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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의 시선]뜨거운 감자, 해외 직구 규제

김원배 논설위원
한국은 글로벌 유통업체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었다. 치열한 경쟁, 까다로운 소비자, 정부의 규제를 극복할 외국 업체가 나오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로 대표되는 C커머스의 공습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다. 중국에서 만들지 않는 공산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그동안은 국내 업체가 수입해 팔았지만 싼 가격에 저렴한 배송비를 앞세운 중국발 직구가 한국 시장을 강타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해외직구 대책과 관련 국민께 혼란과 불편을 드렸다며 사과를 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2022년까지 해외 직구 1위 국가는 미국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급부상했다. 지난해 해외 직구액 6조7567억원 중 중국이 절반 가까운 3조2873억원을 차지했다. 올해 1분기엔 전체 직구액 1조6476억원 중 중국 비중이 57%(9384억원)로 높아졌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알리와 테무의 국내 앱 사용자 수는 각각 800만 명대로 쿠팡에 이어 2·3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사흘 만에 사과·수정한 정책 참사
KC인증 고집 말고 신뢰 높여야
정부, 야당과도 정책 협의 필요
그러나 저렴한 가격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두 업체를 통한 직구 품목 일부에서 기준치 이상의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 지난 16일 정부가 소비자 안전 차원에서 80개 품목의 해외 직구를 원천 차단하는 대책을 내놨다. KC 인증이나 별도 승인이 없으면 직구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소비자 반발에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자 사흘 만에 원안이 수정됐다.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을 개별적으로 규제하겠다고 한다. 국무조정실이 중심으로 여러 부처가 3월부터 준비한 대책이 사흘밖에 가지 못했으니 '정책 참사'다.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박경민 기자
다만 대책은 분명히 필요하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3월 낸 보도자료를 보면 국내 중소기업 53%가 과도한 중국산 직구 면세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응답했다. 중국 제품을 수입해 팔려면 KC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직구 제품은 그런 의무에서 벗어나 있으니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중앙회 측은 “해외 직구에 대해 연간 약 480만원의 누적 면세 한도를 두고 있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건당 150달러의 면세 한도 제한만 있다. 연간 누적 한도가 없는 점에 대해 상호주의에 입각한 직구 면세 체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면세 한도 역시 민감한 문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기자 간담회에서 “(면세 한도에 대해) 방향성을 정하지 않았다. 해외 직구는 여러 이해 관계자가 있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직구 문제는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에 열광하는 것도 국내 제품 가격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간 한도를 두는 것도 생각할 수 있지만, 규제 대상을 명확하게 하고 명분과 함께 실효성도 갖춰야 한다. 이번 정책 참사를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직구 규제 방식에서 KC 인증만 고집할 이유는 없다. 안전의 문제라면 선진국 인증을 배제할 필요가 없지 않나. 자칫 미국·유럽·일본 제품의 직구만 어려워질 수 있다. 아울러 KC 인증의 신뢰도도 높여야 한다.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도 KC 인증을 통과했는데 뭐가 안전하냐”는 얘기도 나온다. 소비자가 이런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야당도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 19일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입만 열면 자유를 외치더니 퇴행적 쇄국정책으로 21세기 흥선대원군이라도 되려는 건가. 자유시장 경제와 소비자들의 요구를 역행하는 해외 직구 금지 졸속 방침을 전면 폐기하고 원점부터 살피라”고 비판했다.

지적은 합당하다. 그런데 대형마트의 공세에 약자인 전통시장을 보호하던 민주당의 기조가 바뀐 것인가. 중국 직구로 위기에 내몰린 국내 업체는 어떻게 하면 되나. 만약 민주당이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는 민주당이 해결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가 된다. 직구를 넘어 개인 정보부터 거래 데이터를 가진 초대형 유통 플랫폼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과제와 마주해야 한다. 직구와 유통 플랫폼에 대한 정책을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나중엔 해결하기 훨씬 어렵다. 의회 다수당이라면 이에 대한 기본 방향과 대응책도 고민해야 한다.

이젠 어떤 정책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이해관계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런 대책을 만들 때는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과의 사전 정책 협의를 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대책이 나온다.





김원배(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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