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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트럼프, 주도적 역할 당부"vs 볼턴 "트럼프, 文 오는 것 질색" [文회고록 팩트체크]

문재인 전 대통령 회고록 팩트체크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종건 연세대 교수와 대담 형식으로 지난 17일 발간한 외교안보 분야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를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최 교수는 대통령 선거 때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한 건 물론,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 안보실 평화군비통제비서관, 평화기획비서관, 외교부 1차관을 지냈다. 회고록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남북정상회담이나 한·미 관계 등 외교, 국방, 방위산업, 보훈 분야에서 있었던 주요 사건의 배경과 의미, 뒷얘기 등을 담았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남북관계 발전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적었다. 집권 2년 차인 2018년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2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하며 1년 남짓 짧은 기간이었지만 성과도 있었다. 동북아 균형자론을 내세웠던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은 한국 주도의 정책과, 동남아시아 국가와 외교 관계 확대를 골자로 한 신남방정책을 성과로 꼽기도 했다. 회고록의 제목을 『변방에서 중심으로』로 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북 비핵화 견인, 평화정착 주장
미국엔 서운함과 답답함 토로
김정은과 58차례 친서 교환
북 주장 대변, 진실공방 불러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를 친교 산책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배석자 없이 예정했던 10분을 넘겨 30분 넘게 대화를 나눴다. [연합뉴스]
그는 비록 불발되긴 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12월 10~15일 일정으로 서울을 답방해 제주도를 함께 찾아 헬기를 이용해 한라산에 오르는 일정을 검토했다는 ‘소문’을 확인했다. 또 김 위원장과 58차례 친서를 교환했고, 2020년 개성 공단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이 휴전선 인근에 연락사무소를 건설하자는 제안을 했었다는 등 그간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을 향한 서운함과 답답함을 반복해서 드러내면서도 북한 당국자들이 공식 문건인 담화 등에서 저급한 표현으로 상대를 자극하는 ‘버릇’은 반드시 고쳐야 할 대목으로 꼽았다.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사료적 의미가 작지 않지만 관련자들이 다르게 진술하고 있어 검증이 필요한 대목도 있다. 의문점을 정리해봤다.

한·미 동상이몽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발간한 외교안보분야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내게 주도적 역할을 당부했고, 치프 니고시에이터(수석 협상 대표)가 돼 달라고 부탁했다.”(47쪽)

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이에서 회담을 중재하고, 양측의 입장을 전달하며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기억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모들은 문 전 대통령의 역할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2019년 6월 3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판문점 방문 때 문 전 대통령의 동행을 둘러싸고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이던 존 볼턴은 자신의 회고록에 “트럼프는 문재인이 근처에 다가오는 것조차 질색했다”고 썼다.(『그 일이 일어난 방』, 500쪽) 문 전 대통령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동상이몽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문 전 대통령은 “북한에서는 우리가 (판문점 북·미 회동에) 함께 가는 것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고, 오히려 더 좋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미국 측에서는 내가 가는 걸 꺼리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고 기억했다(334쪽).

# “김 위원장은 ‘집무실이 노동당 청사에 있는데 일주일에 한두 번 출근하고 대부분 지방을 다니기 때문에 없을 때가 많고 보안도 염려되니 확실히 보안이 지켜지는 이메일로 연락하자’고 했다. 자기가 지방 현장에 가도 노트북을 늘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주고받을 수 있다는 거였다.”(224쪽)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4월 2일 정부는 정상회담 실무접촉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통전화 설치에 합의했고, 시험통화를 진행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이후 정상간 전화통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김 위원장이 집무실에 출근을 하지 않으니 통화가 안됐다는 해명이다. 그럴거라면 왜 직통전화를 설치했는지 의문이다. 이메일 역시 한 차례도 주고 받지 못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대안으로 제시한 이메일 소통 역시 불발됐다는 점에서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위해 마지못해 수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3차례의 정상회담, 번개 정상회담, 판문점 도보다리 친교 산책 등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민주국가 지도자다. 그와의 대화에서 있었던 얘기도 다양하게 풀어놨다.

# “김정은 위원장은 솔직하게 자기들의 전용기로 갈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좁다 중국에 의존해 비행기를 이용하고 싶지 않다 싱가포르도 자기들의 전용기로는 갈 수 없으니 그런 고충을 (미국에)말해 달라고 했다.”(119쪽)

# “장소가 싱가포르로 결정되는 바람에 북한이 중국 항공기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은 중국에 신세를 지게 됐다. 그전까지 북한은 중국과 관계가 조금 뜨악했는데, 북한을 다시 중국에 밀착시키는 계기가 됐다.”(247쪽)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에서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누던 도중 김 위원장이 1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해 문 전 대통령에게 언급했다는 내용. 김 위원장은 1차 북미 정상회담 때 중국의 보잉 747을 타고 싱가포르에 등장했다. 김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IL-62m)와 화물기도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함께 착륙했다. 옛 소련이 장거리 비행을 위해 개발한 IL-62는 9200㎞를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평양에서 싱가포르까지 비행거리는 약 5000㎞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2018년 3월 25일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그해 5월 7일, 6월 19일 그리고 2019년 1월 7일에도 중국을 찾는다. 비행기 대여를 계기로 북·중의 밀착이 이뤄졌다기보다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한 시점에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조언을 구하거나, 전략적 협력을 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 “미국 측이 특히 신경 쓰는 것이 중장거리 미사일이니 그것을 먼저 폐기하면 미국에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대해 김 위원장은 중장거리 미사일은 만든 것 모두 시험 발사하고 보유한 것이 없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했다.”(283쪽)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RBM), 신형 단거리 미사일, 대구경 방사포로 무력시위에 집중했다. 이후 2022년 2월 27일 ICBM발사를 재개했다. 김 위원장의 주장대로 재고가 없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이미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터여서 언제든 추가생산이 가능했다.

김정숙 여사 인도 방문 경위 논란

# “어려움을 끼친 건 남북 연락 채널 단절이었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도 그 기간에 발생했다. 사건 당시 북한에 연락할 길이 없으니 국제상선 통신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반응하지 않으면 수신했는지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으니 참 답답했다. 만약 연락망이 가동되고 있었다면 뭔가 노력해볼 수 있었을 텐데, 속수무책이었다.”(348쪽)

어업지도선에 승선해 서해에서 근무중이던 해수부 공무원 이모씨가 2020년 9월 20일 실종된 다음날 북한군의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군 당국은 감청을 통해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북한이 2020년 6월 한국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해 통신선을 차단해 남북 접촉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통상 이럴 경우 판문점에서 스피커를 통해 북한에 전화통지문을 전달하거나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전달하곤 했다. 또 당시에도 유엔사는 북한과 통신선을 유지하고 있던 터여서 간접적으로나마 접촉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회고록의 내용과 관련, 정치권을 비롯해 외교부가 진실공방에 나선 부분도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인도를 공식방문한 뒤 부인 김정숙 여사가 별도로 인도를 단독으로 방문한 사안을 두고서다. 문 전 대통령은 대(對) 아세안 외교를 강조하며 인도 방문 당시 모디 인도 총리가 허황후 기념공원 조성 계획을 밝혔고, 공원을 개장할 때 인도 정부의 초청을 받았지만 또다시 방문하기 어려워 고사하자 인도가 문 전 대통령을 대신해 김 여사를 초청했다고 밝혔다. 첫 단독 외교라는 의미도 부여했다. 대담자인 최 교수는 “대통령 대신 참석해 외교를 한 것으로 외교부에 기록돼 있을 것”(509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이 우리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회고록과 상반된 설명을 내놨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인도 방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의 방문 의사를 우리측이 타진하자 인도 측에서 초청장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김 여사의 인도 방문으로 인해 당초 책정됐던 2600만원의 예산이 3억 7000만원으로 15배 폭증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정용수(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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