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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서 힌트 얻었다…암세포 죽이는 차세대 mRNA 백신 파워

김윤기 카이스트 교수(왼쪽)와 우재성 고려대 교수(오른쪽)는 2020년 mRNA 벤처 기업 라이보텍을 설립했다. 사진 라이보텍
엔데믹에도 최근 바이오 업계는 코로나19 백신의 기반 기술이었던 메신저 리보핵산(mRNA)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mRNA 백신은 세포에 직접 주입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바이러스 유전 정보만 세포에 전달하는 방식이라 백신 개발의 신속성, 안정성, 응용성이 모두 뛰어나다. 코로나19 이후 신종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각국은 mRNA 백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mRNA는 긴 줄 모양의 선형 mRNA 플랫폼이다. 하지만 전 세계 생명과학계에서는 선형 mRNA보다 더 효율적인 플랫폼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선형 mRNA는 세포 내에서 금방 흐트러져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선형 mRNA의 머리와 꼬리를 이어 붙인 원형 mRNA가 부상했지만, 동그랗게 만들어 내기가 어려워 백신 제조에 쓰기에 생산 효율이 떨어진다. 선형도, 원형도 아닌 다른 대안이 가능할까.

국내에서 김윤기 카이스트 교수와 우재성 고려대 교수가 2020년 공동 창업한 ‘라이보텍’은 래리엇(올가미) 모양에 주목했다. 원형 mRNA 플랫폼의 단점을 올가미형으로 보완한 차세대 mRNA 플랫폼을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 교수는 이끼 같은 미생물의 mRNA에서 관찰되는 올가미 모양의 캡 구조에서 힌트를 얻었다. 기존 mRNA의 머리(캡) 부분에 올가미 모양의 캡을 만들어 붙이고 다시 세포 속에 넣었더니 체내 효소가 이를 공격하는 확률이 낮아졌던 것. 라이보텍의 연구에 따르면 래리엇 mRNA 플랫폼은 기존 선형 mRNA 플랫폼보다 안정성은 최대 2.5배 높고, 제작 비용은 10분의 1 수준으로 낮다. 게다가 원형 mRNA보다 담을 수 있는 유전 정보량이 많아 다양한 치료제 개발에 응용할 잠재력이 크다. 연구진은 지난해 9월 래리엇 캡 mRNA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성장성 큰 mRNA 백신 시장
mRNA 플랫폼 기반 백신은 인플루엔자나 지카 바이러스 등 감염병 예방 백신에 주로 쓰이고 있지만, 최근에는 암 치료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암 세포 때문에 변형된 단백질 정보가 담긴 mRNA 백신을 체내에 투여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암 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도록 하는 원리다.



우재성 교수는 “mRNA 분야는 차세대 백신 플랫폼이자 암 치료 백신 등으로 활용성이 크지만, 기초과학 분야이다 보니 연구개발 단계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라이보텍은 2021년 벤처캐피털(VC) 펜처더블헬릭스에서 20억원의 초기 투자를 받은 이후, 원형 mRNA 플랫폼 기술 및 래리엇 mRNA 기술을 개발하며 성장했다. 하지만 그 사이 미국발 금리인상 여파로 전세계 벤처투자가 얼어 붙으면서 기초과학 분야 바이오 벤처에도 찬바람이 불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신규 벤처투자액은 2021년 3조4167억원에서 지난해 1조7102억원으로 2년반에 반토막 났다.
라이보텍은 올가미 모양의 캡이 달린 mRAN 플랫폼을 개발했다. 사진 라이보텍
바이오·제약 업계는 물론 보건 당국도 mRNA 백신에 대한 관심이 크다. 질병청은 최근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국산화 개발 지원단’을 구성하고, 이를 범부처 조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바이오협회 역시 “코로나19 mRNA 백신 성공은 미국 정부의 상당한 자금지원과 기술 발전 덕분에 가능했다”고 분석하며 “보건 안보 차원이나 향후 미지의 질병 팬데믹 대응을 위해서라도 백신 연구ㆍ개발에 대한 투자와 기업이 실패와 사업성을 무릅쓰고 뛰어들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미국에선 원형 mRNA 플랫폼 기업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오르나는 2022년 시리즈B 투자로 2억2100만 달러(약 3017억원)를 유치하며 글로벌 mRNA 플랫폼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우재성 교수는 “혁신적인 mRNA 기술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통해 암·유전질환 치료제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수정(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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