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안 째, 자국만 남겨!" 보험사기 컨설팅까지 차린 MZ조폭
속칭 ‘MZ조폭(20·30대 조직폭력배를 이르는 말)’으로 불리는 A씨는 병원 광고를 대행해 주는 ‘메디컬 컨설팅’ 업체를 같은 조폭인 B씨와 함께 차렸다. 겉으론 병원 홍보업을 하는 것처럼 꾸몄지만, 실제론 가짜 환자를 전문적으로 모아주는 기업형 브로커 조직이었다. 이들은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줄 의료진을 섭외한 뒤, 실손보험에 가입한 자신과 친한 조폭 동료들이나 지인 및 가족에게 접근해 가짜 환자 행세를 권했다.
텔레그램으로 가짜환자 명단 받은 의사들
수도권에서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C씨와 D씨는 A·B씨가 모아온 가짜 환자 260명의 명단을 텔레그램으로 받았다. 이후 이들은 여성형유방증이나 다한증 수술을 했다는 허위 수술기록을 발급해 이들 브로커에게 넘겼다. 이 과정에서 대화 내용을 남기지 않으려고 매달 텔레그램 단체방을 없애고 신규로 개설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허위 수술로 남은 프로포폴·케타민 투약·유통까지
심지어 보험사기에 가담한 의사들은 가짜 수술에 처방한 프로포폴·미다졸람·케타민 등 마약성 진통제를 따로 빼돌리거나 투약까지 했다. 수술용으로 처방했지만, 실제 수술은 하지 않아 이들 진통제가 남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총 2279개 마취 앰풀이 개당 35~5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현재 파악한 것으로는 총 10억2000만원 상당”이라고 했다.
유명 보험설계사까지 동원해 허위 청구
보험금 청구에는 유명 보험설계사까지 동원됐다. 해당 설계사는 가짜 환자들의 보험 가입 내용을 분석해 줄 뿐 아니라 보험금을 더 잘 타내기 위해 추가 보험 가입까지 권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실적까지 올렸다. 또 이후 허위 보험금 청구도 대행하면서 적극적으로 보험사기에 가담했다. 이 보험설계사는 설계사가 3000명 이상인 초대형 법인보험대리점 소속이었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런 규모의 보험대리점은 작년 말 기준 전국에 18개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가짜 입원하고 가짜 상처까지 내 청구
이 과정에서 보험사기 의심을 지우려고, 일부 환자들은 수술 흔적을 가장한 상처 자국을 일부러 냈다. 상처 자국을 내지 않는 사람은 병원에서 발급해 준 다른 사람의 수술 전·후 사진을 보험사에 제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에 제출한 사진에는 문신이 없었지만, 이후 가짜 환자들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에는 문신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다.
1인당 800만원, 21억원 허위 보험금 타내
금감원은 이 같은 전문 조직에 의한 보험 사기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방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며, 추가 제보 사례에 대해서도 수사 의뢰 등을 통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브로커 조직이 갈수록 기업화‧대형화되면서 교묘한 수법으로 환자를 유인하고 있는데, 보험사기를 주도한 병원이나 브로커뿐만 아니라 동조‧가담한 환자들도 처벌을 받은 사례가 다수 있으므로 보험계약자들은 보험사기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여야 한다”고 했다.
김남준(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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