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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반사이익 볼 것"…日국민차 배신, 카이젠 몰락하다

도요타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이 3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 AFP 연합뉴스
세계 1위 완성차 기업 토요타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자회사에 이어 본사에서도 인증 조작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올해 1월 말에 이어 4개월여 만에 또 한 번 90도로 허리 숙여 사과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 3일 토요타자동차를 포함해 혼다, 스즈키 등 5개 기업의 38개 자동차 모델에 대한 성능 시험 부정을 확인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크라운은 에어백을 타이머로 작동시키는 수법으로 충돌 시험 인증을 통과했다. 토요타의 럭셔리 브랜드인 렉서스의 렉서스RX도 엔진 출력 시험 과정에서 데이터를 조작했고, 보행자 보호 시험에선 허위 자료를 냈다. 국토교통성은 현재 생산 중인 차종에 대해 출하 중지를 지시하고 4일부터 토요타를 시작으로 해당 기업들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 중이다.

토요타 ‘카이젠(改善)’의 몰락
완성차 업계에서는 토요타 특유의 효율 우선의 경영 방식이 데이터를 조작하는 부정 사고에 이른 원인으로 보고 있다. 토요타는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식의 비용 절감 경영으로 유명하다.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원가를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카이젠(改善)’을 강조했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라면뭐든 하나라도 개선책을 내놓는 토요타식 제조 효율화였다. 부품 재고를 쌓지 않고 필요한 만큼 그때그때 조달하는 ‘적시 생산(Just in Time)’ 시스템도 토요타 효율 경영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덕분에 토요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2020년 세계 자동차 판매 1위에 복귀했다.

그러나 이같은 효율성 우선의 문화는 품질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나치게 짧은 개발 일정과 상사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상명하복 문화와 결합하면서 데이터 조작이 본사와 자회사에 폭넓게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현재와 같은 폐쇄적인 조직 문화에선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자정 작용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현장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없었던 것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일본 기업에 대한 신뢰가 최대 고비를 맞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본 도요타 기타큐슈 미야타 공장에선 근로자들이 다른 완성차 조립공장 근로자보다 편리한 자세로 차체에 부품을 장착할 수 있다. 이동현 기자
일본 경제 ‘악영향’ 우려
이번 사태가 일본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일본자동차공업회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에서 자동차 산업 비중은 약 20%로, 관련 일자리만 550만 개 이상이다. 토요타와 거래하는 부품 회사만 3만9113곳으로, 거래액 규모도 20조7138억엔(약 181조원)에 이른다. 닛케이는 “생산 및 출하 정지가 길어진다면 완만한 회복을 이어가는 일본 경제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흔들리는 리더십
반복되는 인증 조작 사건으로 창업주 손자인 도요다 아키오 회장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세계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은 잇따라 아키오 회장의 연임 반대 권고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2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아키오 회장의 연임에 반대를 권고했다. 2009년 사장 취임 이후 토요타의 세계 1위 복귀를 이끌어낸 아키오 회장에 대해 양대 의결권 자문사가 한 목소리로 연임을 반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블룸버그는 ISS가 토요타의 잇따른 부정 사건에 아키오 회장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아키오 회장이 “기업 문화를 바꾸겠다”고 했지만, 그가 조직적이고 장기화된 내부 부정을 개선할 적임자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미국의 또 다른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 루이스도 아키오 회장 연임에 반대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토요타 이사회가 독립적이지 않다는 이유다. 이 자문사는 지난해에도 같은 이유로 아키오 회장 연임에 반대했다.
일본 국토교통성 관계자들이 4일 현장 조사를 위해 토요타 자동차 본사로 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이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은 작다. 토요타의 외국인 주식 보유 비율은 10~20%대에 불과하고, 전체 주식의 50.07%가 아키오 회장 우호지분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아키오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토요타 보유 지분은 0.5% 불과하지만, 이들은 계열사 순환출자를 통해 의결권 9.7%를 갖고 있다. 주주총회는 오는 16일 아이치(愛知)현 도요타(豊田)시에 있는 토요타 본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현대차 반사이익 볼까
국내 완성차 업계도 이번 사태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이 자동차 안전과 직결된 에어백은 물론이고, 연비와 관련한 출력 부분까지 인증 조작을 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완성차들이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은 만큼 현대차와 기아가 그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09년 토요타가 미국에서 380만대 이상의 대규모 리콜을 했을 때 폭스바겐의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지만, 최근엔 현대차·기아의 위상이 높아져 현대차그룹에 기회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총 730만 대를 팔아, 2년 연속 글로벌 3위에 올랐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토요타가 자체 자정 능력을 잃어버린 게 확인된 만큼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아 종합적인 진단과 개선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우(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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