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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에도 떨어진 오물풍선…"北 맘 먹으면 어디든 살포, 무섭다"

9일 오전 서울 한강 잠실대교 인근에서 발견된 대남풍선. 연합뉴스
엿새 만에 다시 날아온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에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시민들이 다시 놀랐다. 서울 시민들은 남북 간 풍선 대결이 최근 세 차례나 이어지자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북한과 맞닿은 접경지역 시민들은 “대북풍선을 막아야 한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북한은 국내 민간단체의 지난달 13일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지난달 28∼29일과 이달 1∼2일, 두 차례에 걸쳐 대남 오물풍선 1000여개를 남측으로 날려보냈다. 이후 오물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한다면서 다시 대북전단이 온다면 백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살포하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국내 민간단체들이 지난 6∼7일 대형 풍선에 대북전단 20만장을 매달아 북한으로 보냈고, 또다시 대남 오물풍선이 날아온 것이다.

9일 오전 7시 46분쯤 북한이 대남풍선에 담아 날린 폐지가 인천시 서구 경서동 일대에 흩어져 있다. 사진 인천소방본부
“북한, 8∼9일 대남 오물풍선 330여개 살포”
합동참모본부는 9일 “북한이 8∼9일 대남 오물풍선 330여개를 살포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이 8∼9일간 식별돼 우리 군은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조치 중”이라며 “오늘 오전 10시까지 북한 측은 330여개의 오물풍선을 띄운 것으로 식별됐고, 현재 공중에서 식별되고 있는 것은 없다”며 “현재까지 우리 지역에 낙하된 것은 80여개”라고 전했다. 합참은 “확인된 풍선의 내용물은 폐지, 비닐 등의 쓰레기이며, 분석결과 안전에 위해되는 물질은 없었다”고 밝혔다.


9일 서울 시민들은 무섭다거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A씨는 “오물도 오물이지만, 북한이 맘만 먹으면 서울 시내 어느 곳이든 뭔가를 살포할 수 있다는 게 무섭다”고 했다. B씨는 “서울까지 넘어오는데 왜 이렇게 당하고만 있는지 답답하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왜 이렇게 당하고만 있는지 답답하다. 대책 세워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시 오물풍선 비상대응반에 밤사이 접수된 대남 오물풍선 신고는 29건이다. 강북권은 물론 강남구 압구정동 등 강남권, 서남권과 동북권 등 곳곳에서 발견됐다. 노원·동대문구에서 각각 6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성북구에서도 5건을 비롯해 중구 3건, 은평·중랑구 각 2건, 강남·서대문·영등포·용산·종로구에서 1건씩 접수됐다.

9일 오전 6시 30분쯤 서울 중구의 한 건물 경비원이 주상복합 오피스텔 인근에 떨어진 오물풍선에서 나온 폐지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독자 제공
시는 전날 밤에 대남풍선이 이동해 온다는 사실을 군이 발표하자 오후 11시 9분쯤 시민에게 안전안내문자를 보내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을 다시 부양하고 있다”며 적재물 낙하에 주의하고 풍선을 발견하면 접근하지 말고 군부대나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페이스북 캡처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오후 11시 40분쯤 페이스북에 곧바로 글을 올려 “북한이 우리 민간 지역을 대상으로 또다시 오물풍선이라는 저열한 도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금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북의 오물풍선이 김포와 용산을 지나 청담대교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보를 받았다”며 시민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풍선을 발견하면 신고해달라고 전했다. 이어 “서울시는 비상대응반을 가동해 시민 여러분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북의 반복되는 오물풍선에 대한 근본적 대응책도 정부, 군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9일 오전 7시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주택가 전기줄에 걸린 대남풍선. 풍선은 터진 상태이고, 아래는 기폭장치로 추정되는 전기장치가 매달려 있다. 독자 제공
경기·인천 지역에도 오물 풍선이 수거됐다. 경기북부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 11시 30분까지 대남 풍선 관련 신고 36건이 119 등에 접수됐다. 그중 고양과 파주 등에서 총 18개를 발견해 군 당국에 대남 풍선을 인계했다.

경기남부경찰청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3건의 신고가 접수돼 수거됐다. 오전 6시 6분 이천시 신둔면 인후리에서 “밭에 하얀 풍선이 떨어져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밭에 있는 대남 풍선 2개를 확인, 군 당국에 인계했다.

앞서 오전 5시 39분에는 군포시 부곡동 대형마트 부근에서 “하늘에서 회색 종이 같은 것이 떨어진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현장에서는 대남 풍선은 발견되지 않았고, 대북 전단만 확인됐다. 신고 현장에서 보고된 인명·재산 피해는 없었다. 경기도는 지난 8일 오후 11시 9분 안전 안내문자를 통해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 다시 부양 중. 적재물 낙하에 주의하고, 오물풍선 발견 시 군부대나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알렸다.
9일 오전 5시 32분쯤 인천시 미추홀구 학익동 한 빌라 옥상에 떨어졌다고 신고 접수된 대남풍선을 소방당국이 수거하고 있다. 사진 인천소방본부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부터 9일 오전 8시까지 대남 풍선 관련 119 신고는 모두 5건이다. 이날 오전 4시 19분쯤 인천시 중구 중산동 인천해역방어사령부에서, 오전 5시 32분쯤 미추홀구 학익동 한 빌라 옥상에서 각각 대남풍선이 발견됐다. 이어 오전 7시 22분쯤 강화군 삼산면과 오전 7시 46분쯤 서구 경서동 일대에서도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접경지역에선 “대북풍선 막아야”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 살포를 재개하자 접경지역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횡산리 마을 김학용 전 이장은 “남북한 풍선 날리기 대치에 접경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북한에서 풍선에 유해물질이나 생화학 무기라도 넣어 보내면 어쩌나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도 좋지만, 남북 간 충돌 시 접경지역은 온전하지 못할 것이 우려된다. 남북이 풍선 살포 대치를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10월 10일 북한이 탈북민 단체가 날린 대북풍선에 고사총 10여발을 쏴 연천군 중면사무소 마당에 총탄이 날아들었다. 당시 총탄 흔적이 보존된 모습. 전익진 기자
실제 북한은 10년 전인 2014년 10월 대북전단이 담긴 풍선을 날리자, 경기 연천 지역에서 풍선을 향해 고사총 사격을 한 적도 있다. 당시 우리 군은 대응 사격에 나섰고, 인근 주민들은 대피소로 대피했다. 연천군 주민 이석우씨 “이러다 접경지역에 전쟁이 날지 모르겠다. 접경지역 주민들을 전쟁 불안에 떨게 하는 대북전단 날리기는 즉각 멈춰야 한다”며 “정부는 현실적으로 접경지역 안보에 위협이 되는 대북전단 날리기를 즉각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익진.최모란.김서원.박종서.이영근(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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