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기 창조인상] 다문화 가정 온전히 품은 ‘엄마학교’
사회 부문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말이 잘 통하지 않다 보니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집에서 부모가 도울 수 없으니 방치하게 된다. 학교 과정에서 뒤처지기 시작하면 아무리 뛰어난 자질이 있어도 꽃피우기가 쉽지 않다. 사단법인 한마음교육봉사단은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해법의 방향은 좀 달랐다. 아이를 직접 가르치거나 성인 이민자의 국내 적응을 돕는 단체들과 달리 다문화 가정의 엄마들이 초등학교 과정을 이수해 아이를 가르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봉사단의 최병규 교육단장(전 KAIST 산업공학과 교수)은 “초등학교 교육은 학교 역할이 절반이고 가정의 역할이 절반인데, 엄마가 아이 학습을 봐줄 수 있고, 교사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2015년 정년퇴임을 앞둔 최 단장이 6명의 현직 초등학교 교사와 손잡고 대전에 첫 엄마학교를 연 이후 지금은 전국 24곳에서 246명이 수업을 듣는다. 그간 배출된 졸업생만 1998명에 이른다.
엄마학교의 운영은 체계적이다. 초등학교 교육과정 일곱 과목을 분석해 200개의 온라인 강의를 만들었다. 엄마학교 학생들이 주 10개씩 20주에 걸쳐 수강한다. 중간에 열 번 정도 출석해 대면수업을 하고 시험도 본다. 이렇게 내용을 숙지하고 나면 이후 4개월 동안 가정지도를 하고 일지를 쓰게 한다. 10개월 코스를 통과해야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인강을 들으려면 컴퓨터가 필요하다. 그래서 입학과 동시에 태블릿PC가 제공된다. 교사는 각 지역의 전·현직 선생님들이 맡는다.
봉사단의 윤용로(코람코 자산신탁 회장) 이사장은 “560여 명에 이르는 개인 회원이 내는 후원금은 교재 개발과 재단 운영에 쓰이고, 나머지 재원은 기업 후원과 지자체 사업비 지원으로 충당한다”고 설명했다.
봉사단은 다문화 가정 중·고생에 대한 교육도 한다. 엄마학교 졸업생의 자녀 중 중·고생을 대상으로 수학과 영어 보충학습과 진로 멘토링을 하고 있다. 엄마학교처럼 비대면 인강인데, 40여 명의 대학교수가 직접 강의를 맡는다. 윤 이사장은 “난도 높은 영어와 수학 문제를 직접 강의하는 일에 이공계 교수들이 가장 적합한데, 명문대 교수들이 발 벗고 나섰다”고 전했다. 최 단장은 “엄마학교를 졸업한 엄마들이 아이의 공부를 봐주기 시작하자 가족 전체의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지자체와 국가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현철(choi.hyeon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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