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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국의 ‘중국 길들이기’에 따른 유탄 주의보

박원석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미국의 ‘중국 길들이기’가 끝이 없어 보인다. 최근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조만간 중국의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4배 정도인 100%로 인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다른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생산한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율(2.5%)과 비교하면 40배 정도 높은 것이다. 미국은 일반 배터리 부품과 전기차 용도의 배터리 등에 대해서도 25%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다.

과연 미국의 이러한 대중국 제재가 과연 ‘시작의 끝’인지, 아니면 ‘끝의 시작’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어떤 경우든 아직 끝나지 않았고, 당분간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4월 말에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한 이후에 나왔다. 중국이 불쾌함을 느낄 듯한 대목이다. 그만큼 미·중의 전략적 불신이 커지고 갈등의 골이 더욱 깊게 패일 것임을 암시한다.

미, 중에 고율 관세 폭탄 투하 예고
미·중 전략 경쟁과 불신 더 깊어져
한국 기업에 끼칠 영향 주시해야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제정하면서 요건을 충족하는 자동차와 배터리에 대해서는 세액공제를 제공했으나 중국 관련 기업에 대해서는 ‘해외우려기관(FEOC)’이라는 이름으로 세액공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사진은 2022년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전기차를 타보는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 AP=연합뉴스
미국의 조치는 중국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국유기업이나 민간 기업에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해 발생하는 매년 400조원 이상의 무역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일격을 가한 측면도 있다. 중국은 최첨단 산업기술을 보유한 외국기업들을 마치 미끼상품으로 유인하듯 쉽게 투자를 유도해왔다. 그런 뒤 공동투자나 지분 참여 요구 등을 통해 경영권을 장악하고, 첨단기술을 강탈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기업가 출신이어서 본능적으로 밑지는 장사를 싫어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회주의 독재 국가들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그는 중국 등이 미국이 개발한 최첨단 반도체, 수퍼컴퓨터, 바이오 제품 및 기술로 전 세계 첨단산업의 생태계를 휘젓고 다니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왔다. 2018년에는 수출통제관리법(ECRA)을, 2020년에는 그 시행령인 수출관리규칙(EAR)을 마련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역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겠다고 공약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출통제관리법(ECRA)과 그 시행령인 수출관리규칙(EAR) 등을 통해 중국이 전 세계 첨단산업의 생태계를 휘젓고 다니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왔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사진)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보다 한술 더 뜨기 시작했다. 2022년 8월에는 친환경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생산의 완전한 국내 생태계를 도모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제정하면서 요건을 충족하는 자동차와 배터리에 대해서는 세액공제를 제공했다. 그러나 중국의 관련 기업에 대해서는 다소 모호한 ‘해외우려기관(FEOC)’이라는 이름으로 세액공제 혜택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했다.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5월 초 미국 에너지부는 해외우려기관에 대한 최종 해석지침을 공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중앙과 지방정부, 공산당, 군부 등의 전·현직 고위공직자, 그들의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 배우자의 직계 존속 및 형제자매 등은 관련 공급망 기업을 25% 이상(누적 기준) 소유·통제·관할·지시하는 경우 미국 접근이 차단된다. 백악관 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이 주장하는 ‘마당은 작게, 담장은 높게(small yard, high fence)’ 정책에 따라 촘촘한 통제 장치를 마련했다.

하필 미국이 수출·수입을 통제하는 전기자동차·배터리, 그리고 첨단반도체 산업 등은 현재 한국 기업들이 가장 재미를 보는 분야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은 다수의 배터리 부품과 대부분의 핵심 광물을 중국이나 중국 해외 투자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이런 조치는 결국 한국 기업이 넘어야 하는 ‘높은 담장’이 되는 셈이다.

현대차·기아 시험실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를 대상으로 시험 중인 모습. 한국 기업들은 다수의 배터리 부품과 대부분의 핵심 광물을 중국이나 중국 해외 투자기업에 의존하고 있어 미국의 조치에 의외의 불똥이 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그룹
한국의 민간기업이 중국 고위당국자의 사돈·팔촌까지 중국 내부 또는 아프리카·남미·동남아 등지에 소재하는 해당 공급망 기업에 대한 소유·통제·관할·지시 가능성을 파악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정부 당국과 관련 산업체의 유기적이고 긴밀한 협의체가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도 미국 정부(에너지부)와 예방적인 정보공유 채널을 강화해 한국 기업에 의외의 불똥이 튀지 않도록 관리하고 차단할 필요가 있다.

배터리 소재의 물적 범위를 담당하는 미국 재무부의 해석 지침도 주목해야 한다. 배터리의 핵심광물 ‘추출’ 정의에는 추출을 위해 사용하는 ‘장비’까지 포함한다. 즉 채굴 등을 할 때조차도 중국산 장비를 쓰지 말라는 취지다. 해석 지침에 숨어 있는 적용 범위의 확대 가능성을 다시 한번 꼼꼼하게 살펴야 불필요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원석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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