내려가시라’던 아들의 얼굴이 선하다”며 글을 시작했다.

이어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등을 다독이던 우리 아들. 이제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며 아들을 그리워했다.



그러면서 “우리 마음을 군대는 알까? 이 나라의 우두머리들은 알까? 아들이 입대하러 하루 먼저 가서 대기하다가 군말 없이 죽어 간 것을 그들은 알까? 대낮에 규정에도 없는, 군기훈련을 빙자한 광란의 질주를 벌이고 있는 부하를 두고 저지하는 상관 하나 없는 군대에서, 살기 어린 망나니 같은 명령을 받고 복종하는 병사들의 마음을 알까?”라며 울분을 토했다.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육군 12사단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 사건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눈물을 닦고 있다.  군인권센터와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는 12사단 사건 가해자를 엄단하고 진상규명에 착수할 것을 종부와 경찰에 촉구했다. 뉴스1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하게 훈련시켜 수료식 날 보여드리겠다’던 대대장의 말을 기억한다. 우리 아들의 안전은 0.00001도 지켜주지 못했는데 어떻게, 무엇으로 책임질 것이냐”고 물었다.

이어 “망나니 같은 부하가 명령 불복종으로 훈련병을 죽였다고 하실 것인가 아니면 아들 장례식에 오셔서 말씀하셨듯 ‘나는 그날 부대에 없었다’고 핑계를 대실 것인가, 아니면 ‘옷을 벗을 것 같습니다’라던 말씀이 책임의 전부인 것이냐”고 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다시 온다면 묻고 싶다. 팔다리가 굳어가고 근육이 녹아내리고 호흡이 가빠올 때 숨이 안 쉬어지고 아프다고 얘기하고, 더 일찍 쓰러지는 척이라도 하지 그랬느냐”면서 “괜히 잘못했다가는 자기 때문에 중대장이 화가 나서 동료들까지 가중되는 벌을 받을까 무서웠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뛸 수도 없이 굳은 팔다리로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며 얕은 숨을 몰아쉬는 아들에게 중대장이 처음 한 명령은 “야! 일어나 너 때문에 뒤에 애들이 못 가고 있잖아!”였다고 한다”고 했다.

어머니는 “군이 처음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에게 씌운 프레임은 ‘떠들다가 얼차려 받았다’”라며 “나중에 알고 보니 동료와 나눈 말은 ‘조교를 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네’ 같은 말이었다고 한다. 자대 배치를 염두에 두고 몇 마디 한 것일 뿐일 텐데 그렇게 죽을죄인가”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군장을 다 보급받지도 않아서 내용물도 없는 상황에서 책과 생필품을 넣어 완전군장을 만들고 총을 땅에 안 닿게 손등에 올려 팔굽혀펴기를 시키고, 총을 떨어뜨리면 다시 시키고, 잔악한 선착순 달리기를 시키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구보를 뛰게 하다가 아들을 쓰러뜨린 중대장과 우리 아들 중 누가 규칙을 더 많이 어겼느냐”고 지적했다.

박 훈련병이 쓰러진 이후 군의 초기 대응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아들은 죽어가고 있는데 군에서 어떤 사람이 전화 와서 부모가 올라와야 한다고 하더니 저희가 빨리 올라올 수 있는 교통편을 알아봐 주겠다더라”면서 “우리가 어떻게 갈지가 아니라 아들을 어떻게 큰 병원으로 옮길지 고민하라고 말해줬다. 참 기가 막혔다”고 했다.

이어 “그러더니 제게 어느 병원으로 보낼지 결정을 하라더라”면서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부모의 선택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그런 생각도 든다”라고도 했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오늘은 12사단 신병대대 수료식 날인데, 수료생 251명 중 우리 아들만 없다”며 “대체 누가 책임질 것이냐. 국가의 부름에 입대하자마자 상관의 명령이라고 죽기로 복종하다 죽임당한 우리 햇병아리, 대한의 아들이 보고 싶다”고 호소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19일 오전 서울 용산역광장에 지난달 육군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 숨진 훈련병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12사단 훈련병 시민 추모 분향소에서 휴가 나온 한 군 장병을 비롯한 시민들이 헌화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군인권센터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시민 추모 분향소’를 운영한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이날 오후 6시부터 분향에 참가한 시민들을 맞이할 계획이다.

이 사고와 관련해 강원경찰청 수사전담팀은 지난 18일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중대장(대위) A씨와 부중대장(중위)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 등은 지난달 23일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박씨 등 6명을 대상으로 군기훈련을 실시하면서 군기훈련 규정을 위반하고, 사고를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박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박씨는 20㎏ 완전 군장한 상태에서 구보와 팔굽혀펴기 등을 하다가 쓰러진 뒤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됐으나 치료 중 상태가 악화해 같은 달 25일 사망했다. 박씨의 사인은 열사병으로 인한 다발성장기부전을 동반한 패혈성 쇼크로 확인됐다. 군기훈련 규정에 따르면 팔굽혀펴기는 맨몸인 상태에서만 할 수 있다.



조문규(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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