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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속았다”며 전세사기 보증 발 빼려던 HUG… 法, 피해자 손 들어줬다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등은 지난해 11월 15일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일방적인 보증보험 취소를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보험을 믿고 계약한 임차인이 100억원대 보증금을 떼인 사건이 부산에서 일어났다. HUG는 “가짜 서류에 속아 잘못 보증한 것”이라며 뒤늦게 보증을 취소하려 했지만, 법원은 “HUG에도 책임이 있다”며 보증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HUG “우리도 속았다” 주장, 안 통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6단독 최지경 판사는 전세사기 피해자인 A씨가 HUG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낸 임대차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HUG와 임대인이 1억4500만원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21년 6월 B씨와 임대차 계약을 했다. 보증금은 1억4500만원, 계약 기간은 2년이었다. 계약 때 A씨는 HUG가 발행한 임대차보증보험 증서를 확인했다. 만료 시점은 지난해 6월이었지만 묵시적으로 계약이 연장돼 A씨는 계속 이 집에 살았다.
B씨 임차인들이 지난해 8월 허그로부터 받은 임대보증금보증 취소 안내문.
그런데 지난해 8월 문제가 생겼다. B씨와 계약한 임차인들은 HUG가 보낸 ‘임대보증금보증 가입취소(거절) 안내문’을 받았다. 보증취소 사유는 알려줄 수 없으며, 자세한 건 임대인 B씨와 논의해 적절히 조치하라는 내용이 안내문에 담겼다. 이 무렵 이미 일부 임차인은 B씨와 연락이 끊기고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해 애태우고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이런 식으로 임차인 149명을 속여 임대차 보증금 183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HUG가 지난해 8월 임차인들에게 안내문을 보낸 건 임대인 B씨가 보증보험에 가입할 때 계약금액을 속인 가짜 계약서를 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챘기 때문이다. HUG는 B씨 앞으로 된 보증보험을 전수조사해 보증 98건(보증액 125억원)을 사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보증을 믿고 계약한 임차인에겐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조치다. 이들은 “처음부터 가짜 계약서를 걸러내지 못한 HUG에도 책임이 있다”며 70여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法 “HUG, 보증 신뢰한 임차인에게 책임 다해야”
A씨는 이처럼 HUG의 책임을 물어 소송을 낸 피해 임차인 가운데 가장 먼저 1심 판단을 받았다. 법원은 “HUG는 임대인 B씨의 기망 때문에 착오가 있었다며 보증보험계약을 취소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A씨는 이미 보증보험 계약을 믿고 계약을 연장했다. A씨로서는 B씨가 HUG를 속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HUG가 계약 취소를 통해 A씨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소송에서 A씨를 대리한 법률사무소 ‘시대’ 오희도 변호사는 “A씨는 묵시적인 계약 연장으로 ‘새로운 이해관계’가 생긴 이후 HUG 측 취소 통보를 받은 점이 인정된 것”이라며 “B씨에게 비슷한 피해를 본 임차인이 여러 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상황과 조건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번 판결을 통해 이 사건에서 HUG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HUG가 법원 판결을 이행한다면 먼저 A씨에게 보증금을 지급한 뒤 임대인 B씨에게 청구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HUG 관계자는 이에 대해 “판결 내용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항소 등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주(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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