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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약자' 작은 개혁도 밀렸다…출산·軍 크레디트 확대 무산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연금개혁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임기가 오늘 끝난다. 막판 최대 이슈로 연금개혁이 떠오르더니 혼란만 남긴 채 물밑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소득대체율을 손대는 모수개혁을 두고 승강이를 벌이더니 여당이 갑자기 틀을 바꾸는 구조개혁을 들고나오면서 혼란이 극심해졌다.

윤석열 정부 42호 국정과제
1차 책임은 정부에 있다. 국민연금은 5년마다 재정을 따져보고(재정재계산) 개혁안을 내게 돼 있는데, 정부는 지난해 5차 재정재계산 때 24개 시나리오를 국회에 던졌을 뿐 안을 내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110대 국정과제 중 42번째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개혁' 편에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실시하고, 장기재정전망에 기반하여 국민연금 제도 개편안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6000쪽에 가까운 30권 정도의 방대한 자료를 국회에 냈다”며 약속을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대선 공약집에는 자료 제출은 없다. 세대 공평한 연금부담과 국민연금 수급-부담 구조 균형화, 노후소득 보장, 국민연금 개혁에 맞춘 직역연금 개혁 등을 공약했다.
연금개혁 실패 부작용 속출
출산·군복무 가산 확대 허탕
말로만 저출생 극복 강조
"개혁 법안과 별도 처리를"
2차 책임은 국회에 있다. 2022년 7월 연금개혁특위를 출범한 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4월 활동 기한 연장 때 "구조개혁을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합의를 못하다 올 들어 시민대표 500명 공론화 토론으로 미뤘다. 그런데 여기서 구조개혁이 아니라 모수개혁에 집중했고 이후에는 소득대체율을 두고 갈라섰다.


구조개혁은 훨씬 큰 공사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이 순탄할까. 라울 루기아-프릭 국제사회보장협회(ISSA) 사회보장개발부 이사는 지난해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중앙일보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주도권을 갖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 국가마다 정치 시스템이 다르다. 행정부가 힘이 세면 대통령이, 의회가 세면 의회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부터 우리는 누가 주도할까.
최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정부도 개혁안을 만들고 있다. 국회안과 정부안을 두고 최종적으로 협의해서 국민에게 보고하고 설득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에게 계획이 있긴 하겠지만 개혁안을 만들지, 그걸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아무래도 국회가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최근 "22대 국회 개원 후 연금특위를 만들어서 개혁안을 만들어 올해 정기국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처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의회 권력'을 쥔, 힘이 아주 센 민주당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양보안으로 낸 '소득대체율 44%'를 유지할지도 관건이다. 올리려 나설 개연성도 있다.


구조개혁은 더 복잡하다. 개혁 범위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가 생긴다. 경제성장률·인구 등의 거시경제 지표에 연동해 연금액을 자동 조정하는 장치를 넣거나 국민연금·공무원연금 통합까지 간다면 대공사가 된다. 가장 바람직한 형태이긴 하지만. 이런 공방에 '작은 개혁' 과제들이 쓸려나가는 게 아쉽다. 출산·군 복무 크레디트가 대표적이다. 출산 크레디트는 아이를 낳은 부모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로 얹어줘 출산의 가치를 인정하는 제도이다. 첫째 아이는 적용하지 않고 둘째부터 적용한다. 둘째를 낳으면 12개월 인정한다. 셋째부터 18개월 인정하되 상한이 50개월이다. 63세에 연금 수령할 때 받는다.
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는데도 둘째부터 적용하니 달나라 제도처럼 보인다. 2018년 4차 재정계산 때 첫째 아이로 확대하자고 정부가 국회에 제시했고 지난해 10월 5차 재정계산 때도 그랬다. 첫째 아이부터 12개월을 적용하고 상한을 없애며 출산과 동시에 적용하고 국고 부담 비율(현재 30%)을 확대하자고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는 한술 더 떠 아이당 24개월을 제안했다. 21대 국회에서 여야 구분 없이 14개의 법률 개정안이 나왔지만, 무용지물이 됐다. 계속 이럴 거면 크레디트 확대만 별도로 처리하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정부가 반대한다.

둘 출산시 12만원 추가될 수도
차준홍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 자료에 따르면 출산 크레디트를 아이당 12개월 인정하면 월 3만400원의 노후연금이 증가한다. 연금특위 민간자문위 안대로 24개월 인정하면 6만800원(아이 둘은 12만원) 추가된다. 민주당 박광온·고영인 의원 안(아이당 36개월 인정)대로 하면 한명에 9만1190원 늘어난다. 만약 2018년 법이 개정됐다면 2019~2023년 첫째아 출산 부모 74만명이 혜택을 봤을 것이다. 올해 첫째아 출산 부모(약 13만명 예상)도 마찬가지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연금개혁이 지나치게 소득대체율에 집중되면서 출산 크레디트 같은 진짜 '연금 약자'를 위한 논의가 밀린다"고 지적한다. 오 위원장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만 따지지 말고 기초연금이나 다양한 크레디트를 포함해 소득보장 강화 방안을 만들어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첫째 아이부터 출산 크레디트를 부여하고 재정을 국고에서 전액 부담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국고에서 30%만 부담하면 현세대는 정부가 지급하고 후세대는 알아서 하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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