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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중의 행복한 북카페] 작지만 호화로운 행복

김성중 소설가
아침 첫 독서로 러시아 작가 이반 투르게네프(사진)의 단편집 『사냥꾼의 수기』를 읽는 것은 작지만 호화로운 행복을 안겨준다. 책을 펼치면 항상 날씨가 좋고, 흥미로운 사람을 소개받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파악할 줄거리랄 것도, 이렇다 할 사건도 없이 아름다운 자연 묘사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도 얻는 것이 무궁무진하다.

개 한 마리 데리고 시골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한가로운 사냥꾼은 ‘언제나 있었지만 써 주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던’ 사람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천부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애쓰지 않고 저절로 얻어낸 본성처럼 자연스럽게 보이기 때문이다.

‘호리와 칼리니치’는 맨 처음 등장하는 단편인데 두 농부를 대조한 대목이 일품이다. 삶을 야무지게 움켜쥐고 요령껏 자기만의 왕국을 꾸려내어 살아가는 호리는 사회적 인간인데 반해, 주인의 사냥이나 따라다니며 실속은 없지만 속 편히 풍류를 즐기는 칼리니치는 자연적인 인간이다. 도입부 자연 묘사가 압도적인 ‘베진 초원’도 빼 먹을 수 없다. 초원에서 말을 지키며 밤새도록 유령 이야기를 나누는 소년들의 속삭임은 한편으로 친숙하고, 한편으로 낭만적이다. 가장 멋진 소년의 죽음은 이 밤에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선사한다.

낭비를 싫어하는 현대 독자가 보기에 작가 투르게네프는 옆길로 자주 새고 인간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게 많아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완벽함’은 무엇을 위해서인가? ‘노래꾼들’의 가수 야시카를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기교는 없지만 듣는 이에게 내적 진동을 일으키는 것, 예술이 태어난 순간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것 말이다. 이 아늑한 모퉁이에서 독자는 자신이 지닌 소박하고 순수한 감정들과 만나게 된다. 재차 말하지만 아침의 첫 독서로 『사냥꾼의 수기』를 펼쳐 딱 한 편만(이런 책은 일부러라도 느리게 읽어야 하니까) 읽는 것은 더할 수 없는 행복이다.



김성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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