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에 질풍노도를 허하라’…성장영화 대표작
개봉 35주년 ‘죽은 시인의 사회’
대학 진학이 전부인 학교에
키팅 선생님이 던진 화두
‘꿈과 자아도 소중하단다’
순응하느냐, 저항하느냐
권력에 대한 고민 엿보여
연출·앙상블 연기도 압권
우리는 세상을 규율로 규정하고 교육이라는 제도로 아이들을 다룬다. 학교는 시를 낭송하고 토론하며 즐기는 낭만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기보다 부모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대입하고 사회는 모범을, 그리고 세상은 순응과 동화를 주입한다.
아이들의 꿈을 키워 주는 선생이 나타났다. 그는 반항아다. 그의 생각은 학생들보다 더 젊고 규율에 자유롭다. 그의 저항은 조용하다. 그리고 그는 떠난다. 우리들의 영원한 캡틴, 오 마이 캡틴!(O Captain, Oh my captain!)
키팅 선생은 말한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이 생각 저 생각 따질 거 없이 그냥 오늘을 즐기라고. 있는 그대로 부딪히며 당당하라. 밝고 맑은 그 모습을 잃지 말라. 때로는 상처를 입게 되더라도.
천진난만함은 영원하지 않다. 10대 청소년들에게 주어진 그들만의 특권이다. 천진난만할 수 있음을 즐기라는 키팅 선생의 메시지는 이후 세상의 상처 받고 외로운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말이 됐다.
키팅 선생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던진 화두 카르페 디엠! 로마 공화정 말기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에서 유래되었던 이 격언은 부질없는 미련(과거)과 욕망(미래)을 위해 오늘을 희생시키지 말라는 명언으로 인류사에 전해져 내려왔지만, 키팅 선생의 인생철학이 담긴 명대사로 더욱 유명해졌다. 미국의 하이틴을 소재로 한 성장 영화의 고전, 이 장르의 대표적 명작으로 기억되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개봉 후 35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인생 영화’로 꼽고 있다.
1959년 버몬트. 성공회 계열의 귀족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명문 사립고 웰튼 아카데미에 이 학교 출신의 영어 교사 존 키팅(로빈 윌리엄스)이 새로 부임한다. 그는 자신을 선생님이 아닌 ‘캡틴’이라고 부르라며 독특한 수업 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이고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이 유일한 목표인 이 학교의 학생들에게 그는 이단아적 충격으로 다가온다.
키팅 선생은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시낭송 동아리를 만들고 이성과 우정, 때로는 못된 짓(?)까지도 인생의 귀한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것이 공부보다 중요한 인생의 본질임을 가르치며 그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희망을 갖게 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청년기야말로 열정적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기라며 다양한 것들을 경험할 것을 권한다.
그의 파격적인 행동은 학교 측과 부모들에게 위기로 다가온다. 그들은 키팅을 위험한 인물로 규정하고 그를 퇴출하려 한다. 일부 부모가 학생들을 전학시키려 하자 교장이 나서서 아이들에게 키팅의 사직에 동의하라고 강요한다. 학생들 모두는 키팅 선생님이 옳다고 여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권력에 제압당한다. 어쩔 수 없이 무너져 동의서에 사인을 하는 학생, 끝까지 키팅 선생을 변호하면서 항변하는 학생, 그리고 어떻게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미국의 권위주의적인 교육 현실의 폐해를 다루고 있는 영화는 각본가 톰 슐만(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감독 피터 위어의 서정적이고 깊이 있는 연출과 로빈 윌리엄스를 위시한 배우진들의 뛰어난 앙상블 연기가 당시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1989년도 전 세계 박스오피스 5위를 기록, 흥행 면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가장 위대한 코미디언 중 한 명으로 꼽히던 로빈 윌리엄스가 2014년 우울 장애로 인한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의 키팅 선생을 기억에 떠올리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윌리엄스가 이 작품에서 보여줬던 푸근하고 인자한 인생 연기가 영원히 우리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이유는 그가 연기한 키팅이 선생으로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친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는 젊음의 성장은 비단 청년기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생 교훈을 일깨워줬다. 또한 ‘젊음’을 새롭게 정의하고 인간의 성장기는 청소년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영원히 성장한다는 인생의 참된 지침을 가르쳤다.
우리는 누구나 청소년기라 불리는 성장기를 겪는다. 어른이 되기 위해 거쳐 가는 과도기로 인생의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다. 이 시기에 많은 감정과 가치관의 변화가 일어난다. 자신만의 신념을 스스로 찾는 자아 발견의 시기, 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혼란기를 극복하며 비로소 성장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학교라는 작은 사회를 배경으로 하지만 권력에 대응하는 다양한 인간군상들과 각기 다른 학생들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통해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그리고 성장의 참된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권력을 상징하는 학교와 학부모들, 그리고 그 거대한 권력에 조용히 저항하는 키팅을 ‘작은 영웅’으로 승화시킨다.
마지막 장면, 떠나는 키팅 선생에게 학생들이 책상 위로 올라가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는 장면은 지금까지도 불후의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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