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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푸틴과 이례적 언론 발표까지...핵심은 '산책 내담'에 있다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있다. 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19일 북한을 국빈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정상 국가 지도자들처럼 정상회담 뒤 이례적 언론 발표도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의 '앙꼬'는 산책과 다도 등 비공식 회담에서 나올 전망이다. 포탄과 기술 교환 등 '나쁜 거래'는 이런 내담(內談)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푸틴의 방북은 이틀 일정이지만, 러시아 극동 사하(야쿠티야) 공화국 야쿠츠크와 베트남 방문이 앞뒤로 이어져 있어 실제 체류 시간은 만 하루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측이 세부적인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기존 푸틴(2000년 7월)·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2019년 6월)의 방북 일정으로 미뤄 정상회담 외에도 화려한 환영 행사와 연회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18일 저녁 평양에 도착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주요 전체 일정은 19일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정상회담, 해방탑 헌화, 공연 관람 등 주요 행사를 만 하루 만에 빡빡하게 소화할 것이란 얘기다.

김정은은 푸틴의 전용기가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푸틴 대통령을 직접 영접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평양을 찾는 외국 정상을 최고지도자가 직접 공항에서 맞이하는 방식으로 환대하곤 했다.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방북, 2019년 시진핑 주석 방북 당시에도 김정은이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직접 영접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16일 열린 평양 화성지구 2단계 살림집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승용차에서 내리고 있다. 이 차량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 김 위원장에게 선물한 러시아산 최고급 승용차인 아우르스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공항에선 예포발사, 양국 국가 연주, 명예위병대 사열 등 환영 행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숙소로 이동하는 길에 연도 환영행사와 카퍼레이드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양국 정상이 무개차에 오르거나 푸틴 대통령이 지난 2월 김정은에게 선물한 자국산 최고급 자동차인 '아우루스'(Aurus)가 동원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통일부가 배포한 「북·러관계 현황」 참고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2000년 푸틴 방북,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주석, 20019년 시진핑 주석 방북 당시에도 10만여 명을 동원해 평양 시내 주요 도로에서 연도 환영 행사를 진행했다.

숙소는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금수산영빈관일 가능성이 크다. 금수산영빈관은 2019년 시진핑 주석 방북 때 숙소로 사용됐다. 실제로 미국의 민간 위성 서비스인 '플래닛 랩스'가 금수산영빈관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주변의 수목이 최근 정리된 모습이 포착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9넌 6월 20일 평양거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카페레이드를 하며 거리의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CCTV 화면 캡처, 연합뉴스
우샤코프 크램린궁 보좌관에 따르면 19일에는 공식 환영식을 시작으로 의장대 사열, 양측 대표단 소개, 기념사진 촬영을 진행한 직후 회담이 시작된다. 회담 장소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백화원 영빈관일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양국 정상은 산책과 다도를 겸한 일대일 비공식 회담에서 대화를 이어 나가며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는 게 크렘린궁의 설명이다. 여기에 긴 시간이 할당돼 있고, 필요에 따라 양측 대표단 일원이 참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회담 후에는 양 정상이 공동 문서에 서명한 뒤 이를 언론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9월 정상회담 당시에는 없던 일정이다. 김정은이 정상회담 뒤 언론 앞에 나서는 것 자체가 2018년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가 유일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이례적 행보보다 대내외에 공개가 안 될 북·러 정상 간 산책과 다도 일정을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양 정상의 만남을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첨단 군사기술 교류와 같이 공개하기 어려운 민감한 사안들이 비공식 회담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는 모습. 김정은은 푸틴 대통령의 안내를 받아 우주기지를 둘러보고, 회담을 한 뒤 연회에 참석했다. 노동신문, 뉴스1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상회담 의제를 포괄적으로 넓혀 나열해 놓으면 군사협력 같은 사안이 순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북·러 양국이 냉전 이후 최고 수준의 협력 틀을 짜고 있는 만큼 비공식 회담에서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푸틴과 김정은은 공연도 관람할 예정이다. 외교가 안팎에선 김일성광장에서 공연이 개최될 가능성이 나오는데, 이곳에 대형 구조물이 설치된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6·25 전쟁 당시 전사한 소련군을 추모하는 해방탑 참배도 빠질 수 없는 일정이다. 그는 2000년 첫 방북 당시에도 2일 차 첫 일정으로 해방탑을 찾아 헌화했다.

마지막 일정은 김정은 주최 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양 정상은 연회에서 우의를 다지며 차례로 연설한 뒤 공항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고 수준의 환대를 통해 양국 간 우위를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국 간 밀착을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력화하는 동시에 러·북 관계가 앞으로 전략적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것이란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영교(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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