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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투자금 40% 지원하는데"...K칩스법, 국회 결국 외면했다

경제계의 기대를 저버린 채 제21대 국회가 문을 닫았다. 28일 열린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정부와 민간이 협업해 효율적으로 국가 전력망을 건설하기 위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안 등 기업들이 고대했던 주요 법안이 논의도 되지 못한 채 모두 폐기됐다.

국회 본회의장. 뉴시스
반도체 업계는 특히 실망이 크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 등 첨단 제조시설 유치를 위해 보조금을 뿌리며 패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세제 혜택마저 사라지면 한국의 투자 매력이 확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다. K칩스법은 반도체·2차전지·전기차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에 기업이 투자하면 세액의 15~25%를 돌려주는 법안으로, 올해 연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 연장을 위해서는 올해 안에 22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 학회장은 “미국·일본 등은 전체 투자금의 40~50%를 직접 보조금으로 지원하며 반도체 생산 시설을 유치하는데 한국에서는 그마저 있는 세제혜택마저 사라지면 갈수록 치열해지는 기술·자본 전쟁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C커머스(중국 유통업체)의 공세에 흔들리고 있는 유통업계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12년부터 시행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0~오전 8시)과 의무휴업일(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 규제 굴레를 이번 국회에서도 벗지 못해서다. 이미 자치단체별로 영업시간 규제를 사실상 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서초구도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점포의 영업제한 시간을 오전 0~8시에서 오전 2~3시로 변경하는 내용의 행정예고를 했다.



이대로 시행되면 서초구 내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제한 없이 새벽 배송을 비롯한 온라인 영업을 할 수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상 지자체장이 영업시간 제한이나 의무 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다는 점을 서초구는 빠르게 적용했다. 익명을 원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새벽에 영업하지 못한 10여 년동안 이커머스가 반사이익을 누렸다”며 “지자체가 국회나 정부보다 먼저 유통 환경 변화에 맞춰 규제를 개선하고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전업계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건립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호소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특별법)은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업계에선 사용 후 남은 위험물질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처분하는 중간저장시설 및 영구처분장을 짓지 못하면 2030년 주요 원전이 ‘셧다운’ 될 것으로 본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22대 국회에선 경제회복에 국회의 역량이 집중될 수 있도록 경영계가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건의하겠다”라고 말했다.



최현주(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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