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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섭씨 42도가 선선?…'불가마 폭염' 인도 뉴델리 시민들 만나보니

지난주 당국 섭씨 52.9도 발표했다 부랴부랴 '고장'이라며 수정한 온도가 49.9도 노숙자 "식수 구하기 힘들어"…'시금치 상할라' 물적신 헝겊 덮은 수레끄는 상인도 호텔 "시원한 고지대로 손님들 떠나 20% 줄어" 울상…냉음료 가게 상인은 '방긋'

[르포] 섭씨 42도가 선선?…'불가마 폭염' 인도 뉴델리 시민들 만나보니
지난주 당국 섭씨 52.9도 발표했다 부랴부랴 '고장'이라며 수정한 온도가 49.9도
노숙자 "식수 구하기 힘들어"…'시금치 상할라' 물적신 헝겊 덮은 수레끄는 상인도
호텔 "시원한 고지대로 손님들 떠나 20% 줄어" 울상…냉음료 가게 상인은 '방긋'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폭염에 물도 구하기 힘들고 먹을거리도 부족해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어요."
3일(현지시간) 오전 11시 30분께 인도 수도 뉴델리 동부 야무나 강변의 고가도로 밑에서 만난 노숙자 아니타(24)씨는 기자를 만나 이렇게 토로했다.
기온은 점차 올라 정오도 채 안 됐는데 벌써 섭씨 39도를 나타냈다.


세 살배기 딸을 안고 구걸을 다니는 아니타씨는 '식수를 어떻게 구하느냐'는 기자 물음에 "민간단체에서 하루에 한번 무료로 공급하는 식수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염에도 딸과 살기 위해 구걸하러 다닌다고 덧붙였다.
고가도로 밑의 일부는 이미 피서하러 온 소들이 '점거'하고 있었다.
이어 야무나강 둔치 한 마을로 향했다.
더운 날씨에도 머리에 수건을 둘러쓴 채 수레를 끄는 앰디사타르(34)씨를 마을에서 만났다.
매일 채소를 농부에게 직접 산 뒤 수레에 싣고 인근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시까지 옮겨가 파는 중개상인이라고 했다.
이날은 시금치를 사서 폭염 피해를 막으려 두꺼운 헝겊에 물을 적셔 덮은 상태였다.
앰디사타르씨는 "아들 둘을 키우느라 폭염에도 매일 채소를 떼다 팔고 있다"며 빙긋이 웃었다.
같은 마을에 있는 델리 주정부 시행 고가도로 공사장에는 인부들이 헬멧을 쓰고 일하고 있었다.
50대 공사현장 경비원은 "날이 더워도 인부들이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델리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10일 가까이 낮 기온이 섭씨 40도를 훌쩍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6월말 시작하는 몬순(우기)을 앞둔 인도 북부 여름철에는 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평년보다 기온이 몇 도씩 높은 폭염이 지속되는 것이다.

지난달 29일에는 뉴델리 낮 기온이 섭씨 52.9도로 올라 사람들을 화들짝 놀라게 했다. 이 수치는 인도 전역 역대 최고치를 깨는 것이기도 했다.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에 기상당국은 조사에 착수해 해당 기상관측소의 센서 오류로 3도 높게 측정됐다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3도 낮춘 49.9도 역시 뉴델리 역대 최고 낮 기온으로 볼 수 있다.
기자가 시민들을 만난 이날은 뉴델리 낮 최고 기온이 42도로 최근 중에서는 '선선한' 편이었다.
폭염은 뉴델리가 속하는 인도 북부에만 지속되는 게 아니다. 동부 오디샤주 등 다른 지역에서 폭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여름 들어 폭염과 관련해 인도 전역에서 지난 2일까지 사흘 동안 발생한 사망자는 191명이라고 현지 일간 힌두스탄타임스는 3일 전했다.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통해 확인해야 하지만 사망자 모두 열사병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특히 여러 지역에서 폭염 관련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 북부와 인접한 파키스탄에서 폭염이 이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30일 파키스탄 남부 신드주 주도 하이데라바드의 한 가게에선 가스 폭발로 최소 5명이 숨지고 50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사고 당일 기온이 50도를 웃돈 점으로 미뤄 폭염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뉴델리에선 폭염이 지속돼 곳곳에서 식수공급난이 발생하고 전력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실내에 머물며 에어컨을 가동해야 하는데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수시로 정전이 발생하기도 한다.
모두가 힘든 폭염이지만 그래도 짐짓 미소를 지어보이는 이도 있었다.

뉴델리 동부 마유르 비하르 지역의 한 전철역 앞에서 냉음료 등을 파는 젊은 상인 아마르지트(29)씨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요즘 하루에 500명 이상이 가게를 찾고 있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폭염 때문에 팔과 상체에 발진이 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찾는 손님들이 예년보다 비슷하거나 더 많아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지역 한 호텔은 손님이 많이 줄어든 상태라고 했다.
호텔 직원 바룬 쿠마르(32)씨는 "호텔 객실 90개 중 현재 절반만 찬 상태로 작년 이맘때에 비해 20% 가까이 손님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쿠마르씨는 "사람들이 더우니까 뉴델리를 떠나 히말라야 산맥 고지대에 해당하는 히마찰프라데시나 우타라칸드주 등으로 피서를 떠나 그렇다"고 설명했다.
yct94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유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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