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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왕성한 구매력"…김난도가 주목한 '영 피프티'의 속살 [비크닉]

b.피셜
잘 만들어진 브랜드는 특유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요. 흔히 브랜드 정체성, 페르소나, 철학이라고 말하는 것들이죠. 그렇다면 이런 브랜드의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이들은 어떻게 이토록 매혹적인 세계를 만들고, 설득할 수 있을까요. 비크닉이 브랜드라는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무대 뒤편의 기획자들을 만납니다. 브랜드의 핵심 관계자가 전하는 ‘오피셜 스토리’에서 반짝이는 영감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올해가 벌써 중반을 향해 달려갑니다. 여러분은 한 해가 지나간다는 것을 어떻게 느끼세요? 저는 서점에 다음 해 트렌드 예측서가 나올 때 실감해요.

오늘 비크닉은 벌써 16년째, 한국 사회에 의미 있는 트렌드 키워드를 던지고 있는 책 『트렌드코리아』의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만났어요. 한해의 딱 절반, 오는 6월에 또 다른 화두를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바로 올해 3회째를 맞는 ‘트렌드콘서트 2024’예요.

연말연시를 장식하는 책과 달리 트렌드콘서트는 매년 6월에 열려요. 김 교수는 “여러 키워드가 아니라 한 가지 주제를 깊이 파자는 취지로 만든 행사”라며 “우리 혼자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는 게 아니라 각 업계 분들이 나와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라고 설명했어요.
지난달 14일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 이대원

올해 트렌드콘서트의 주제는 ‘영 피프티(Young Fifty·젊은 50대)’예요. 김난도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인구 구조상 가장 두터운 세대이자, 가장 왕성한 구매력을 자랑하며, 무엇보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50대와는 완전히 다른 세대”라며 주제 선정 이유를 밝혔어요.



서울대 소비트렌드센터와 시몬스침대, 비크닉이 공동주최하는 이번 ‘트렌드콘서트 2024’는 오는 6월 25일 서울 소공동 로컬스티치에서 열려요. 김 교수를 비롯해 김성준 시몬스 브랜드전략부문 부사장, 김지현 SK 경영경제연구소 부사장 등이 연사로 등장하죠. 새로운 소비 권력이 될 5060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에요.

지난 14일 트렌드콘서트 준비로 여념이 없는 김난도 교수를 서울대에서 만났어요. 50·60세대를 왜 ‘시니어’가 아니라 ‘영피프티’로 규정하는지, 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업에 적용하면 좋을지에 관해 물었어요. 아울러 트렌드 연구자로서 김난도 교수의 특별한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봤죠.

“8세대 공존하는 멀티 제네레이션”
오는 25일 열리는 '트렌드콘서트 2024' 포스터. 사진 서울대 소비트렌드 연구소

Q : 트렌드콘서트 주제로 ‘영 피프티’를 선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보다 새로운 시각으로 5060 소비자를 보자는 의미예요. 이른바 ‘퍼레니얼(Perennial·다년생 식물)’ 세대라고 하는데요, 탄생-성장-죽음에 이르는 한 번의 순차적 인생 모형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거죠. 자신이 속한 세대의 생활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나이와 세대를 뛰어넘는다는 의미예요.


Q : 어떤 새로운 시각이 필요할까요.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세대별 차이가 도드라지면서 그동안 세대 담론이 힘을 받았어요. 한 세대의 성격을 규정하고 고정관념을 입히는 식인데, 이제는 조금 유연해져야 하지 않나 싶어요. 요즘은 한 세대에 많게는 8세대가 공존한다고 해요. ‘멀티 제네레이션’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면 고등학생들이 두세 살 어린 중학생들도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해요.(웃음) 세대 특성이 아주 잘게 분화한거죠. 이런 분화된 특성을 가진 여러 세대가 뒤섞이고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배워요. 그래서 8세대가 공존한다는 거예요.


Q : ‘영 피프티’로 불리는 50·60 세대도 하나로 규정하기 어렵겠네요.
50·60뿐만 아니라 이제 어떤 세대를 하나의 성격으로 규정하기 어려워요. ‘세그먼트(segment·개별 그룹)의 종말’이라는 표현도 나와요. 과거엔 연령이나 성별 같은 인구학적 특성으로 세대를 나눠 설명했다면 이제는 그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어요.
김난도 교수는 "5060 세대를 시니어가 아니라 '영피프티'로 규정하고 싶다"며 "이들 세대를 다 알고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이대원

“우리가 알던 시니어 아니야, 고정관념 깨야”

Q : 그럼 ‘영 피프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지금 1970년대 생이 50대에 접어들었어요. 이들은 체력은 40대고, 패션은 30대 같아요. 회사에서 나이는 X세대 부장님인데 퇴근 후에 밴드 활동을 한다거나,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면서 신입사원과 비슷한 취향을 갖고 있기도 해요. 연령을 뛰어넘어 다른 세대와 계속 교류하고 배우고, 이런 성향들이 강하죠.


Q : 이들 세대가 중요한 소비자군으로 떠오를까요.
인구수가 많고 구매력이 높은 데다 이른 은퇴로 시간도 많아요. 경험 소비가 주류를 이루는 요즘에 특히 시간은 막강한 권력이죠. 이들이 새로운 소비문화를 창출할 것으로 봐요.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취미, 여가 커뮤니티 플랫폼 오뉴. 사진 로쉬코리아


Q : 그래도 트렌드를 창출하는 건 늘 젊은 세대 아니었나요.
그렇지 않아요. 지금 50대는 1980·90년대를 주름잡던 나름 문화적 자부심이 있는 세대예요. 지금 젊은 세대는 디지털밖에 모르지만, 이들은 어렸을 때는 아날로그, 나중에는 디지털로 완벽하게 전환한 세대죠. 두 가지 문화를 아우르면서 오히려 문화적 경험이 풍부해요.


Q :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들을 다 알고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알파 세대를 공략할 때는 공부를 정말 많이 해요. 뭔가 다르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1970년대생 이후 세대는 그냥 기성세대, 다 아는 세대라고 생각해요. 사실 엄청나게 바뀌어있는데도요.


Q : 트렌드콘서트에 이런 관성을 깨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겠네요.
김성준 시몬스 부사장은 이른바 그랜드 제너레이션(Grand Generation·1950년대 중반 베이비부머~1980년대 초반 X세대)의 ‘사회적 행동(social behavior)’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요.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이야기도 재미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요즘에는 초혼·재혼 시장을 따로 구분하지 않아요. 50·60세대의 결혼관, 성 역할이 굉장히 많이 바뀌고 있죠.

연간 800장씩 쌓이는 리포트, “새로운 얘기 즐긴다”
‘영 피프티’ 외에 주목하고 있는 트렌드가 있을까요.
최근에 가장 체감하는 키워드는 ‘건강’이에요. 요즘에는 20대도 술을 줄이고 헬스장에 가는 등 몸 관리에 굉장히 신경을 써요. 예전과 달라진 풍경이죠.


Q : 『트렌드코리아』 집필을 16년간 이어오고 있어요.
이렇게 오래 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웃음) 영향력도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는데 감사한 일이죠. 처음에 신문 두 면에 다음 해 트렌드 키워드를 정리하는 식으로 했던 것을 2009년부터 책으로 냈어요. 그때만 해도 초보적으로 단어 몇 개 써두고 정리하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제가 봐도 트렌드 키워드들이 참 충실해졌어요.


Q : 『트렌드코리아』이후로 트렌드 서적이 많아졌어요.
저희는 더 깊이 있게 분석하려고 노력해요. 최신 트렌드를 제안하는 것도 좋지만, 이면에 깔린 기술적·인구학적·경제적·사회적·정치적 맥락의 변화를 짚어내는 거죠. 또 트렌드 제안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걸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구체적 예시를 주려고 굉장히 노력해요. 되도록 외국 사례보다는 한국 사례를 제시하려고 하고요. 트렌드 ’코리아’니까요.


Q :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인데, 어렵지 않으세요.
16년 이상을 하면서 저희만의 ‘방법론’이 꽤 생겼어요. 우선 200명 정도의 ‘트렌드 헌터(사냥꾼)’ 집단을 운영하고 있어요.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는 젊은 직장인들인데, 트렌드 취재 교육을 받은 후 본인들 업계에서 나타나는 특정한 변화들을 한 달에 한 번씩 보고해줘요. 200명이 넉 달간 보내면 리포트가 800장이 쌓여요. 여기에 트렌드센터 박사님들의 조사와 내부의 여러 수집 체계로 포착한 키워드들이 망라되죠. 그렇게 축적한 키워드들을 큰 회의실에 쭉 늘어놓고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을 잡아내는 작업을 매해 7월쯤 3주에 걸쳐 해요.


Q : 좋은 키워드 도출을 위해 어떤 방법을 쓰세요.
인터뷰를 많이 해요.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떤 일관된 흐름이 나타나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어느 지점에서 만나기도 하죠. 그러다 보면 어떤 인사이트(통찰)가 확 다가와요. 흩어진 여러 사실을 모아서 이유를 분석하고 유추하는 그 과정 자체가 정말 즐거워요.
김난도 교수는 "앞으로도 좋은 트렌드 연구서를 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 이대원

김난도 교수는 “앞으로도 좋은 트렌드 연구서를 쓰는 게 목표”라고 말해요. 그러면서 “트렌드코리아 강연에서 한 독자가 양평에서 고깃집을 하는데 책에서 본 걸 실천해 가게 앞에 줄이 생겼다며 감사를 전하는데 정말 감동했다”는 일화를 들려줬죠. 이어 “이번 트렌드콘서트에서도 참여하는 분들에게 어떤 작은 부분이나마 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힌트를 전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어요.



유지연(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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