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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이 국민 목숨으로 장난" 환자들, 서울대병원에 분통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하면서 환자들 불안이 커지고 비판 여론도 일고 있다.

가슴 졸이는 환자들
7일 오후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50대 심모씨는 전날(6일) 서울대 교수들의 전면 휴진 선언에 “서울대에 환자들이 왜 오겠나. 국내 최고니까”라고 말하면서 “(교수들이)전공의 없이 당직 서고 외래 보고 수업하고 이해는 되지만 전체 휴진까지 한다니 서울대는 심지어 국립대인데 이렇게 가선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친이 말기암 환자라는 50대 김모씨는 “매일 뉴스를 보며 속상하고 불안하다”라며 “이제 병원은 정말 죽기 직전에 와야 한다는 것인지 싶다”고 했다. 아내가 폐암을 앓는다는 60대 한 남성은 “아내가 당장 서울대병원에 입원해야 했는데 전공의 파업으로 어려웠다”라며 “며칠 기다리다 아내가 크게 넘어져 고관절 밑이 부러졌고 다른 병원을 돌며 고생했다. 환자만큼 피해본 데가 있나”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한 환자가 휠체어에 앉아 있다. 뉴시스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등 4개 병원에서 진료·수술이 예정돼 있는 환자들은 일정이 미뤄질까 발을 구르고 있다. 유방암 환자 카페에 한 보호자는 파업 소식 직후 “친정엄마가 대장암, 유방암 수술 후 검진을 7월에 하는데 다 취소하라는 걸까요. 연락을 개별로 주는 걸까요”라는 글을 올리며 답답해했다.



암 환자가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과별로 다르지만 일단 혈종(혈액종양내과)는 17일부터 일주일 간 전체 휴진으로 예약이 불가하다고 한다”라며 “17일 이후 예약된 분들도 취소 전화가 갈 거라는데 병원에 근무하는 분들조차 명확한 답변을 주지 못한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공공병원이 앞장서” 비판
수습 국면이 기대됐던 상황에서 서울대병원이 다시 파업을 결의하자 여론도 악화하고 있다. 국립대병원의 맏형 격이자 한국 최고 병원임을 자신하는 곳에서 교수들이 집단 행동을 주도한다는 데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파업 소식을 다룬 보도에는 “국민 세금으로 꾸려가는 서울대가 국민을 무시한다” “공공병원이 앞장서 국민 목숨을 가지고 장난한다” “서울대 교수들은 이름표 떼고 정부 정책 반대하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 네티즌은 “국립대가 국가정책에 항명하면서 범법을 저지르고도 범법자 취급 당하는 걸 억울해한다면 집단으로 면허를 반납하고 퇴사하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민간 병원들이 전공의들 들어오라고 설득하려고 하는 찰나에 갑자기 이렇게 파업을 결의해 큰 변수가 생겼다”라며 “서울대가 가진 상징성 때문에 관망 중인 데는 여파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7일 서울대병원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빅5 병원 한 교수는 “(행정명령 중단 등으로) 많은 의사와 교수 비대위가 주장했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정부가 어느 정도 인정하는 모습으로 양보가 된 셈인데 왜 갑자기 강경 수단을 제시하는지 아리송하다”라며 “설령 정부로부터 심각한 핍박을 받았더라도 그걸 초래하고 받아들인 집단도 의사세력”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전면 휴진 같이 환자나 정부를 향해서 행동할 게 아니라 기성 의사 집단으로 어떤 일을 해왔는지 반성하고 후배들과 환자 위해 미래 의료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골몰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 한 교수는 “교수들이 전공의를 향해 비뚤어진 사랑을 하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가 중요한 병원이라고 외부에 말해 놓고 (진료 등)중단도 가능하다면, 다른 데서도 봐줄 수 있는 환자를 우리가 보고 있었다는 건가, 아니면 다른 데서 못 보는 환자를 보는데 그 것을 중단한다는 건가. 둘다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서울대 교수는 “정부도 의료계도 국민 상대로 누가 이기나 자존심 싸움을 하는 것”이라며 “양쪽 다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라고 쓴소리했다.

강희경 서울대 비대위원장(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교수)은 이런 비판에 대해 “그럴 수 있다”라면서도 “서울대이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간 의료정책에 대해 임상 보는 교수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는데 그에 대한 속죄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또 “환자를 떠나는 처사라 생각지 않는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최대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외래 진료실을 닫고 정규 수술 일정을 조정하겠지만 교수들은 근무할 예정이며 응급실 등 필수 부서 강화를 위한 백업 포함 업무를 재편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교수들이 ‘전공의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전공의들 반응도 그리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빅5 병원 한 전공의는 “2000년 의약분업 때도 교수님들이 외래를 휴진하면서 정부와 협상했다. 전공의들이 크게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날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교수들에 휴진 결의를 거둬달라고 호소했다. 김 원장은 “중증 환자와 암환자 등 심각한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대다수인 우리 병원의 진료 중단은 치명적일 수 있다”라며 “서울대병원이 이뤄낸 성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집단 휴진은 허가하지 않겠다”라며 “휴진 통한 투쟁보다 대화 통핸 중재자 역할을 해달라. 복귀 전공의 안전은 제가 책임지겠으니 집단 휴진 결정을 거두어달라”고 당부했다.



황수연.채혜선(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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