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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도의 퍼스펙티브] 악천후냐, 암살이냐…음모론에 요동치는 이란 정치

이란 대통령 헬기 추락사 원인은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
지난 19일 일요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태우고 하늘을 날던 헬리콥터가 이란 동아제르바이잔주 디즈마르 산림보호구역에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라이시 대통령은 물론 동승자인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외교장관, 말렉 라흐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모함마드 알리 알레 하솀 타브리즈 금요예배 이맘이 목숨을 잃었다. 라이시 대통령은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함께 양국 국경인 아라스강에 건설한 수력댐 준공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지난 19일 이란·아제르바이잔 국경 부근에서 이란 대통령 탄 헬기 추락
이란 언론 “범죄 증거 발견 못해”…기상 악화로 인한 사고 가능성 무게
이스라엘 등 외부 암살 배후설, 내부 권력 투쟁 산물설 등 음모론 난무
6월 말 새 대통령 선출…젊은 층에 인기 많은 개혁파 당선은 어려울 듯

지난 21일 이란 타브리즈에서 거행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추모자들이 몰려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은 닷새간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순교자들’의 장례를 치렀다.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이란 언론은 군 당국이 현재까지 라이시 대통령 등 탑승자 일곱 명이 모두 사망한 사고에서 범죄 행위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예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헬기가 “높은 지역에 부딪힌 뒤 불이 붙었다”고 한다. 헬기 잔해에선 총에 맞은 흔적을 찾지 못했다. 다만 조사를 완전히 끝낸 것은 아니고 면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이란 당국은 밝혔다. 만에 하나라도 불순한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면 결코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사고를 당한 헬기는 1968년 초도 비행을 한 미국산 벨212다. 이란이 국제 사회 제재 때문에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운행해온 노후 기종이다. 대통령 헬기라서 관리를 잘했다지만 현대식 헬기와 달리 전자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조종사가 육안으로 착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악천후를 만나 변을 당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장 유력하다.

“날씨 좋고 안개 없었다” 주장도



지난 20일 이란 북서부 산악 지대에서 발견된 사고 헬기의 모습. [AFP=연합뉴스]
라이시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여러 그럴싸한 음모론이 불거졌다. 일단 사고 당시 대통령 헬기를 수행하며 뒤따르던 두 대의 헬기는 이상 없이 목적지에 착륙했는데 왜 가장 좋은 대통령 헬기만 사고를 당했느냐는 의문이 음모론의 물꼬를 텄다. 당시 세 번째 헬기에 타고 있던 대통령실장 골람 호세인 에스마일리의 말은 악천후였다는 언론 보도와 차이가 있다.

그는 지난 21일 이란뉴스네트워크 인터뷰에서 출발할 당시 날씨는 좋았고 지상에는 안개가 있었지만 헬기가 비행하던 상공에는 안개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산 절벽 인근에 작은 구름 조각이 보이자 대통령 헬기 조종사가 구름 위로 올라가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렇게 구름 위로 올라가 약 30초 동안 전진하다가 대통령을 태운 헬기가 시야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고도 상승이 어렵거나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고 난기류도 없었다고 전했다. 상승 후 시야에도, 아래쪽에도 구름 한 점 없었다는 것이다.

전자 장치 교란으로 사고 유발 ?

에브라힘 라이시
사실 음모론은 이번 인터뷰 이전에도 나왔다. 먼저 외부 세력이 작동했다는 설이다. 가장 거시적인 시각은 친러시아 국가의 지도자나 정부를 전복하는 프로그램이 작동했다는 주장이다. 이달 들어 지난 7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암살 음모설 가짜 뉴스, 지난 14일에는 튀르키예의 쿠데타 음모설, 지난 15일에는 슬로바키아의 총리 암살 시도, 지난 16일에는 세르비아의 대통령 암살 위협범 체포, 지난 17일에는 부르키나파소의 쿠데타 시도, 지난 18일에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음모론 신봉자들은 지난 19일 이란 대통령 사망까지 러시아와 가까운 사람이나 국가가 공격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럼 누가 했다는 말일까. 음모론 신봉자들은 반러시아 세력, 더 구체적으로는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의심한다. 특히 이스라엘이 입살에 많이 오르내린다. 과거 이스라엘은 암살을 시도할 때마다 자국을 공격하는 나라의 지도자는 스스로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라이시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 결정에 책임이 있기에 암살을 당했다는 뜻이다.

더욱이 사고가 난 지역은 아제르바이잔과 인접한 곳이기에 더욱 의심을 산다. 아제르바이잔은 이스라엘과 친하게 지내면서 이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호사가들은 로베르트 피쵸 슬로바키아 총리가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을 만난 뒤 암살당할 뻔했는데, 라이시 대통령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을 만난 직후 목숨을 잃은 게 이상하지 않냐고 의구심을 높인다.

그럼 어떻게 공격했다는 말일까. 이스라엘은 주시리아 이란 영사관을 공격할 때 시리아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교란한 적이 있다. 그러니 아제르바이잔과 밀접한 군사 협력 관계인 이스라엘이 아제르바이잔에서 이란 대통령 헬기의 전자 장치를 교란해 사고를 유발했으리라고 추측한다.

이란 내 아제르바이잔 분리독립 세력이 이스라엘의 사주를 받아 공격했을 가능성도 거론한다. 이란 국민의 약 16%는 국경을 맞댄 아제르바이잔과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란에서 아제르바이잔과 가까운 네 개 주(아르다빌, 동·서아제르바이잔, 잔잔)에 집중적으로 거주한다. 현재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도 아제르바이잔 출신이다. 이런 음모론에 맞서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이스라엘과 이번 헬기 추락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실권이 없는 2인자를 굳이 공격할 필요가 있었겠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차기 최고 지도자 둘러싼 갈등

외부 세력 개입의 음모론과는 달리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이 내부 권력 투쟁의 산물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란에선 1939년생으로 올해 85세 고령인 하메네이를 이을 차기 최고 지도자로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와 라이시가 거론됐다. 공식 직함 없이 막후에서 세력을 과시하는 모즈타바보다 국민적 인지도에서 훨씬 앞서는 라이시가 더 유력한 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모즈타바 지지 세력이 라이시를 제거하였다는 음모론이 나온다.

후계 문제가 모두 ‘설’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현재 이란 정국은 이 문제로 권력 투쟁을 벌일 만큼 한가롭지 않다. 더욱이 세습 왕정을 무너뜨리고 ‘정의로운 공화정’을 세웠다고 자부하는 이란이 파흘라비 왕정 시대처럼 최고 지도자를 세습으로 물려줄 수 있을 만큼 녹록한 나라는 아니다. 모즈타바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최고 지도자나 대통령이 되기는 어렵다. 강력한 국민적 반감과 반발에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수년 전에도 모즈타바 후계자설에 대해 루하니 전 이란 대통령은 대중 연설에서 이란이 왜 세습 왕정을 엎었는지 되돌아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혁파 대선 출마는 원천 봉쇄

고인이 된 라이시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였다. 만일 살아있다면 역대 대통령처럼 큰 어려움 없이 재선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라이시 대통령의 실질적인 임기는 2029년까지였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 유고 때 50일 안에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는 헌법에 따라 대통령 선거는 다음 달 28일로 결정됐다. 새 대통령의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기간이 아니라 4년이다.

이란의 대통령은 최고 지도자에 이어 국가 권력 서열 2위다. 삼권분립 기관 중 행정부 수장으로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 사법부 수장과 사실상 동급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최고 지도자의 뜻에 따라 삼부 수장이 모여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관례가 라이시 대통령이 사법부 수장이었을 때 생겼다. 이란에서 입법부나 사법부와 달리 대통령은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다. 민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대통령은 최고 지도자에게도 껄끄러운 존재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 라이시와 같은 정치적 입장을 지닌 현 국회의장 갈리바프, 2013년 핵협상 대표였던 사이드 잘릴리가 거론된다. 강경파가 장악한 정국에 불만을 품고 등을 돌린 젊은 층의 마음을 잡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후보들이다. 2020년 총선(투표율 42.57%)과 2021년 대선(48.48%), 올해 총선(40.64%)에서 나타난 민심은 투표율이 보여주듯 외면 그 자체다.

민심을 수습하려면 조금이라도 더 대중적 인기가 있고 온건한 인물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떠오르는 후보는 알리 라리자니 전 국회의장이다.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개혁파는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 누구나 출마 등록은 할 수 있지만 최종 출마자는 6년 임기의 위원 12명으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원회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 중 여섯 명은 최고 지도자가 이슬람법 전문가를 직접 임명한다. 다른 여섯 명은 최고 지도자가 임명한 사법부 수장이 이슬람법을 잘 아는 일반법 전문가를 추천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2021년 대선 출마자 심사에서 개혁파 후보 13명은 전원 탈락했다. 대통령 선거법에는 후보 심사 탈락에 항의하거나 탈락 이유를 밝혀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 따라서 자세한 심사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새 대통령도 헌법수호위원회의 후보 심사 결과에 달렸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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