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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비번까지 건 파일인데…퇴사동료 정신질환 노출한 경찰

정신질환으로 퇴직한 경찰관 개인정보가 담긴 병원진단서가 인터넷에 몇 달씩 노출됐다. 병으로 사망한 동료 경찰관 사망진단서도 무분별하게 공개됐다. 심지어 ‘특별취급’으로 자체 분류한 여러 비공개 문건도 노출됐다.


이들 문건은 국민 누구나 접속 가능한 정보공개포털 웹사이트에 수개월째 공개된 것으로 드러났다. 불과 1년 전, 경찰은 정보공개포털에 개인정보를 포함한 문건 노출 사례가 빈번하자 관리 방안도 마련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공개포털에 노출된 한 경찰관의 사망진단서. 자료 정보공개포털
비밀번호 건 비공개 인사 파일인데…
7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남 A경찰서가 생산한 한 간부경찰관 인사 자료는 최근까지 정보공개포털 원문공개 서비스에 노출됐다고 한다. 정신질환으로 의원면직을 신청한 간부경찰관 이름·주민번호·주소·연락처 등 상세한 개인정보가 담긴 문건이었다. 여기에는 ‘정신질환으로 업무 수행이 어려워 사직한다’는 취지의 자필 사직원, 상세한 병명과 의사 소견이 담긴 병원진단서가 포함됐다.



이 문건은 비밀번호를 설정된 파일이었다. 하지만 담당자가 파일명에 비밀번호를 기재한 탓에 파일을 내려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열어볼 수 있었다. A경찰서는 앞서 같은 해 10월 다른 경찰관 인사 자료도 유출했다. 종양(암)으로 사망한 퇴직 경찰관 이름·주민번호·주소는 물론 사인(死因)이 적힌 사망진단서였다.

정보공개포털에 노출된 한 경찰관의 병원진단서. 자료 정보공개포털
정보공개법(9조)은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공개되면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개인정보(6호)를 비공개 대상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경남경찰청은 두 문건이 생산된 지 약 반년이 흐른 지난달 31일 중앙일보가 취재에 나서자, 비공개 문서로 전환했다. 경찰 관계자는 “업무 담당자의 미스(실수)였다”며 “이 경우 비공개 사유를 6호로 지정해야 하는데, 5호로 했다. 5호는 내부검토 중인 과정에 있는 문건인데 90일이 지나면 공개된다”고 해명했다. 이어 “(담당자도 결재자도) 1~9호 모든 내용을 잘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선은 비공개되니 그렇게 일을 처리한 것 같다”고 했다.

‘특별취급’ 비공개 문건도 ‘셀프유출’
민감한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경찰 비공개 내부 문건도 정부공개포털에 ‘셀프 유출’되고 있었다. 경기 B경찰서가 지난해 10월 생산한 집회·시위 경비대책 문건이 대표적이다. 이들 문건 상단에는 모두 붉은 글씨로 ‘특별취급’이라고 적혀 있었다. 대외비란 의미다.

B경찰서가 노출한 ‘경찰관 징계 촉구 집회’ 경비대책 문건 3개에는 집회장소 지도·사진과 함께 ‘불법행위 시 신속제지 및 검거’, ‘사후 사법처리 대비 채증’ 등 경비안전대책이 담겼다. 심지어 경비·정보·형사·수사·교통 등 경찰 기능별 임무와 투입 인원수(경력)도 상세히 기재돼 있었다. 어떤 무전망과 방송용 스피커, 채증·소음장비 등 장비를 쓸지도 적혀 있었다.

정보공개포털에 노출된 집회 시위 관련 경찰의 비공개 경비대책 문건. 자료 정보공개포털
B경찰서는 특정 노조 2곳의 집회 관련 경비대책 문건 3개도 유출했다. 경기 C경찰서가 지난해 12월 유출한 특정 재개발 조합장 선거 관련 경비·안전대책 문건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는 현장 경찰이 어떤 복장·장비를 착용·준비할지에 대한 매뉴얼도 담겨 있었다.

이들 문건 공개는 경찰의 ‘비공개 세부기준’에 위반된다.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은 기관 업무 성격을 고려해 비공개 대상정보 범위의 세부 기준을 수립·공개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만든 경찰의 비공개 세부기준을 보면, 집회·시위 대응업무 중 ‘집회시위 대응에 관한 계획 및 지도’, ‘경비동원인력에 대한 대책수립 및 파악유지’, ‘집회시위관리장비(특수차량) 출동 및 대기현황’ 등도 비공개 대상이다.

정보공개포털에 노출된 집회 시위 관련 경찰의 비공개 경비대책 문건. 자료 정보공개포털
정보공개포털에 노출된 경찰 행정처분 사항이 담긴 문건. 자료 정보공개포털
경찰청은 정보공개포털 원문정보에 개인정보를 포함한 문건 노출 사례가 발생하자 관리방안까지 마련했다. 지난해 4월 ‘정보공개시스템 개인정보 관리방안’과 실무자를 위한 ‘정보공개시스템 비공개정보 관리 가이드’다.

이 대책은 ①문서 생산자의 상신 전 개인정보 점검·보호 조치 ②이미 게시된 정보의 주기적인 개인정보 점검 등이 핵심이다. 사전에 공개·비공개 대상인지 잘 확인해 처리하고, 사후에는 제대로 했는지 점검하라는 취지다.

경찰청, 대책 방안 마련했지만…
사후 점검이 필요한 이유는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정부공개포털 시스템이 100% 개인정보를 걸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공개포털에서 누군가 원문정보를 열람할 때 ‘개인정보필터링’ 작업이 진행된다. 이때 필터링에 걸리면 해당 문건은 열람하지 않는다. 개인정보가 탐지됐다는 결과도 전달된다.

하지만 이 필터링은 한글·PDF 등 텍스트 기반 파일 위주다. 경남에서 노출된 병원진단서·사망진단서 등은 이미지 파일이 한글·PDF 파일로 작성된 인사자료에 첨부된 형태였다. 경찰청도 관리 가이드에 “개인정보필터링은 시스템적인 2차 처리이므로 반드시 문서 생산자가 사전 확인 후 처리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정보공개포털에서 원문정보를 내려받을 때 개인정보 필터링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정보공개포털 캡처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 “정보공개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원문공개나 정보공개신청 건수가 늘고 있는데 보안 관련 실무 교육의 양과 질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라며 “각 기관에서 문서를 생산하는 직원은 많은데, 이들이 원문공개를 제대로 하는지 확인할 정보공개 담당은 1~2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안대훈(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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