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시진핑이 불안하다? 실패 부른 '택일' 뒤 미묘한 균열
실패로 돌아간 북한의 27일 위성 발사 '택일'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불만이 묻어 있다. 이날 이뤄진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3국이 '협력의 제도화'에 한목소리를 내며 북핵 문제를 의제로 다룬 건 북한의 '뒷배'를 자처해온 중국이 한·일과 부쩍 가까워지는 데 대한 김정은의 초조함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中도 들어갔는데…"정면 도전"
앞서 지난 16일에도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의 초청에 따라 이뤄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방중 직후 "구걸 외교"라고 비판하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당시에는 중국이 아닌 한국만 저격하며 수위를 조절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이 주도하는 국제회의 마당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헌법적 지위를 부정하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 감행됐다"며 사실상 이에 참여한 중국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이날 3국 공동선언에는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3국이 명확한 접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도출된 현실적 타협안이었다.
이에 기존 문안보다도 후퇴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는데,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른바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운운하는 공동 선언이 발표됐다"며 이 역시 문제삼았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중국도 참여한 정상급 결과물에 포함된 것 자체가 북한에는 충격인 셈이다. 이는 중국 역시 북핵 문제 논의에 함께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 문구에 충격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중국이 참석한 정상회의에 대해 북한이 공개적으로 비난한 건 이례적"이라며 "앞선 사례로는 박근혜 정부였던 2015년 9월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 비난했던 게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로 관계가 틀어지기 전인 2014~2015년 무렵 이뤄졌던 한·중 간 '허니문'을 김정은이 여전히 아픈 기억으로 마음에 두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당시 시 주석은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했다.(2014년 7월)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다 중국으로 반환된 자이언트판다 '푸바오'의 엄마 아빠인 '아이바오'와 '러바오'도 당시 시 주석이 선물을 약속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의 70주년 전승절 행사에도 직접 참석했는데, 당국자가 언급한 2015년 한·중 정상회담이 이때 이뤄졌다.
중국이 지난 4월 북한에 공산당 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보내고 이번엔 한국에 서열 2위인 리창(李强) 총리를 보낸 것도 이를 기억하는 김정은의 불안감을 자극했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6~17일 방중했을 때 북한을 함께 찾지 않은 것과 관련, 북한이 중국을 탓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당시 일부 외신은 푸틴의 '깜짝 방북'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외교 소식통은 "동선으로나 부담을 더는 측면으로나 푸틴으로서는 중국을 방문하며 돌아오는 길에 방북하는 방안이 나쁘지는 않은 선택지였다"며 "하지만 러시아 정상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다른 나라를 경유, 집중도가 분산되는 데 대해 중국이 거부감을 보였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담화 내고 위성 쏘고…반발 몸부림
앞서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북한 노동자들이 아프리카와 중국에서 폭동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전하며 "북한은 지난해 여름 왕래를 해금했지만, 귀국한 북한 노동자보다 새로 중국에 입국한 노동자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중국이 수용에 신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외교 소식통의 관측도 인용했다.
북·중·러 프레임에 직격타
실제 중국은 그간 선 넘은 북·러 밀착에 거리를 뒀을 뿐 아니라 최근 들어선 미·중 경쟁 구도를 의식해 한·일 끌어당기기에 매진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중국 관영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 타임스)는 이날 3국 정상회의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대중국 정책이 합리적으로 복귀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전방위로 진화하는 한·미·일 협력이 오히려 중국으로 하여금 한·일에 다가서도록 하는 동력이 된 셈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고착화하려고 했던 북한의 계산이 망가지고 있다"이라며 "북한의 노골적인 반발은 최근 북·중 관계에 균열이 생겼단 뜻으로 향후 양국 관계가 다소 경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현주.이근평.오욱진(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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