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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지하철 150억짜리 골칫거리, 韓 중소기업이 해결해줬다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미국 방송사인 NBC Washington이 지난 1월 워싱턴 지하철에 신형 개찰구룰 설치한 뒤 부정승차가 줄었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방송 화면 캡처
지난 1월 초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 일대 소식을 다루는 방송(NBC Washington)에서 지하철과 관련해 눈에 띄는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워싱턴 지역 지하철의 골칫거리였던 부정승차가 대폭 감소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포트 토튼, 애디슨 로드 등 주요 역에서 부정승차 행위가 종전보다 70~80% 줄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애디슨 로드 역은 승객의 39%가 요금을 내지 않던 것이 요즘은 그 비율이 10% 안팎으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워싱턴 DC와 인근 메릴랜드, 버지니아 주의 대중교통을 담당하는 공기업인 '워싱턴 수도권 교통국(WMATA, Washington Metropolitan Area Transit Authority)'에 따르면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은 2019년 기준으로 1100만 달러(약 150억원)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표를 사지 않고 개찰구를 뛰어넘거나 문을 그냥 밀고 들어가는 식의 부정승차가 기승을 부리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버스까지 합하면 무임승차 손실이 무려 4000만 달러(약 550억원)나 된다고 합니다.
워싱턴 지하철의 기존 게이트. 사진 에스트래픽

이런 상황에서 지하철 무임승차를 확 줄일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개찰구 교체였는데요. 기존에 약 1m이던 개찰구에 유리보다 200배 더 강한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든 문을 덧붙여서 높이를 1m 50㎝까지 올린 겁니다. 뛰어넘기 쉽지 않은 높이인 데다 그냥 밀고 들어가려고 해도 문이 버티는 힘이 강해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이렇다 보니 부정승차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며칠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의 뉴스를 주로 제공하는 방송(ABC 7)에서도 샌프란시스코의 광역도시권인 베이 에어리어(Bay Area) 일대를 운행하는 도시철도의 개찰구 관련 소식을 전했는데요. 올해 초부터 높이가 2m를 넘고, 금속과 폴리카보네이트 문들이 장착된 새로운 개찰구들이 설치되면서 부정승차 감소에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ABC7 방송에서 샌프란시스코 도시철도에 새로 설치된 개찰구를 소개하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해당 도시철도를 관장하는 기관인 '베이 에어리어 고속 교통(BART, Bay Area Rapid Transit)'에 따르면 부정승차로 인한 손실액이 연간 2500만 달러(약 34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골칫거리였다고 하는데요. 뛰어넘기엔 너무 높고, 밀고 나가거나 아래로 통과하기도 어려운 신형 개찰구 덕에 부정승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겁니다.

앞서 지난해 8월엔 미국의 3대 유력지 중 하나인 워싱턴 포스트에서도 워싱턴 지하철의 신형 개찰구 덕에 부정승차가 많이 감소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한 바 있습니다. 또 최근까지 여러 미국 내 언론과 유튜브에서도 워싱턴과 샌프란시스코의 신형 개찰구를 다뤘는데요.

이처럼 미국 지하철의 고질적인 숙제였던 부정승차를 줄이는 데 기여한 신형 개찰구를 제작, 납품한 기업이 바로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인 '에스트래픽(STraffic)'입니다. 바꿔 말하면 미국 지하철의 골칫거리를 우리 기업이 해결해줬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온라인매체인 SFGATE의 기자가 신형 개찰구의 문을 힘줘 밀어 보고 있다. 기사 캡처

에스트래픽은 삼성SDS에서 분할해 2013년 설립한 회사로 하이패스 등 고속도로 요금징수시스템, 지능형교통체계(ITS), 철도 역무자동화시스템, 열차 제어시스템 개발과 설치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데요. 한국도로공사가 관리운영권을 따서 이목을 끌었던 방글라데시의 최대 국책사업인 파드마대교 및 N8고속도로의 교통모니터센터와 하이패스 등 요금징수시스템을 구축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이 회사가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건 2018년 4월 미국에 자회사(STraffic America, LLC)를 설립하면서부터입니다. 첫 수주는 2019년 7월 워싱턴 지하철의 '역무자동화시스템(AFC, Automatic Fare Collection Systems)' 구축사업으로 4000만 달러(약 554억원) 규모였는데요. 지하철 승차권의 판매·개표·집표를 자동으로 처리하고, 각종 통계 및 회계자료의 관리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겁니다.

2022년 말까지 워싱턴 권역 91개 역사에 개찰구 1300대를 설치하고, 중앙관제 센터 구축을 완료한 뒤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고 하는데요. 바로 부정승차를 막기 위한 신형 개찰구 설치사업으로 3500만 달러(약 485억원) 규모였습니다. 앞서 설치한 개찰구는 기존에 사용하던 개찰구와 크기·높이에서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인데요.
NBC Washington의 기자가 워싱턴 지하철의 신형 개찰구를 세게 밀어보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이 신형 개찰구 사업 역시 에스트래픽이 수주해 현재 18개 역사에 설치를 마쳤고, 오는 9월 말까지 나머지 역에도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여세를 몰아 에스트래픽은 지난해 4월엔 BART가 발주한 신형 개찰구 설치를 포함한 AFC 구축사업도 따냈는데요. BART가 운영하는 50여개 역사에 부정승차 방지용 개찰구를 납품, 설치하는 것으로 수주액은 4700만 달러(약 650억원)에 달합니다.

이렇게 에스트래픽이 미국에서 따낸 지하철 개찰구 관련 사업 수주액만 1억 달러(약 1400억원)를 훌쩍 넘습니다. 국내에선 이름도 낯선 중소기업이 미국이라는 거대한 선진국 시장에서 이뤄낸 성과로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이 회사는 지금 미국 내 최대 지하철 운영 규모를 자랑하는 뉴욕에 시선을 돌리고 있습니다.

문찬종 에스트래픽 대표는 “미국에선 부정승차가 막대한 재정적자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에 뉴욕교통공사와 LA 메트로 교통국 등에서도 이를 막기 위한 해법 찾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사업확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샌프란시스코 도시철도에 새로 설치된 신형 개찰구. 사진 에스트래픽

에스트래픽은 내친김에 국내에선 아직 도입되지 않은 '오픈 페이먼트(Open Payment)' 시장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해당 운영기관에서 판매하는 승차권을 사야만 하는 폐쇄적 방식과 달리 비자(VISA) 카드 같은 글로벌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별도의 승차권 구매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풀어서 말하면 특정 운영기관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의 대중교통을 글로벌 신용카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인데요. 대중교통 이용을 소규모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카드로 금액을 지불하는 과정처럼 처리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운영기관 입장에선 별도의 승차권 발행 절차가 필요 없어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도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국내외에서 이를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시스템 마련과 준비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어쨌든 우리 중소기업이 미국의 지하철 시장에서 보이는 활약이 상당히 인상적인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강갑생(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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