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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나라 팔라우에 中 추정 사이버 공격…日 "돕겠다" 나선 까닭

대만과 25년째 수교 중인 남태평양의 섬나라 팔라우가 중국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팔라우 정부는 자국이 대만을 공식 수교국으로 인정한다는 이유로 중국의 공격 타깃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를 계기로 대만·일본·미국 등에서는 팔라우의 디지털 방어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강화하자는 논의가 촉발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남태평양 섬나라이자 대만과 수교중인 팔라우가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팔라우 정부는 대만을 공식 수교국으로 인정하는 나라라서 중국의 해킹 타깃이 됐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수랭걸 휩스 팔라우 대통령은 "이번 사이버 공격은 팔라우가 받은 공격 중에 최대 규모였다"면서 "이번 공격은 정치적으로 주도되었고, 중국이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팔라우는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은 전 세계 12개국 중 하나다.

해당 사건은 앞서 지난 2일 뉴욕타임스(NYT)가 팔라우 재무부 등 정부기관에서 지난 3월 기밀문서 2만건 이상을 도난당했다고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문서는 한 달 뒤인 4월 다크 웹(범죄 등에 악용되는 암호화된 인터넷망)에 올라왔다. 팔라우에 설치된 미국 레이더의 위치, 팔라우를 방문한 일본 해군 선박 탑승자 목록, 일부 미군·일본군의 신원, 미국·일본·이스라엘 등과의 외교적 교류를 담은 문서가 버젓이 노출됐다고 NYT는 전했다.

대만과 25년째 수교 중인 남태평양의 섬나라 팔라우가 중국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일러스트 챗GPT



이후 사이버 범죄그룹 '드래곤 포스'가 이번 공격을 자신들이 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 측이 드래곤 포스에게 사이버 공격의 '하청'을 맡긴 것으로 보고 있다. 매체는 "금전적 요구가 없었던 만큼, 순수하게 팔라우를 괴롭히기 위한 공격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군 시설이 있는 팔라우는 분쟁 시 대만을 방어하는 데 사용될 중요한 항로가 지나기 때문에 팔라우를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첨예하다.

2023 한-태도국 양자 정상회의에서 팔라우 수랭걸 휩스 주니어 대통령이 회담 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日 "태평양 섬나라 사이버 훈련국 기존 3배로"

대만 정부는 해당 공격을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단,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대만 정부 관계자는 "대만은 글로벌 인터넷 보안을 방해하는 악한 의도를 가진 이들과 해커 그룹을 비난한다"고 했다. 이어 "빈번한 사이버 공격의 표적이 되어온 대만도 팔라우의 상황을 이해한다"면서 "대만은 팔라우의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부연했다. NYT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대만·일본·미국에서 팔라우의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자는 논의가 촉발됐다"고 전했다.

대만과 우호국들은 최근 들어 태평양 섬나라의 사이버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지난 4월 일본 총무성은 팔라우 등 태평양 섬나라에서 실시하는 사이버 방어 훈련 대상국을 기존 5개국에서 16개국으로 약 3배 늘리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주요 사이트가 악성코드에 감염되는 등 사이버 공격 상황을 가정한 모의훈련을 일본이 실시하고, 각국 정부·기업 보안 담당자들이 방어 노하우를 전수받는 식이다.


수랭걸 휩스 팔라우 대통령(왼쪽)이 6월 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사이버 공격과 관련, 휩스 대통령은 “중국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대만과 팔라우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일본이 나서 태평양 섬나라를 챙기는 이유는 일본에 연결되는 해저 케이블이 이 지역을 지나기 때문이다. 사사카와(笹川) 평화 재단의 태평양 전문가인 시오자와 히데유키(塩澤英之)는 NYT에 "태평양 섬나라의 사이버 보안은 열악하다"면서 "일본과 대만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은 어떤 개입도 하지 않았고 모든 사이버 공격에 반대한다"고 자신과 무관함을 주장했다. 또 "팔라우가 타당한 증거도 없이 성급하게 결론 내리고 근거 없는 비난·비방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외신들은 향후 대만 수교국·우방국을 향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대만을 두고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중국이 식수원·전력망·교통 서비스 등 미국과 동맹국 기반 시설에 사이버 공격을 가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실제 미국의 군사 기지가 있는 괌의 상수도 네트워크에 중국 해킹그룹 볼트 타이푼이 침투한 적이 있다.

팔라우 대통령 "중국, 올 11월 대선 개입 우려"
팔라우 측이 우려하는 또 하나는 자국 대선에 중국이 개입할 가능성이다. 휩스 대통령은 5일 로이터에 "중국이 올해 11월 팔라우 대선에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대만을 주권 국가로 인정하기 때문에, 나는 중국의 눈에 '적'이다"면서 "중국은 자신들에 우호적인 다른 이를 대통령으로 앉히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0년 대선 후보 시절, 미크로네시아 주재 중국 대사로부터 "당선되면 대만과 관계를 끊으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중국 대사는 "관광객 백만명이 필요하면, 백만명을 줄 수 있다"면서 "우리에겐 15억명이, 대만에는 2200만명이 있다. 간단한 경제 문제"라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중국이 지난달 팔라우 정부에 "대만과 단교하면 대가로 관광 수익 등 경제적 이익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CNA)가 보도했다.
34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 남동쪽 바다에 위치한 팔라우의 에메랄드빛 바다. 필리핀에서 동쪽으로 550마일(약 885㎞) 떨어진 팔라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간 미국 통치를 받다가 1994년 독립했지만, 여전히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 중이다. 중앙포토





서유진(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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