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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예타 완전 폐지…1000억 이상 사업만 사전 검토 받는다

국가 예산 투입 이전에 경제성을 따져보는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가 연구개발(R&D) 분야에서 폐지된다. 예타로 인해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져 기술 개발과 연구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대신 정부는 사업을 민간 전문가가 먼저 검토한 뒤 각 부처가 이를 토대로 예산을 편성하는 체계로 바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대형 국가연구개발사업 투자·관리 시스템 혁신방안’을 최종 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예타를 폐지하라”고 지시한 뒤 나온 후속 조치다.

예산 심사 절차를 간소화해 기획부터 사업 착수까지 걸리는 기간을 대폭 줄인다. 구체적으로 1000억원 미만 모든 사업은 일반적인 예산 편성 과정으로 사업이 추진된다. 이에 따라 500억~1000억원 규모 신규 사업은 예타 폐지 전보다 2년 이상 기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된다. 검토 방향도 예타처럼 당락 결정이 아닌 기획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이 될 거라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1000억원 이상의 연구형 R&D 사업은 ‘사전 전문검토’를 도입했다. 과학기술 이해도가 높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해 사업성을 고려하겠다는 취지다.

연구시설 신설이나 위성, 우주 발사체 등 난도가 높은 체계개발사업은 두 단계에 걸쳐 심사한다. 심사 기간만 놓고 보면 1년 내로 마무리할 수 있어 예타 시행 때보다 의사결정 속도가 크게 빨라질 수 있다. ‘기본계획심사’에선 사업 필요성을 검토하고, 실제 착수 여부와 예산 규모는 ‘추진계획심사’가 맡게 된다. 단순 연구 장비 도입, 공간 조성사업은 기본계획 심사만 진행한다.



각 정부 부처는 매년 4월 말까지 R&D 우선순위를 자율적으로 정해 차년도 예산을 요구해야 한다. 부처마다 할당된 지출 한도가 있기 때문에 그간 중요도 구분 없이 예산을 요구했던 관행이 개선될 전망이다. 류광준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핵심은 부처의 자율성에 있다. 각 부처는 사업 기획이 무르익어야 예산을 요구하게 될 거고, (통과할) 자신 없으면 가지고 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혁신본부와 기획재정부가 예산 심의 단계부터 사업수행 건전성을 지속 점검하기로 했다. 사업 건전성이 미비한 문제 사업은 특정평가 제도를 통해 진행 도중에 종료시키는 것도 검토 중이다.

예타 폐지는 과학계 숙원사업으로 꼽혀 왔다. 개발 속도와 창의성이 중요한 R&D 분야에서 경제성 기준을 깐깐하게 따지는 예타 제도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국가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인공지능(AI)·바이오 등 최첨단 기술에선 대규모 예산이 빠르게 투입돼야 하는데 예타 규정에 묶여 속도가 느려졌다는 지적이다.

이상윤 과기정통부 성과평가정책국장은 “그간 예타 통과 후 사업을 진행하는 도중에도 기간이 계속해서 늘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선행기술 개발의 진행 속도를 보고, 그 이후 규모가 큰 투자를 신속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에서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예타 폐지가 가능하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회에 초당적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과학기술계 투자가 왔다 갔다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김철웅(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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