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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재개통 '교외선'...디젤기관차가 구원등판한 사연

[이슈해설]
디젤기관차가 화물열차를 끌고 있다. 사진 코레일
지난 2004년 4월 승객 부족 등으로 운행이 중단됐던 교외선 철도가 20년만인 올해 말 재개통한다. 경기도 고양시 능곡에서 양주시 장흥을 거쳐 의정부시까지 32.1㎞ 구간을 동서로 연결하는 노선이다. 1963년 처음 운행을 시작한 교외선은 서울에서 일영·장흥·송추 등으로 단합목적 여행(MT)을 가봤던 이들에겐 추억의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또 해당 지역들은 나름 데이트 명소이기도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재개통하는 교외선을 관광열차로 운영하면 좋을 듯싶지만 상황이 좀 다르다. 코레일 관계자는 “교외선 노선은 이미 관광 기능은 별로 없고, 관련 인프라도 부족하기 때문에 관광열차 운영은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토교통부가 4일 밝힌 ‘수도권 북부지역 교통편의 제고방안’에서도 교외선 재개통은 통근수단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편도 기준으로 하루 20회가량 운행할 예정이다.

흔히 통근수단이라면 지하철이나 국철 같은 전동차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교외선을 오갈 열차는 디젤기관차에 객차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정확히는 ‘디젤기관차+객차+객차+발전차+디젤기관차’의 5량 한 편성이다. 사실 수도권 내 통근열차 중에 디젤기관차가 끄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전기로 움직이는 전동차가 투입되기 때문이다.
1963년 개통한 교외선 철도. 사진 코레일

이런 상황에서 디젤기관차가 등판한 데는 사연이 적지 않다. 2020년 8월 경기도와 고양·의정부·양주시, 국가철도공단, 코레일은 ‘교외선 운행 재개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그 전부터 해당 지역들을 중심으로 교외선 재개통에 대한 요구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선로가 하나(단선)인 교외선 재개통을 위해 국비 457억원을 투입해 노반과 궤도·신호·통신 등의 시설개량공사를 하고, 2024년 말부터 열차를 다시 운행한다는 목표였다. 연간 열차 운영에 따른 손실비(연간 약 45억원 추정)는 기초지자체들이 나눠서 부담키로 했다.

관건은 교외선을 운행할 열차였다. 운영을 맡은 코레일은 해당 교외선 구간이 전철 운행이 불가능한 '비 전철화' 노선임을 고려해 디젤동차(RDC)를 투입할 계획이었다. 디젤동차는 별도의 기관차 없이 엔진이 객차 아래에 설치돼 있어 얼핏 전동차처럼 보이기도 한다.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동차는 힘이 좋아 언덕길 등도 상대적으로 잘 오른다는 평가다.
지난해까지 모두 퇴역한 디젤동차. 사진 코레일

그러나 디젤동차는 배기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탓에 코레일에서도 대폭 줄이고 있는 과정이었다. 애초 2020년 폐차 예정이었으나 2023년 퇴역으로 조금 늦춰놓은 상황이었다. 지난해 말 운행을 종료한 동해안의 바다열차도 디젤동차다. 퇴역대상인 열차를 교외선에서 사용하려면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해야만 했다. 업무협약에서 정밀안전진단비 103억원을 책정하고, 경기도(31억원)와 기초지자체(72억원)가 분담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디젤동차 잔존수명 평가용역' (정밀안전진단)이 2021년 말부터 2022년 5월까지 시행됐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디젤동차를 정비해 추가로 쓸 수 있는 기간이 채 2년도 안 되는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잔존수명이 5년은 돼야 운행이 가능한데 디젤동차는 투입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교외선을 전철화하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드는데다 비 전철화 노선에서 운행할 수 있는 수준의 전기배터리열차나 수소열차도 아직 제대로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라 별다른 대안도 없었다. 주로 화물운송용에 투입하던 디젤기관차가 '구원투수'로 거론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디젤기관차 투입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코레일은 교외선 양 끝에 회차(차를 돌려서 방향을 바꾸는 것) 공간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객차 앞과 뒤에 모두 디젤기관차를 연결해서 다닌다는 계획을 세웠다. 갈 때는 앞 기관차가, 올 때는 뒷 기관차가 번갈아 열차를 끌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이번엔 안전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국토교통부령인 철도차량안전규칙 제12조에는 ‘동력을 사용하지 아니하는 기관차는 여객열차에 연결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무게가 여객열차보다 무거운 데다 엔진까지 끈 기관차를 연결했다가 자칫 탈선 등 여러 사고가 날 걸 우려한 것이다.

기관차 2대를 객차의 앞뒤에 연결하더라도 실제로 앞에서 끌고 가는 기관차의 동력만 사용하려던 코레일로서는 해당 규정이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국토부에 해당 규정의 변경을 요청했다가 안전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이것 역시 무산됐다.
 2021년 8월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에서 세번째)와 기초지자체장, 철도관련 기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교외선 운행재개 업무 협약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이후 나온 대안이 디젤기관차를 앞뒤로 연결하고, 운행할 때 기관차 2대의 동력을 모두 켜되 앞에서 달리는 열차에서 총괄제어를 하는 방식이다. 뒤에 달린 기관차도 동력을 켜기 때문에 안전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물론 이렇게 하면 굳이 안 켜도 되는 엔진을 가동하는 탓에 연료 소모가 늘어나고, 배기가스 배출이 증가할 우려는 있지만 열차 운행은 합법적으로 가능해진다.

문제는 이런 임시방편의 열차운행이 상당기간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시한부로 디젤기관차를 운행하다가 신규 개발 중인 수소전기동차의 실증이 완료되면 이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수소전기동차는 정부 R&D(연구개발) 과제로 기술개발은 끝났지만, 상용화를 위한 실증사업이 지난해와 올해 모두 예산확보 실패로 불발되면서 언제 실전 투입이 가능할지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국토부는 수소전기동차 실증을 최대한 앞당길 방안을 다각도로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당분간 교외선에서 디젤기관차와의 동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갑생(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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