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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화의 마켓&마케팅] 브랜드 정체성 원칙 파괴하자 브랜드가 더 가까워졌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1887년 만들어진 코카콜라의 물결무늬 로고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친근하고 익숙한 브랜드인 만큼 길거리 아티스트의 단골 소재로 사용된다. 저개발 국가에서는 가게와 식당의 간판, 벽면에 누군가 서툴게 그린 코카콜라 로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브랜드 로고는 기업이 엄격하게 관리하는 핵심 자산으로 폰트나 디자인, 색상을 조금만 바꿔도 문제시된다. 동의나 허가 없는 사용은 상표권 침해이자 브랜드 정체성을 해치는 행위로 여겨진다.


코카콜라, 엉성한 로고까지 수용
이케아, ‘브랜드 해커’ 작품 전시
친근함·위트로 팬덤 강화 효과도

‘모든 코카콜라를 환영한다’ 캠페인

코카콜라의 ‘모든 코카콜라를 환영한다(Every Coca-Cola is Welcome)’ 캠페인. [사진 각 기업]
지난 4월 코카콜라는 ‘모든 코카콜라를 환영한다(Every Coca-Cola is Welcome)’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무단으로 사용된 로고를 수용하고 아예 그중 일부를 캔 디자인과 광고에 활용한다. 변형된 로고를 가치 있는 예술적 창작물로 인정하고 많은 사람에게 소개한다는 취지다. 가게 주인이 그린 엉성한 로고도 브랜드와 지역 문화가 융합된 작품으로 해석된다. 코카콜라는 다양한 비공식 로고를 적용한 캔 콜라를 미국과 브라질, 호주 등지에서 판매하고, 홍보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전파하고 있다.



이케아 프락타(FRAKTA) 가방으로 만든 드레스. [사진 각 기업]
DIY 가구를 판매하는 이케아는 ‘해킹당한 이케아(IKEA Hacked)’로 유명하다. 제품을 원래 용도가 아닌 개인의 목적과 취향에 맞춰 새롭게 설계하고 조립하는 해커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스툴을 이용해서 책장이나 자전거를 만드는 식이다. 온전한 제품을 버리고 포장 상자만 사용하기도 한다. 제품 본연의 가치를 떨어뜨리니 이케아로서는 불쾌해할 만하다. 2014년에는 해킹 정보 공유 사이트(Ikeahackers.net)에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경고장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브랜드 해커들을 살펴본 이케아는 그들이 열렬한 팬 고객임을 알게 되었다. 이후 이케아는 해킹을 창의적 활동으로 정의하고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소개하기 시작했다. 스웨덴 엘름훌트에 있는 이케아 박물관에서는 매장에서 사용하는 몽당연필 6971개로 만든 펜슬 체어, 1000원짜리 프락타(FRAKTA) 가방으로 만든 드레스 등 기발한 아이디어로 재탄생한 해킹 작품들을 전시한다. 노스 인테리어(Norse Interiors), 홀트(Hølte) 등 이케아 제품을 개조해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스튜디오도 등장했다.

실험예술가의 루이비통 와플 메이커

앤드루 르위키의 루이비통 와플 메이커. [사진 각 기업]
실험적 예술을 추구하는 예술가 앤드루 르위키(Andrew Lewicki)는 유명 브랜드의 상징적인 디자인을 재구성해 유쾌함과 재미를 선사한다. 초콜릿 쿠키 오레오 모양의 맨홀 뚜껑, 루이비통 모노그램이 새겨진 와플 메이커가 대표작이다. 저작권 침해에 극도로 민감한 루이비통이 발끈할 만하지만, 아무런 항의 없이 조용히 지켜볼 뿐이다. 예술가의 도발적인 시도는 오히려 대중 소비자들이 권위적인 고가 명품 브랜드에게 친근감과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LA 왁도날드 매장. [사진 각 기업]
지난 2월 맥도날드가 시도한 ‘왁도날드(WcDonald)’ 캠페인도 흥미롭다. 왁도날드는 198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이 로고 저작권 문제를 피하기 위해 맥도날드의 M자 아치 로고를 뒤집어 사용한 데서 유래한다. 맥도날드가 애니메이션 곳곳에서 등장했던 왁도날드를 현실 세계에 소개하기로 한 것이다. LA의 한 매장을 만화 속 왁도날드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전용 너깃과 칠리소스를 판매했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스튜디오 피에로와 함께 왁도날드가 등장하는 온라인 애니메이션 시리즈도 제작했다. 모조 브랜드로 치부될 수 있는 왁도날드를 오랜 고객 팬들의 마음속에 담긴 추억의 징표로 여기고 브랜드 자산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브랜드 고유의 글씨체, 폰트를 활용하는 전략도 눈에 띈다. 이미 만들어진 일반적인 서체가 아닌 독특한 브랜드 서체를 직접 개발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글씨체가 사업 특성과 브랜드 정체성, 기업 문화 등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강력한 마케팅 도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특성을 잘 담으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동시에 경쟁사와는 차별될수록 좋은 글씨체라 할 수 있다.

요즘에는 공들여 제작한 폰트를 패키지나 광고에 활용하는 데서 나아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무료로 배포하는 것이 추세가 되었다. 브랜드 글씨체를 사용한 폰트 마케팅으로는 배달의 민족이 유명하다. 배달의 민족은 2013년부터 한나체, 주아체, 을지로체를 비롯한 10여 개 글꼴을 개발해 홈페이지에서 무료 배포해왔다. 최근에는 롯데마트, 아모레퍼시픽 등 폰트 마케팅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배민 등 기업, 로고·글씨체 개방도

문자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대세인 지금, 밋밋한 글꼴보다 개성 강한 글꼴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은 기업이 개발한 새로운 글꼴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아무래도 호의적인 브랜드의 서체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고, 브랜드 고유의 서체를 빈번하게 접하면서 호감과 연결감은 더욱 커지게 된다. 무료로 배포된 서체는 TV 프로그램 자막, 도서 표지 등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브랜드를 알리고 친숙감을 높이는 수단으로도 효과적이다.

기업 이미지 훼손이나 브랜드 사칭을 우려해 사용을 철저하게 제한하던 브랜드 관리 원칙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반소비 단체와 행동주의 예술가들이 건강과 환경을 해치거나 과소비를 조장하는 기업을 비난하는 패러디 속에서 브랜드를 뒤트는 재밍(jamming)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기업이 앞장서서 로고나 글씨체를 개방해 고객의 일상 속에 자리 잡게 한다.

유연하고 포용적인 브랜드 관리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여유로움과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친근하고 위트 있는 모습으로 브랜드 팬덤을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오랜 전통을 지닌 기업이라도 과거 관습에 얽매여 경직된 이미지가 각인되면 시장에서 외면받게 된다. 소비자와 함께 브랜드 원칙 파괴를 즐기는 코카콜라와 맥도날드, 이케아처럼 신선함과 젊음을 유지하는 나름의 노하우를 찾아야 한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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