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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마음속 데드라인'이 부른 위성폭발…'재발사'도 말 못했다

북한이 지난 27일 밤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를 감행했지만 실패했다. 사진은 합참이 28일 공개한 서북도서 지역의 경비함정의 감시장비로 촬영한 북한 주장 군사정찰위성 폭발 영상 캡처. 합참 제공, 연합뉴스
올해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를 시인한 28일 발표에서 북한은 지난해 실패 때처럼 "결함의 극복"이나 "2차 발사 단행" 같은 재발사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올해 안에 위성 3기를 더 쏘아 올리겠다고 장담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치적 내상'이 가볍지 않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애초에 이런 실패 위험성을 감수하고 발사를 감행한 데는 대내외적인 '데드라인'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김정은의 초조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자력'보다 '보유' 급했나?
제재로 고립이 심해지면서 사실상 전분야의 '자력갱생'을 표방해온 북한은 기본적으로 자체 기술에 의한 위성 개발을 지향해 왔다. 그러나 이번엔 다른 징후가 포착됐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석유발동기의 동작 믿음성(신뢰성)에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초보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산화제로 적연질산, 연료로 다이메틸 하이드라진(UDMH)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존 발사체 엔진인 '백두산 엔진'과는 다른 방식이다. 이는 러시아의 기술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시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김정은으로서는 스스로 정한 원칙을 깨고 '커닝 페이퍼'까지 꺼내든 셈인데, 문제는 러시아가 언제까지 도움을 줄 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오는 11월 미 대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 협상이 본격화할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입장에서 김정은의 효용 가치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으로서는 북·러 협력의 '유효기간'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김정은은 기본적으로 성과를 중시하는 실용적인 리더십을 보여왔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열린 틈새를 활용해 최대한 빨리 위성을 보유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 11월 발사에 성공한 위성의 정찰 능력과 관련, 군사적 효용 가치가 없다고 평가하는 한·미에 기술적 진전을 입증해야 한다는 강박도 김정은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성적표'의 시간
군사정찰위성 보유는 김정은이 집권 초기부터 내세웠던 숙원사업이다. 미국이 위성으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피포위 의식'이 작용한 결과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자신의 대표적인 치적시설인 평양 전위거리 준공식에 준공식 테이프를 끊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는 군사정찰위성 개발을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의 5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기도 했다. 해당 계획 추진이 4년 차 중반에 이르는 시점에서 김정은이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이 느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단기적으로는 내달 하순 상반기 성과 점검을 위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8기10차)를 소집한 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김정은이 최근 낙후된 지방경제 개선을 강조하거나 살림집(아파트 등) 건설 현장을 직접 챙기는 건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한 치적이 필요하다는 방증인데, 사실 군사 분야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 게 현실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이미 개발을 완료했다고 주장하는 각종 신형 미사일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지막 퍼즐'인 위성 보유에 조바심을 내는 모습"이라며 "김정은이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올해 위성 3기를 더 쏘아 올리겠다고 공언한 것이 정치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 1호'의 발사를 지켜보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이번엔 재발사 공언도 못 해
북한은 지난해 5월 위성 발사 실패 때는 "엄중한 결함을 조사해명하고 극복하기 위한 대책 강구"를 강조하며 "빠른 기간 내에 2차 발사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8월에는 실패 발표와 동시에 10월로 시기까지 특정해 재발사를 예고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재발사 언급 자체가 없었다. 실패 원인에 대해서도 "초보적인 결론을 내렸다" "기타 원인으로 될 수 있는 문제점들도 심의할 것" 등으로 표현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러시아의 기술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실패 원인 규명은 물론 재발사 일정을 자체적으로 수립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발표문에 후속 일정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아마 원인 규명에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발사 실패는 위성 개발국 대부분이 겪는 문제인 만큼 이를 계기로 북·러가 기술 협력을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양측 모두 현재 추진 중인 푸틴 대통령의 방북 전에 러시아 기술 지원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모양새를 만들고 싶어 할 수 있다. 향후 러시아의 지원이 더욱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정영교.오욱진(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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