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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동행복지수에 반영된 한국사회 현주소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
아동의 행복은 한국사회 전체의 행복과 직결된다. 어렸을 때 행복하지 않은 아이가 성장해 행복하기가 쉽지 않고, 그런 구성원이 많은 공동체를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의 아동들은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수면·여가 등 건강한 성장을 위한 필수 시간마저 공부에 할애하느라 행복감을 못 느끼는 아이들을 보면 긍정적인 답을 내놓기 어려워 보인다.

초록우산이 발표한 ‘2024 아동행복지수’는 우리나라 아동 행복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이었다. 민간 차원에서 보기 힘든 규모인 전국 아동·청소년 1만140명을 조사한 결과다. 아이들의 공부 시간은 증가 추세였고, 선행학습을 위해 주말에도 학원에 다니는 아이가 절반을 넘었다. 공부에 압박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았고, 가족과의 주된 대화 주제가 공부인 경우도 상당했다. 심지어 불면을 겪는다는 아동이 13%나 됐다. 이유는 다양했으나, 많은 아이가 해야 할 일이 많고 걱정스러워 잠 못 든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이니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아이들의 볼멘소리를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공부 걱정에 잠도 못 자는 아이들
거주 지역 따라 행복지수 불균형
교육환경 개선, 가정 역할 확대를

일러스트=김회룡
이번 조사에서 아동 행복의 지역 불균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동행복지수가 높았던 지역의 아동은 상대적으로 공부에 대한 압박을 덜 느끼고 있었다. 이들은 좋은 여가를 보내거나 학교에서 친구나 선생님과 교류하는 시간도 많았다. 반면 사교육 시간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의 아이들은 아동행복지수가 비교적 낮았다. 사는 지역에 따라 아동의 상대적 행복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학교는 아이들이 교육을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각 지역의 학교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아동 행복을 증진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인간관계와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언제 어느 지역에 살든지 학교 중심으로 균형 있는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것이다. 다양한 성장 경험을 하는 학교만큼 아이들에게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 제격인 곳은 없다. 이를 위해 공교육의 위상을 높이고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특정 지역의 학급 과밀 현상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학교 못지않게 가정의 교육적 역할도 중요하다. 물론 단순히 가족과 시간을 같이 보낸다고 아이가 행복해하지는 않는다. 핵심은 유대 관계의 질이다. 가정이 가족과 어울리는 즐거운 경험 공간, 학업과 정서적 성장의 균형을 찾는 안식처가 될 때 아동은 행복을 느낀다. 아동행복지수 조사에서는 가정에서 공부로 인한 압박이 덜하고, 부모 등 양육자와 함께하는 활동이 많은 지역의 아동이 상대적으로 행복해했다. 특히 보호자와 주말 및 여가를 공유하며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아동의 행복지수(100점 만점)가 45.42점이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8.24점이나 높은 점수다. 이 차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동 교육을 위해 학교와 가정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워낙 얽히고설킨 문제여서 통합적 접근이 쉽지 않았을 뿐이다. 공부 부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불면까지 호소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논의를 이어 가보면 어떨까. 실제 아동 행복 수준이 높은 국가들은 학교와 가정의 교육적 역할이 잘 갖춰진 곳들이 많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의 ‘2024년 세계 행복 보고서’를 보면 핀란드·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의 아동·청소년 행복 관련 지표가 평균적으로 높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22개국의 어린이·청소년의 행복감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네덜란드와 노르웨이가 각각 1, 2위였다.

초저출산 현상으로 우리 공동체의 존속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이들 교육 문제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절박한 현안이다. 지금 한국사회를 사는 아동의 삶의 실상이 고스란히 투영된 아동행복지수 같은 기초 자료가 사회적 숙의를 위한 작은 마중물이 되면 좋겠다. 미래 세대의 행복과 공동체의 백년대계를 다루는 공론의 장을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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