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마음속 데드라인'이 부른 위성폭발…'재발사'도 말 못했다
'자력'보다 '보유' 급했나?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석유발동기의 동작 믿음성(신뢰성)에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초보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산화제로 적연질산, 연료로 다이메틸 하이드라진(UDMH)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존 발사체 엔진인 '백두산 엔진'과는 다른 방식이다. 이는 러시아의 기술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시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김정은으로서는 스스로 정한 원칙을 깨고 '커닝 페이퍼'까지 꺼내든 셈인데, 문제는 러시아가 언제까지 도움을 줄 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오는 11월 미 대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 협상이 본격화할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입장에서 김정은의 효용 가치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으로서는 북·러 협력의 '유효기간'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김정은은 기본적으로 성과를 중시하는 실용적인 리더십을 보여왔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열린 틈새를 활용해 최대한 빨리 위성을 보유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 11월 발사에 성공한 위성의 정찰 능력과 관련, 군사적 효용 가치가 없다고 평가하는 한·미에 기술적 진전을 입증해야 한다는 강박도 김정은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성적표'의 시간
단기적으로는 내달 하순 상반기 성과 점검을 위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8기10차)를 소집한 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김정은이 최근 낙후된 지방경제 개선을 강조하거나 살림집(아파트 등) 건설 현장을 직접 챙기는 건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한 치적이 필요하다는 방증인데, 사실 군사 분야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 게 현실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이미 개발을 완료했다고 주장하는 각종 신형 미사일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지막 퍼즐'인 위성 보유에 조바심을 내는 모습"이라며 "김정은이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올해 위성 3기를 더 쏘아 올리겠다고 공언한 것이 정치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엔 재발사 공언도 못 해
하지만 이번에는 재발사 언급 자체가 없었다. 실패 원인에 대해서도 "초보적인 결론을 내렸다" "기타 원인으로 될 수 있는 문제점들도 심의할 것" 등으로 표현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러시아의 기술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실패 원인 규명은 물론 재발사 일정을 자체적으로 수립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발표문에 후속 일정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아마 원인 규명에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발사 실패는 위성 개발국 대부분이 겪는 문제인 만큼 이를 계기로 북·러가 기술 협력을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양측 모두 현재 추진 중인 푸틴 대통령의 방북 전에 러시아 기술 지원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모양새를 만들고 싶어 할 수 있다. 향후 러시아의 지원이 더욱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정영교.오욱진(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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