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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세도 청년" 베테랑 신참 시대…'황태·동태' 조기퇴직은 여전

지난해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시 중장년 일자리박람회. [사진 서울시]
채용 시장에서 40~50대 중장년층이 대접받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영향 등으로 청년층이 줄어드는 반면, 노동인구가 대거 은퇴하는 시기가 맞물리면서다. 중장년 맞춤형 일자리 서비스 포털사이트 올워크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가운데 76.5%는 중장년층을 채용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은 중장년층을 적소에 채용해 성과를 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SK에코플랜트는 전체 직원 중 50대 이상 고용비율이 약 27%다. KT도 전체 직원의 60%가 50대 이상이다. 매년 1000여명가량 한꺼번에 퇴직하면 업무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 KT는 2018년 시니어 컨설턴트 제도를 도입했다. 이들이 후배에게 전문지식을 전수하면서 KT는 업무 공백을 줄이고 중장년층 일자리도 창출했다.
SK에코플랜트가 중동에서 건설중인 플랜트 사업 현장. 다수의 중장년층이 이 곳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뽐내며 근무하고 있다. [사진 SK에코플랜트]
이에 발맞춰 정부와 지자체는 중장년층을 노동 시장에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기업과 구직자에게 지원금을 주거나 취·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3일 정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중장년층 고용 정책은 크게 구인 기업 지원책과 구직자 지원책으로 나눌 수 있다. 정부의 대표적인 구인 기업 지원책은 2가지다. 하나는 근로자가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이다. 고령 근로자 1명당 매 분기 90만원씩 3년간 총 720만원을 준다.

둘째, 고령자 고용지원금이다. 만 60세 이상 근로자 수가 직전 3년 평균보다 증가하면 근로자 1명당 매 분기 30만원씩 2년간 총 240만원을 지원한다.



지자체도 4050 세대 취·창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주로 채용박람회·일자리박람회·인턴십 형태다. 서울시는 만 40~64세를 대상으로 ‘4050 직무훈련’을 진행 중이다. ▶방위산업체 중장년 전문인력 수요 맞춤 직무훈련 ▶어린이·청소년 경제금융교육 강사 양성 등 5개 과정이다. 각각 30시간 내외 과정이며, 훈련비 모두 무료다.

요즘엔 온라인 기술과 접목하는 추세다. 서울시는 인터넷 강의 교육 지원 플랫폼인 서울런과 연계해 ‘서울런4050’을 운영한다. 40·50대 서울 시민이 가입하면 창업·자격증 등 390여개 온라인 콘텐트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고 개인별 맞춤 구인·구직 상담도 가능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마포구 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서 열린 '다시 뛰는 중장년 서울런 4050 기자설명회'에 참석해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인센티브를 내건 지자체도 있다. 부산시는 40~50대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6개월간 고용을 유지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한 기업이 40·50대 5명을 6개월간 고용하면 최대 228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대구시도 만 40~59세 중장년층 대상 ‘리스타트 4050 채용 연계 일자리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장 5개월 동안 월 최대 60만원씩 훈련수당을 지급하고, 실제로 취업하면 장려금 80만원을 준다. 강원도는 40~50대 미취업 여성 750명에게 6개월 동안 구직활동지원비로 1인당 300만원을 지원한다.

서울 일부 자치구는 중장년 취업 지원 기관도 만들었다. 서울 강남구는 지난 1월 하나금융그룹과 함께 ‘신중년 디지털 일자리 센터’를 설립했다. 40·50대 중년층에 마케터나 데이터 라벨러 등 디지털 일자리를 알선하고 직업 교육도 한다. 자치단체와 민간 금융회사가 협업해 중년을 위한 일자리 센터를 만든 것은 강남구가 처음이다.

“60대 채용 늘어” vs “여전히 사막서 바늘 찾기”
정부와 지자체가 제공하는 중장년 고용 정책. 그래픽=차준홍 기자
정책 효과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2년 고령자 고용장려금 실적 분석’에 따르면, 고용장려금 제도 덕분에 정년 근로자 7994명이 정년 이후에도 기존 일자리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장려금 수혜 사업장은 비수혜 사업장보다 60~64세 근로자 고용 효과가 5.8%포인트 높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장년층 재취업은 여전히 ‘사막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40대 근로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정년까지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40대는 전체 응답자의 33.8%에 불과했다. 참고로 2022년 기준 한국 55~64세 임금근로자 중 임시고용 근로자 비중은 33.2%(남자)~35.9%(여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이에 중장년층에 진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예고 없이 황당하게 퇴직을 권유받았다는 뜻의 ‘황태’, 한겨울에 예기치 못하게 퇴직했다는 의미의 ‘동태’ 등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중장년 직장인이 일자리에서 가장 중요학제 생각하는 가치. 그래픽=김주원 기자
때문에 과도한 연공서열식 임금구조와 강력한 정규직 고용 보호 제도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 노동시장연구팀장은 “대기업·공공부문 중심으로 정규직 임금의 연공성(근속연수가 증가하면 자동으로 임금이 상승하는 경향)을 줄이고, 정규직보다 지나치게 낮은 비정규직 계약종료 비용(퇴직금 등)을 올려야 중장년층이 조기 퇴직하는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장년층이 재취업하기 위해 기업에 지원한 횟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고흥·봉화·의령선 49세도 청년…‘고육지책’
중장년 근로자가 원하는 채용 시장 교육 훈련의 요구 사항. 그래픽=차준홍 기자
이런 가운데 지자체는 중장년층을 청년으로 편입하고 있다. 중장년층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면, 채용시장 등에서 이들의 입지가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충북 보은, 경남 남해, 충남 태안에선 45세까지 공식적인 청년이다. 전남 고흥, 경북 봉화, 경남 의령군에선 이보다 나이가 많은 49세까지 청년으로 분류한다. 이들 지자체에선 40대도 각종 청년 정책의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도봉구는 조례를 개정해 서울 자치구 최초로 청년 연령을 19~45세로 상향 조정했다. 45세까진 모두 서울청년센터도봉·청년취업아카데미·도봉청년해외인턴십 등 도봉구 청년 정책 대상이다.

한요셉 팀장은 “양질의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뾰족한 정책은 없는 게 사실”이라며 “그나마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임금 체계를 개편하는 등 중장년층 고용 확대 정책을 시험 삼아 적용해보고, 정책 효과가 민간 기업으로 스필오버(spill over·효과가 특정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확산하는 현상)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희철.한은화(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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