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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뒤 급등한 물가, 민간소비 증가율 5%P 낮췄다

한은 ‘고물가와 소비’보고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한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2021~2022년 2년간 민간 소비 증가율이 약 5%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층·저소득층 등이 소비할 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타격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고물가와 소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이후 누적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8%(연율 3.8%)로 2010년대 평균(연율 1.4%)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이 때문에 주춤해진 민간 소비는 올해 들어 다소 회복되는 모양새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 추세를 밑돌고 있다. 서비스 소비보다 원자재·농산물 등 공급 차질 영향이 큰 재화 소비 중심으로 둔화세가 두드러졌다. 물가 상승 시 지갑이 닫히는 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줄어들고, 금융자산의 실질가치도 하락해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뉴노멀’이 된 고물가가 가계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소비 품목 구성(소비 바스켓)과 재무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우선 소비 바스켓을 고려한 실효 물가상승률을 보면 고령층·저소득층 같은 취약계층 부담이 상대적으로 컸다. 최근 4년간(2020~2023년) 고령층(16%)·저소득층(15.5%)이 체감한 물가상승률이 청장년층(14.3%)·고소득층(14.2%)보다 높게 나온 게 대표적이다.

정동재 한은 거시분석팀 과장은 “이들 계층은 가격이 빠르게 오른 식료품·에너지 등 필수재를 소비하는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 연구진은 물가 상승분이 반영되는 국민·기초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도 함께 늘면서 취약층의 고물가 타격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고 봤다.



또한 가계가 금융자산과 부채를 얼마나 보유하는지에 따라 고물가 여파는 달라졌다. 물가가 오르면 화폐의 실질적인 가치가 떨어지면서 부채를 가진 사람에겐 부담이 줄어드는 식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는 반면, 금융자산을 가진 이에겐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고령층은 대체로 부채보다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한 만큼 물가 상승에 따른 자산 가치 하락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이는 미국·유럽 등 주요국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경향이다. 인플레는 부채가 많은 청년층에게도 무조건 도움이 되진 않았다. 대출을 일으켜 전세를 선택한 청년들은 물가 상승에 따른 전세 보증금 실질 가치 하락 등으로 부정적 영향이 큰 편이었다.

한편에선 물가를 잡기 위해 꾸준히 인상된 금리도 또 다른 변수로 작용했다. 2021년 중반까지 연 0.5%였던 한은의 기준금리는 현재 3.5%로 오른 상태다. 연구진은 이러한 금리 상승이 많은 계층에서 고물가 여파를 줄이는 쪽으로 작동했다고 봤다. 특히 고령층은 물가 상승으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금융자산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한 고령층은 이자 증가 등으로 금리 상승에선 이득을 보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낀 청년 자가 거주자는 물가 상승에 따른 부채 가치 하락,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비용 증가가 겹치면서 이러한 효과가 상쇄됐다.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2021~2022년에만 물가 상승이 소비 증가율을 5%포인트가량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실질 구매력 축소가 4%포인트, 금융자산 실질 가치 훼손이 1%포인트씩 기여했다. 이 기간의 누적 소비 증가율(9.4%)을 고려할 때 물가 급등이 없었다면 소비가 14% 이상 늘어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정종훈(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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