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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좀치료 둔갑한 미용시술로 '19억 꿀꺽'…보험사기 작년 1조

지난달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으로 검거된 병원장 및 조직폭력배, 브로커 등 일당에 대한 브리핑 현장에 가짜 환자 병원 의무기록과 보험금 청구 서류 등 압수품이 공개돼 있다. 뉴스1
대구 중구의 A 의원은 리프팅 등 비급여 피부미용 시술 뒤에 '무좀 치료'를 한 것처럼 진료기록·영수증 등을 조작했다. 무좀에 실손보험 적용이 되는 걸 악용해 환자를 '무료 시술' 등으로 유인한 뒤 다른 환자로 소개가 이어지면서 확장됐다. 이렇게 몇 년간 환자 수백명을 통해 보험금 19억원을 챙겼다.

하지만 중구가 아닌 인근 달서구 40~50대 여성의 고가 레이저치료 청구가 급증한 걸 의심한 보험사에 꼬리가 잡혔다. 지난해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달 이곳 병원장·상담실장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환자들의 공모 여부 등을 추가 조사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무좀 치료를 악용한 보험사기 적발이 늘고 있다. 이전보다 수법이 발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보험사기가 조직화·대형화하는 양상이 뚜렷해지는 것과 달리, 해당 범죄에 대한 법적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오는 8월께 내놓을 새로운 양형 기준이 향후 보험사기 추이의 고비가 될 거란 전망이다.
김영옥 기자
보험사기 전문·조직화 뚜렷…MZ조폭 뛰어들기도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액은 1조1164억원, 적발 인원 10만9522명으로 각각 전년 대비 3.2%, 6.7% 증가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크게 늘었다. 특히 최근 보험사기는 전문·조직화하거나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트렌드를 보인다. 지난달 금감원·서울경찰청이 이른바 'MZ 조폭'이 차린 컨설팅 업체를 낀 허위 수술로 21억원을 타낸 의료진과 브로커 조직 등을 적발한 게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이 내부자 제보를 독려하고, 보험사가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조사에 활용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지만 걸러내긴 쉽지 않다. 한 유형을 적발하면 또 다른 트렌드가 불거져 나온다. 최근 사망 경위를 알 수 없는데도 중국·베트남 등 해외에서 상해 때문에 숨졌다고 사망보험금을 허위 청구하는 사례가 새로이 돌출되는 식이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보험사기가 점점 고도화되고 조직화할 가능성이 크다. 증가세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강도는 대체로 약한 편이다. 보험연구원이 법원행정처 통계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보험사기죄 1심 선고(형사재판)에서 벌금형이 선고된 비율은 38.9%에 달했다. 반면 유기징역 실형이 선고된 건 22.5%에 그쳤다. 같은 해 일반 사기죄는 유기징역 실형 60.8%, 벌금형 7.3%인 것과 대조된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3년 새 큰 변화가 없었다.
보험사기 일당이 탑승한 차량이 지난해 5월 경기도 의정부 시내 사거리에서 유턴신호 대기 중 반대차로에서 신호위반해 직진해오던 차량을 본 뒤 유턴 신호에 맞춰 그대로 유턴해 고의 사고 일으키는 장면.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처벌 수위 약한 편…8월 양형 기준 강화될까
보험사기가 상대적으로 초범·소액 비율이 높은 등의 이유가 있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별도 양형 기준이 없어 경미한 처벌로 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기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특별법이 2016년부터 시행됐지만, 여타 범죄와 구분되는 양형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 사기에 못 미치는 관대한 처벌이 보험사기를 용인하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4월 보험사기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신설하기로 했고, 8월 중에 구체적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형량 범위, 집행유예 기준 등이 생기는 만큼 갈수록 늘어나는 보험사기의 감축·예방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된 셈이다. 특히 일반인을 넘어선 브로커 조직화, 보험제도 근간 훼손 같은 특수성을 고려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험사기 피해액이 큰 경우가 적지 않고, 선량한 일반 보험 가입자에도 피해를 주는 만큼 일반 사기보다는 양형 기준이 강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무조건적인 처벌 강화가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는 "단순 가담 환자 등 연성 보험사기까지 세게 처벌하기보단 자동차사고나 병원 연계 조직 등 유형·특성별로 양형 기준을 세분화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보험사기를 줄이려면 보험사·당국 등의 초기 조사를 강화해 검거율을 올리는 한편, 의료계 과잉진료 관리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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