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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의료인 "나만 위하면 이기적"…36도 폭염에도 빈민촌 간다

황옥남 전 영동대 간호학과 교수가 5일 캄보디아 주민에게 건강증진 교육을 하고 있다. 황 전 교수는 디지털헬스를 활용한 비감염성질환(NCD) 관리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고 있다. 프놈펜=신성식 복지전문기자

5일 낮 12시 캄보디아 프놈펜 서북쪽 1시간 거리의 빈민촌 언동마을. 섭씨 36도, 체감온도 44도이다. 이 지역은 프놈펜 개발 과정에서 밀려난 저소득층 1000여 가구가 산다. 에어컨이 있는 집은 없고 선풍기도 간간이 보인다. 수돗물도 여러 가구가 공동으로 쓴다.

황옥남(70) 매니저가 들어서자 마을 옆 작은 저수지에서 조개를 잡아오던 주민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일부는 해먹에 올라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다. 황 매니저는 컴컴한 집안으로 들어가 "몸이 어떠세요?"라며 할머니의 다리를 주무른다. 할머니는 "고맙다"며 불편한 몸을 일으킨다. 뇌졸중으로 신체 절반이 마비됐다. 황 매니저를 이런 환자들을 위해 휠체어 5대를 기부했다. 이웃 주민이 할머니를 휠체어에 앉혀 바깥나들이를 할 수 있다. 집이라고 해봤자 3평이 될까말까. 냄비 몇 개와 잡동사니 가재도구가 널려 있다. 불은 켜지도 않는다. 황 매니저는 할머니의 영양 상태가 나빠 보여서마을 방문 때마다 할머니께 달걀 등을 사 주기도 했다.

황옥남 매니저는 2020년 2월 강릉영동대학교 간호학과 교수직에서 은퇴했다. 2022년 3월부터 캄보디아 프랙프노우 지역 디지털 헬스를 활용한 비감염성질환(NCD) 관리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고 있다. 이 사업은 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시민사회협력사업이다. 코이카가 사업비(8억원) 70%를 대고 한국건강관리협회(이하 건협)와 전북대가 나머지를 담당한다. 실제 사업은 건협과 전북대가 수행한다. 주민 건강검진을 해서 고혈압·당뇨병·비만 등이 심한 고위험군을 선별해 식습관·생활습관을 교정하고, 운동을 시킨다. 2022~2024년 매년 2개동 주민 1000명을 매년 검진하고 3년 동안 고위험군 600명을 선별해서 집중 관리한다.

주민들은 검진이 뭔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업 초기에는 '맨땅에 헤딩'을 했다. 트럭에 올라 메가폰을 잡고 "헬로 에브리원(hello everyone)"을 외치면서 검진사업을 알렸다. 현수막을 붙이고, 이장에게 통사정하고, 시장을 훑고 가가호호 방문했다. 주말도 없었다. 현지인과 스스럼없이 음식을 같이 먹었다. 그렇게 1년을 보내니 주민들이 마음을 열었고 혈압·혈당이 3~8% 떨어졌다. 황 매니저는 불시에 마을을 찾아 운동을 제대로 하는지 확인한다. 이들을 위해 기부금에다 사비를 보태 운동화 300켤레를 지원했다.



황 매니저는 이화여대 간호학과, 연세대 석·박사를 마치고 임상간호사로 10년, 제주한라대·영동대 간호학과 교수로 35년을 보냈다. 황 매니저는 2006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라이프대학 간호대학 설립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한국 간호대생과 함께 봉사 활동을 이어갔다. 2013년 아프리카 에스와티니에서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2022년 퇴직 직후 에스와티니로 건너가 봉사활동을 위한 현지 조사를 했고, 강의할 계획이었다. 그러던 중 이번 프로젝트 제안을 받고 매니저가 됐다.

황 매니저는 "은퇴 후 그 많은 시간을 나 자신만을 위해 쓰는 게 아깝고, 너무 이기적이고 낭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재능을 환원하고 나누는 삶을 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생활이 불편하지 않을까. 황 매니저는 "한국에서도 불편한 게 있지 않으냐.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음식이 때로는 안 맞고, 너무 덥고, 수다 떨 친구가 없다. 하지만 그런 결핍은 보람과 비교할 수 없고, 다 내려놓으면 더 수월해진다고 한다.

황 매니저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게 재미있다.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게 노년의 굉장한 에너지원이다. 젊어지는 느낌이다"이라며 "주민들이 건강해지는 모습, 캄보디아인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건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황 매니저는 "요즘 75세는 과거 65세이다. 이 나이에 은퇴하는 게 아깝다"면서 "개도국에는 은퇴자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데가 진짜 많다. 재능을 나눠야 세상이 비슷하게 성장한다. 한국의 은퇴자들이 여기 와서 재능의 10%만 베풀어도 100~200% 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영양 교육, 운동 처방, 중독 치료, 우울증 심리상담 등의 전문가가 절실하다"며 "나이가 드니 남의 나라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개도국 주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살겠다"고 말한다.






신성식(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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