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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너도 늙어 봐라

요즘 부쩍 밤에 잠이 자주 깬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어김없이 새벽 2시다. 잠을 더 자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눈만 초롱초롱해진다. 몇십 분을 뒤척이다 그냥 침대에서 일어나 버린다. 오지 않는 잠을 자려고 애를 쓰는 것이 더 괴롭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책도 잃고 유튜브도 보고, TV도 다시 켠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새벽이 밝아온다. 물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이 직장에 가기 위해서 준비 중인가 보다. 아침에 배달된 신문을 읽으며 차 한잔을 마신다.  갑자기 뜨끈한 숭늉이 생각난다.  냄비에 어제 만들어 둔 누룽지와 물을 넣고 끓인다. 중약불로 약 20분 끓여야 하니 좀 기다려야 한다. 누룽지가 끓기를 기다리며 TV를 보다 깜박 졸다가 깼다.  그 순간 “아 참, 숭늉”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때 손녀가 방으로 뛰어오며 “할머니 불 날 뻔 했어요. 숭늉은 다 끓어 넘쳤고 냄비는 탔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휴 미안해, 어떡하니?” 당황스러움에 할 말을 잃었다. 누룽지가 끓어 넘친 스토브를 닦고 있던 며느리는 아무 말이 없다. 민망하기가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잠시 후 며느리도 한마디 한다. “어머니, 불 날 뻔 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조금 있다 손녀가 한 마디를 보탠다. “스토브 불을 켜 두고 다른 곳에 가시면 어떡해요. 벌써 몇 번째예요?” 손녀의 말은 사실이다. 전에도 몇 번 비슷한 이유로 냄비를 태운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말이 왜 그렇게 고깝게 들리는지. 육신은 점점 늙어가고 기억력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는데….  냄비 몇 번 태웠다고 며느리와 손녀에게서 지적받는 것이 왜 그리도 섭섭한지.
 
난 속으로 외쳤다. “너희는 평생 젊을 것 같니, 너희도 늙어봐라.”



노영자·풋힐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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