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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지방, 학원은 대치동" 초등생부터 짐싸는 강남 엄마들 [지역의대 전성시대]

지난달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학원에서 학부모 설명회를 하고 있다. 이 학원 관계자는 ″대치는 의대를 준비하는 초등생이 이미 많은 동네였는데도, 의대 증원 여파로 문의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사진 학원
서울에 있는 한 기업에 다니던 초등 5학년 학부모 A씨는 올 초 의대 증원의 가닥이 잡히자 부산 발령을 자원했고 최근 이사를 마쳤다. 지난해 정부의 증원 방침이 나온 직후 “지역인재전형을 노려 의대를 보내라”는 컨설팅을 받고 내린 결정이다.

A씨를 상담한 컨설턴트는 “대치동 학생들은 초등 시기부터 다양한 학원 레벨 테스트를 거치며 본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게 된다”며 “휘문고, 세화고 같은 유명 고교에 가서 경쟁에 치이다 이도 저도 안 되느니 차라리 지역인재 문이 넓은 지방 의대를 보내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 빠르게 선다는 얘기”라고 했다.

점점 확대되는 의대 지역인재전형을 노리고 ‘삼천지교(三遷之敎)’를 고민하는 ‘맹모(孟母)’가 많아지고 있다. 주로 초등생 학부모다. 현 중학교 3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28학년도부터는 의대가 있는 권역 내 고교뿐 아니라 중학교도 졸업해야 지역인재전형 지원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중학교도 전학이 아닌 입학한 학생만 가능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지역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짐 싸는 강남 엄마들…“학교는 지방, 학원은 대치동”
김영희 디자이너
2025학년도 비수도권 26개 대학에서 시행하는 지역인재전형 모집인원은 1913명으로 전년 대비 888명 증가했다. 수시로 1549명(81%), 정시로 364명(19%)을 각각 선발한다.



지역인재전형 확대로 가장 수혜를 볼 것으로 꼽히는 지역은 충청과 강원권이다. 30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5학년도 의대 증원으로 권역별 고교 수 대비 의대 지역인재전형 모집인원이 충청권은 학교당 0.9명에서 2.4명으로, 강원권은 0.7명에서 1.7명으로 확대된다. 단순하게 말해 전교 2~3등 수준이면 의대 진학을 노릴 수 있게 된 셈이다.

두 지역은 교통이 좋아 서울 학원가를 오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천안으로 이사해 서울로 출퇴근하는 한 초등생 학부모는 “충청권은 권역 내 의대가 7곳이라 원서 쓸 기회가 다양하다는 점 때문에 선택했다”며 “목표는 지역 의대지만, 성적이 좋다면 수도권 의대도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세종시에 사는 초등 2학년 학부모 B씨는 “인(in)서울 의대에 못 갈 바에는 지역인재전형으로 가까운 의대에 들어가는 게 유리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며 “사교육비로 월 200만원 넘는 돈을 지출한다”고 했다.


김영옥 기자

“6년 뒤 바라보고 온 가족 이사, 모험 거는 것”
의대 진학을 위한 지방 유학은 증원 전부터 이미 시작됐다는 게 학원가 이야기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방대 육성법에 따라 지역인재전형 비율이 40%까지로 오른 2023학년도 입시부터는 확실히 지역 고교생의 입시가 유리해졌다”며 “역유학 가는 사례가 눈에 띌 정도로 많지 않았을 뿐, 전부터 조금씩은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과 충북 청주를 오가며 수업하는 한 학원 강사는 “한때 강남에서는 의대를 많이 보내기로 유명한 상산고를 가기 위해 전북 완주의 모 중학교에 미리 전학 가는 게 유행이었다”고 했다. 의대 입성을 목표로 지난해 초등 두 자녀를 데리고 서울에서 전북 김제로 이사한 C씨는 “의대에 비해 학생 수가 적고, 인근에 수능도 대비할 만한 명문고가 있다는 점을 들며 반 년간 가족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대구 수성구 한 고등학교에 대입 결과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지방 유학은 현실적인 제약도 크다. 최영득 대치명인 고입컨설팅 총괄소장은 “지역으로 직장을 옮길 수 있고, 집을 구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학부모의 문의가 대부분”이라며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이나 지방에 지사가 있는 직장인, 이동이 자유로운 자영업자들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의대를 가고자 이른 시기에 지방 유학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위험 부담도 크다. 전관우 알찬교육컨설팅 대표는 “지역 중·고교에서 극상위권을 당연하게 유지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의대에 진학할 가능성이 크겠지만, 학생의 현 상태를 보고 6년 뒤 성적을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지역도 많다 보니, 지방 유학은 큰 모험”이라고 했다.

“수도권 학생들 경쟁 더 치열해져, 역차별” 불만도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뉴스1
지역인재전형 위주로 의대 정원이 확대되다 보니 수도권에 사는 수험생·학부모 사이에선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실제로 지역인재전형 비율이 가장 높은 전남대의 경우 올해 전체 모집 인원의 78.8%(165명 중 130명)를 해당 전형으로 뽑는다.

올해 수도권 고교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 의대를 목표로 반수 중인 한 대학생은 “지역인재 비중이 커서 (의대 증원이) 악재라는 생각도 든다. 수도권 학생들이 지원할 자리는 크게 늘지 않은 데 비해 이과 상위권 N수생이 급증할 것 같다”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도 “서울 학생들 원서는 결국 수도권에 몰리다 보니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지원.최민지(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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