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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경제적 성취만을 위한 도시개발은 이제 멈출 때다

임재욱 인천도시공사 도시개발본부장
뜨거웠던 20여 년 전 여름, 도시개발계획이 확정된 곳으로 현장답사를 간 적이 있다. 새로운 도시 개발에 일조한다는 마음으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하던 때였다.

답사 중 버드나무 아래에서 쉬던 한 노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청년 시절 무작정 기차를 타고 상경해 겪은 삶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1960년대 인간의 욕망을 추동했던 도시화와 수도권 집중의 도시개발 역사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업무로 접했던 정부의 시민아파트 건립계획 그리고 와우아파트 붕괴사건(1970년)과 함께 중앙난방과 승강기를 품은 아파트에 둘러싸인 도시 역사를 육성으로 아로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더 나은 거주공간에 대한 욕구와 국가의 의지가 공명해 도시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지만, 아파트가 도시의 위계를 만들고 삶의 지표로 작동하게 된 역사의 이면을 마주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의 삶에서 도시와 아파트는 주거보다는 신자유주의 물신화 경쟁의 승리를 상징한다. 거주하는 도시와 주거공간은 개인의 경제 수준과 등치 하며 가격으로 우리를 요동치게 하는 ‘상품’이 되었다. 행복한 삶의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오히려 삶을 취약하게 하는 역설이다. “여기도 이제 사람 살긴 틀린 데지”라는 노인과의 대화 말미가 아직도 맴돈다. 이웃과 함께하며 담장 너머로 떡 접시 주고받던 정서가 사라진 도시는 도시 속의 도시, 프랙털(fractal)로 무한히 분열하며 ‘사람 살기’는 소멸한다.

노인과 대화한 그곳도 신도시가 되었고 집들은 승자의 불안한 전리품이 되었다. 도시의 성격을 분석하고 형태를 계획함에 있어 한 개인이 사회의 역할에 충실하다면 도시와 함께 성장하는 삶이 가능한 도시를 구상한다. 욕망에 취한 험상궂은 모습에서 정(情)을 회복한 웃음기 품은 사람 사는 도시로의 경험이 절실하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경제부흥의 명분으로 무엇을 얻고 잃었는지 고민한다. 그리고 더 비싼 값을 위한 끊임없는 거래로 병든 도시는 치료가 필요하다. 오지 않을 미래에 오늘의 행복을 양보해야 하는 ‘잔혹한 낙관주의’ 속 개발주의적 환상으로 주체들의 삶은 피폐하다. 도시에 들어찰 집들이 변모시키는 삶의 모습과 욕망 흐름의 예측 또한 도시개발이다. 경제적 성취만을 위한 도시개발의 역사를 이제 조금은 비껴가자. 조각난 도시에서 타인의 삶을 돌아볼 수 없다는 사실에 연민을 느끼며, 사변적이지 않은 경험논리의 행복을 나눌 수 있는 도시를 구성할 시간이다.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돼도 사람의 마음은 영원하다는 상전벽해의 은유를 믿으며 따뜻한 인간을 닮은 도시를 계획한다.

임재욱 인천도시공사 도시개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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