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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 지방 떠난다, 이러니 '나솔'…저출생 뒤엔 무너진 성비

강원도의 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장모(32)씨는 5년째 ‘솔로’다. 전 여자친구를 잊지 못 해서도, 여자를 만날 마음이 없어서도 아니다. 지난해엔 이성을 사귈 목적으로 지역 러닝크루(달리기 동호회)까지 가입했다. 그러나 들어간 동호회의 남성 비율은 약 80%. 5~6번 달린 뒤론 더는 러닝화를 꺼내 신지 않는다. 종종 들어오는 소개팅엔 대부분 “서울 사는 사람인데 괜찮냐”는 조건이 붙는다. 그는 "각종 동호회도 알아봤는데, 축구·낚시처럼 남성들이 선호하는 취미가 대부분"이라며 "주변에 또래 여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소개팅하러 서울을 가도 결국 거리 문제로 몇 번 만나다 헤어진다"고 토로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서울만 여자가 더 많다 통계가 증명
29일 통계청 주민등록인구를 분석한 결과 남성과 여성의 성비가 맞지 않는 이른바 ‘성비 미스매치’가 비수도권에서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연애와 결혼을 하는 나이인 20대와 30대에서 성비 불균형이 심했다. 서울과 세종을 제외하곤 모든 지역에서 남자가 월등히 많았다.

광역시·도별로 봤을 때 여성 1명당 남성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북이다. 경북은 20대와 30대의 성비가 각각 1.33과 1.17로 나타났다. 20대 여성이 100명이 있다면 남성은 133명 있다는 뜻이다. 남녀 모두가 짝을 이룬다고 해도 남성 상당수는 미혼 상태로 남는다. 울산(1.31), 강원(1.28), 경남(1.28) 등도 20대 성비가 무너졌다. 30대도 마찬가지다. 반면 서울 성비는 20대 0.91, 30대는 1로 나타났다. 20대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건 서울이 유일하다.

신안·봉화·서산, 남녀 성비 1.5 넘어
20년 전인 2003년만 해도 성비 불균형은 크지 않았다. 20대에서 남녀 성비가 1.1보다 큰 지역은 광역시·도 중 4곳, 30대에선 2곳뿐이었다. 불균형이 점차 심해지더니 지난해는 서울과 세종, 일부 광역시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여성 100명당 남성 비중이 110명을 훌쩍 넘어섰다.



시군(특별ㆍ광역시 제외) 단위로 살펴보면 전국 160개 시군 가운데 146곳에서 20대 성비가 1.1이 넘었다. 인구가 적은 지역일수록 결혼적령기 남녀의 균형이 무너졌다. 전남 신안의 20대 남녀 성비는 1.56이다. 20대 남성이 1454명 있는데 여성은 930명뿐이다. 경북 봉화(1.56), 충남 서산(1.54), 강원 평창(1.53) 등도 20대 남초 현상이 심했다.

80~90년대 남아 선호
현재 20~30대가 태어난 1980~1990년대는 애초 남성이 여성보다 많이 태어났다. 아들 선호는 여전했지만, 자녀를 1~2명만 낳는 가구가 늘어서다. 더들리 포스턴 미국 텍사스 A&M대학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학술저널 ‘더컨버세이션’에 “한국에서 1980년부터 2010년까지 태어난 남성 최대 80만 명이 결혼 상대를 찾지 못할 위기”라는 분석을 내놨다.

수도권 서비스업 집중 영향
성별에 따라 직업군이 갈리는 것도 여성의 지방 이탈과 관련 있다. 남성은 제조업, 여성은 서비스직 취업 비중이 높다. 서비스직은 주로 수도권에, 제조업은 비수도권에 위치하다 보니 일자리를 따라 여성은 서울로 올라가고, 남성은 지방으로 내려가는 구조다. 중소 제조업체는 물론 제조 대기업도 울산·포항·창원·거제·아산 등에 주요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 근로자 452만1000명 중 남성은 325만6000명으로 72%를 차지했다. 남성 근로자 비중은 건설업(88%), 운수‧창고업(88%) 등에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서비스직에선 여성 근로자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여성 근로자 비중은 숙박‧음식업 61%, 보건‧사회복지업 81%, 교육서비스업에선 68%에 달했다.


실제 10대를 지난 여성이 대학 진학 등의 이유로 서울로 이동하는 비율은 남성보다 높다. 백화점이나 문화시설 등 지역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여성이 서울로 쏠리는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 서울로 전입한 20대 여성은 18만4911명으로, 남성(15만5553명)보다 2만9358명 많았다. 2015년만 해도 전입자의 성별 차이가 1만1907명에 불과했는데 이후 여성의 서울 전입이 크게 늘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정근영 디자이너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방에 있는 제조업체는 여성이 일하기엔 환경이 받쳐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과거보단 옅어졌다지만 여전히 여성은 서비스업이나 수도권 IT기업이 주된 일자리”라며 “인구가 몰리는 곳에 서비스업도 발달하는 법인데 지방 일자리는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다는 문제도 크다”고 말했다.


서울은 집값 폭등, 지방은 성비 불균형
성비 미스매치는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서울은 경쟁이 심해서, 지방은 성비가 안 맞아서 결혼을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다. 지난 1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1분기 기준 처음으로 0.8명선이 무너졌다. 출생아 수를 월별로 살펴보면 1월(2만1442명)과 2월(1만9362명), 3월(1만9669명) 모두 해당 월 기준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특히 2월과 3월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2만명대를 밑돌았다.

서울의 20~30대 성비는 1대1에 가깝다지만, 임금 대비 가파르게 오른 부동산 가격 등으로 인해 결혼을 꺼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뜻하는 조혼인율은 지난해 3.8건으로, 10년 전인 2013년(6.4건)보다 2.6건 줄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혼인 건수가 줄면서 지난해 조혼인율이 4건을 넘어선 지역은 세종(4.4건)‧경기(4건)뿐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저출산 대책, 돈 쏟아도 실효성 떨어져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재정을 쏟아붓고 있지만, 지방 성비 미스매치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육아휴직 기간 확대, 부모급여 인상 등 출산 후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결혼할 여성이 없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고려하지 않고는 정책 지원의 대상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여성이 지방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앞서 이진우 경남연구원 전문연구원 등은 정책논단을 발표하면서 ”지역별 인구 특징을 파악해 효과적인 저출산 대응책을 발굴해야 한다“며 ”청년 인구를 유입하거나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일자리 확충이 우선돼야 하는 지역이 상당수“라고 했다.


“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지방 일자리 우선”
지금까지 저출산 대책에서 지역소멸이나 일자리 대응 등은 주된 논의가 아니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더 많이 이동하다 보니 미혼 증가와 저출산으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젊은 여성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를 지역에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 기업이 지역에 들어오고, 사람이 늘면 서비스업이 증가하는 선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 대책의 영역을 확대할 때“라고 덧붙였다.



정진호(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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