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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들은 "무조건 충성"…쇄신 외치던 여당, 친윤·친한 반목만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뉴스1

" “대통령을 위하여”, “무조건 충성!” "
지난 22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국민의힘 22대 초선 당선인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외친 건배사다. 윤 대통령은 이달 중순 세 차례(16일·20일·22일) 그룹을 나눠 초선 당선인들과 만찬했다. 만찬 직후마다 참석자들로부터 “대통령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추켜세워줘 다들 충성맹세를 했다”, “우리가 이 정도면 다른 그룹들은 더 했을 것” 같은 말이 나왔다. 한 영남권 당선인은 주변에 “관저를 떠날 때 대통령이 이름을 부르며 포옹해 줘 눈물이 났다”고 자랑했다.

만찬 분위기만 보면 지난 총선에서 압승한 듯하다. 현실은 정반대다. 참패 후 50일이 됐지만 쇄신은 말뿐이고 당은 표류 중이다. 4·10 총선 직후 “수직적 당정 관계”를 참패 원인으로 지목하던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다시 ‘용산 2중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부결로 이끈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윤 대통령에게 야당이 강행 처리한 4개 법안(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민주유공자법 제정안, 한우산업지원법 제정안,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윤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11~14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총선 참패 책임론을 두고도 한 달 반째 논쟁만 하고 있다. 이날 당 총선백서특별위원회가 국회에서 5차 전체회의를 열고 총선 당시 사무총장인 장동혁 의원을 면담하면서 ‘한동훈 책임론’ 공방이 지루하게 이어졌다. 당내 대표적 친한(친한동훈)계인 장 의원은 27일 기자들에게 “총선백서 팀이 특검은 아니지 않나”라며 “(특위가 한 위원장을 면담하겠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랑곳없이 조정훈 특위 위원장은 이날 장 의원과 2시간 면담한 뒤 “편한 방식과 시점에 (한 전 위원장 면담을) 하려고 한다. 백서를 수년간 쓸 수 없기 때문에 신속하게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조정훈 총선백서TF 위원장(오른쪽)과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전 사무총장)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총선백서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당 안팎에서는 “패인을 분석하고 당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도모해야 할 백서 작업이 차기 권력을 노린 계파 싸움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총선 후 한 전 위원장을 다시 옹립하려는 친한계와 기존 당 주류였던 친윤(친윤석열)계로 당의 세력이 분화하면서, 이들이 건설적 논의 없이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인다는 비판이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총선에서 참패했으면 어떻게든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 몸부림쳐야 하는데 당 지도부가 시간만 끌 뿐 하는 게 없다”며 “전당대회에서 넉 달 만에 다시 한동훈 체제로 돌아가든 ‘도로 친윤당’이 되든 민심에 외면받기는 매한가지”라고 우려했다.

총선 패장인 한 전 위원장이 차기 전대 출마 움직임을 가시화하면서 친윤-친한 대립 구도는 날로 가팔라지는 모양새다. 아직은 양측 모두 노골적인 세 불리기를 안 하지만, 이른바 ‘친윤 핵심’과 ‘친한 핵심’으로 꼽히는 당내 인사들 간 엇갈린 주장이 하나둘 삐져나오는 중이다. 친윤 유상범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당헌·당규상 대선 1년 6개월 전인 2025년 9월 3일까지밖에 당 대표를 하지 못한다”며 “(한 전 위원장이) 지금 당 대표로 출마하면 본인에게 득보다 실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는 친한계는 줄곧 “한동훈만한 대안이 없다”고 주장한다. 원내에서는 장동혁 의원과 한 전 위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형동 의원이 대표적인 친한계로 꼽힌다. 원내보단 원외 낙선자 그룹 등 외곽에 친한계 인사가 더 많다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전 위원장이 전날 일부 낙선자들과 만나 지구당 부활을 주장한 것도 “원외 세력화를 노린 카드”로 평가된다. 국민의힘 원외조직위원장 20여명은 이날 오후 당사에 모여 당 혁신방안을 논의한 뒤 “수도권 외연 확장, 기득권 중심의 불균형 개선, 청년 등 정치 신인을 위한 정치개혁 일환으로 지구당 부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밖에서는 한 위원장의 대학 친구이자, 라디오 진행자로 활동하는 김태현 변호사 등이 측근으로 분류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1대 총선 참패 다음날인 4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처럼 당이 내부 권력 투쟁의 전초전에 몰두하는 사이, 당정은 정책역량 부재를 여실히 노출했다. 해외직구 규제 발표 및 철회(19일), 연금개혁안 합의 최종 무산(28일) 등 굵직한 정책 이슈마다 헛발질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행정부에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여당의 기본 역할인데 국민의힘은 총체적으로 정책 기능이 마비돼있다”며 “여소야대로 국회 상임위 주도권을 야당에 뺏겼고, 그 결과 상대적으로 전문직 출신이 많은 보수당임에도 현 정부 들어 줄곧 한계를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에선 “정책위의장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의원들이 낙선·낙천해 한 달 넘게 정책을 할 사람이 없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 국민의힘은 카오스(혼란)도 없는 아나키(무정부 상태)에 가깝다”며 “혼란이라도 있으면 그걸 어떻게든 수습하고 책임지자는 움직임이 있을 텐데, 지금은 임시 지도체제 아래서 4년 임기를 보장받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몸을 사리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황우여 비대위는 이날까지도 전당대회 시기에 대한 구체적 발표를 하지 않았다.

"이관섭 한오섭 날린 거 빼고 달라진 게 뭔가”…어물쩍 넘어가는 인적 쇄신
“이렇게 어물쩍 넘어가려고 해서 무슨 국정쇄신이 되겠나.”
여권 인사가 29일 통화에서 여권 인적 개편 문제를 두고 한 말이다. “충격적인 총선 참패 직후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요구됐지만, 50일이 지나도록 총선 민의에 부응할 만한 조치가 없었다”는 게 이 인사의 평가다.

실제, 총선 직후 한덕수 국무총리를 포함한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한 후 지금껏 교체된 인사는 이관섭 전 비서실장과 한오섭 전 정무수석 둘 뿐이다. 총선 직후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다짐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모습.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이었다. 뉴스1

대통령실 개편부터 총선 민심에 한참 못 미쳤다는 평가다. 관료 출신이 맡았던 비서실장에 정진석 전 국민의힘 의원을 기용했을 때만 해도 그나마 정치인 발탁으로 민심 전달과 국회 소통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정무수석에 홍철호 전 의원, 시민사회수석에 전광삼 전 시민소통비서관, 정무1비서관에 김명연 전 의원, 공직기강비서관에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 등 지난 총선 여당에서 낙선·낙천한 인사가 줄줄이 기용되면서 ‘회전문·보은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3비서관으로 합류한 것은 논란의 불을 지폈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윤 대통령이 직접 수사했던 인물을 다시 채용하는 것이 상식과 어긋나서다. 여권 관계자는 “누가 봐도 논란이 될 인사 아닌가. 윤 대통령이 총선 민심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 든다”고 했다.

개각도 감감무소식이다. 역대 정부를 봐도 선거 패배 후 개각은 상수에 가까웠다. 전임 정부만 해도 총선도 아닌 2021년 4·7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정세균 국무총리 후임으로 김부겸 총리를 지명하고, 5개 부처 장관을 교체했다. 특히 192석의 거야의 동의가 필요한 후임 국무총리 인선 문제는 국정 기조 변화의 상징이라는 평가였다. 하지만 한덕수 총리의 사의 표명 후 50일 동안 이렇다 할 인선 기류가 감지되지 않으면서, 한 총리 유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신중한 인선을 위해 길어지고 있다고 이해해 달라”며 “장관 청문회 일정은 22대 국회 상임위 배분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년 기자회견에서 “개각은 필요하다”면서도 “조급하게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개각이라는 게 총선 민심에 빠르게 부응해야 그 효과가 있는데, 사실상 실기(失期)했다”고 말했다.



심새롬.현일훈(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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