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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볶음면 유행 지면 끝?…"케첩 봐라, 소스는 남는다"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불닭 소스로 수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삼양아메리카 홈페이지 캡쳐
불닭볶음면 뒤를 이을 ‘K푸드의 넥스트’(next)는 뭘까. 이희열 세종사이버대 외식창업프랜차이즈학과 교수는 “해외 식품이 잘 팔리기 위해서는 그 나라 음식에 재료로 쓰이는 게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K푸드가 가끔 팬트리(주방 수납공간)에서 꺼내먹는 별미를 넘어 매일 여닫는 냉장고 속 식재료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K푸드의 저변을 넓힐 대표 주자는 ‘소스’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소스를 우리나라의 수출 일등공신인 반도체에 비유한다. 그는 “반도체를 수출하면 그걸 또 다른 회사가 사서 완제품 안에 집어넣어 완성하지 않느냐”며 “K푸드의 반도체는 식재료로 쓰일 수 있는 소스”라고 말했다.

불닭·핫소스 등 '매운맛' 소스 진출
정근영 디자이너
코로나19로 가정 내 요리가 늘며 세계 소스류 시장은 성장세에 올랐다. 2016년 약 768억 달러에서 2020년 약 922억 달러 규모로 커졌고, 2025년에는 1124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식품 기업들도 이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불닭볶음면이나 치킨의 인기를 감안해 불닭 소스, 핫소스를 세계에 내놓고 시장을 확장하는 삼양식품이나 교촌이 대표적이다.

삼양 불닭 소스는 미국, 중국, 일본 등 44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지난해 이 회사 소스 매출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381억원으로, 이 중 42%(161억원)가 수출액이다. 올해 1분기 삼양 미국법인 매출(5650만 달러)의 대부분은 면류 매출(5350만 달러)지만 소스 매출(160만 달러)도 직전 분기 대비 33%(40만 달러) 늘었다.



소스를 해외에서 먼저 출시한 기업도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미래 성장사업 키워드 중 하나로 ‘소스’를 꼽고 지난 1월 미국 아마존에 K1 핫소스 3종을 출시했다.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불닭 소스로 수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삼양아메리카 홈페이지 캡쳐

간장·고추장 등 전통장류로 현지 레시피 노려
김치 제조·수출 기업 대상은 서구인의 식생활 습관에 맞춰 김치를 샐러드처럼 즉석에서 만들 수 있도록 'DIY 김치 페이스트'와 빵에 발라먹을 수 있게 스프레드타입 김치 소스를 출시했다. 사진 대상
한국의 전통 장류를 전 세계 식탁에 올리려는 노력도 꾸준하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대부분의 음식에 소금으로 간을 했는데, 필리핀 가사도우미들이 요리에 한국 간장을 쓰기 시작해 이제는 사우디에서 생선을 간장으로 요리하는 게 흔해졌다고 한다. 이희열 교수는 “한국 간장 수출량을 대륙별 교민 수로 나누면 중동 지역이 1위”라며 “특히 사우디는 국내 1인당 연간 간장 소비량(800g)보다도 소비량(166.9kg)이 월등히 많아 현지인들이 요리에 한국 간장을 많이 쓰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샘표는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세계 최초 요리과학연구소 알리시아와 장의 활용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해 고추장의 매운맛은 줄이고, 짠맛은 낮췄다. 또 유기농·글루텐프리 제품으로도 개발했다. 샘표의 고추장 매출은 연평균 25%씩 성장하고 있다. 미국에는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를 열어 연두·고추장·김치앳홈(양념) 등을 활용한 요리수업을 진행한다.

대상은 김치, 김, 간편식에 이어 소스를 글로벌 4대 전략 제품으로 정했다. 지난해 미국, 영국, 중국 등 40여개 국가에 소스를 수출했다.전체 수출액(약 580억원)으로 2018년(약 320억원)보다 77% 성장했다. 걸쭉한 고추장은 서구 식단에 맞춰 농도를 묽게 하고, 용기를 튜브형으로 바꿨다. 샐러드처럼 김치를 만들도록 김치 양념을 ‘DIY 김치 페이스트’로 출시하거나 빵에 발라먹도록 스프레드 타입으로 판매한다. 문정훈 교수는 “우리나라 소스가 해외에서 그들의 방식으로 소비되는 성공이 필요하다”며 “동양의 감칠맛을 올릴 때 일본의 기꼬망 간장을 떠올리듯 K소스도 그 정도 파급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마존이 만든 고추장도 팔린다
영국계 인도 식품업체가 만든 고추장은 얼핏보면 한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Surya Foods 홈페이지 캡쳐
국내 전통 장류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자 최근 미국, 영국 등에서는 현지 PB상품으로 고추장 등이 출시되기도 한다. 인도계 영국 식품기업 ‘수리야 푸드’는 2021년 선희(Sun hee)라는 브랜드로 고추장, 된장, 김치 등을 제조해 테스코에 납품한다. 한글로 ‘고추장’이 쓰인 제품 외관만 보면 한국 기업 제품으로 보일 정도다. 미국에도 유통업체 타겟, 마이어, 아마존에서 고추장으로 PB상품을 판매 중이다. 이희열 교수는 “케첩도 우리 소스가 아니지만, 국내에서 ‘오뚜기 케첩’이 잘 팔리듯 오리지널이 아니어도 맛있으면 그 나라 입맛을 잡는 것”이라며 “시장 확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수출 기업들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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